여성의 복수, 라는 소재는 옛날부터 꽤나 자주 우려먹던 소재였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왼편 마지막 집> 부터 시작해서 메어 자르치 감독의 그 유명한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의 오마주로 맛있게 쌓아올린 <킬빌> 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복수극이 다 재미있을 순 없는 노릇이란 걸 이 영화를 보고 꺠달았다
의대생 메리는 집에서 칠면조를 이용해 접합을 연습할 정도로 공부에 매진하는 우등생이다
하지만 '가난'이라는 현실은 외과 의사를 목표로 하는 그녀에겐 너무나 넘기 힘든 벽이었다
급전이 필요해 알바 자리를 찾던 중 그녀는 스트릿 클럽의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의 이력서를 본 클럽 마스터가 잠시 자리를 뜨더니, 급하게 그녀를 찾아 크게 다친 사람의 치료를 부탁한다
5천 달러라는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과 함께.
이후 스트릿 클럽 관련 사람들과 엮이게 된 메리.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레지던트로 일하던 중 초대된 파티에서 약을 탄 술을 마시고 자신의 교수에게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짓을 당한다
이로 인해 그녀는 복수를 결심하며 의대를 자퇴하고, 이후 그녀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바뀌게 된다
사람들이 보통 복수극에서 원하는 것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악인에 대한 응징, 그리고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 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 부분을 상당히 깎아 먹는다
차마 눈 뜨고 못 볼 몰골이 된 성폭행범 그랜트 교수. 아마 메리가 원한 건 그를 죽이지 않은 채 최대한 오랫동안 그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었겠지만, 너무나 멍청한 실수로 인해 제 3자가 개입되어 그 복수가 빨리 끝나버린다
영화는 복수극 보다는 '인체 개조' 라는 설정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그래, 그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녀를 '인체 개조'의 세계에 발 들이게 만든 베아트리스와의 첫 만남이 문제다
자신이 스트릿 클럽에서 부상당한 남자 （경찰 끄나풀） 를 치료했던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메리
하지만 그녀는 '택배가 왔다' 라고 거짓말을 하는 베아트리스의 말에 너무나 쉽게 속아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 만다
의대 우등생이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허술하게 자신을 숨기려 한다는 건 쉽사리 납득이 어려운 전개다
이후 스트릿 클럽 마스터인 빌리와 메리의 묘하디 묘한 관계는 그냥 떡밥으로 끝나버리고, 그랜트 교수의 실종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형사의 행동도 너무 어설프다
결국 남은 건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 우등생 여대생의 인생 변화' 밖엔 없다
뭐 그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긴 했다만, 솔직히 여러가지 부분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차마 추천하긴 어려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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