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의 작품 중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다. 드니 뷜네브 감독의 <컨텍트>로 영화화되기도 했었는데, 테넷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컨택트>보다도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의 아이디어를 노골적으로 잘 드러내며 아예 그 역설을 설명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언어가 사고, 인식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이론에 따라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던 주인공이 그들의 인식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마치 운명이 정해진 것처럼,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에서는 계속해서 자유의지의 여지를 남겨둔다. 마치 주인공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마치 영화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배우와 같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테넷에서도 이와 같은 역설이 나온다. "Temporal Pincer Maneuver" 이라는 전략이 바로 테넷의 주요 장치이다. 원래 시간이 흐르는 대로 작전하는 팀（레드）과, 시간을 거꾸로 흐르며 작전하는 팀（블루）이 있다. 레드가 작전을 진행하고, 끝에서 만나는, 관찰하던 블루와 교대하면서 작전의 모든 정보를 알려준다. 그러면 블루팀은 시간을 역순으로 진행하고, 모든 정보를 알기에 작전을 맞추어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블루 또한 이 정보를 처음 시작한 레드 팀에게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보의 처음 출발점은 어디일까?
두 팀 모두 작전이 어떻게 될지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고 있다. 결국 이들도 마치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과 같이 이 정보에, 운명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주요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닐은 자신의 최후를 알고, 모든 일들이 어떻게 펼쳐나가는 지를 알지만, 이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로 그대로 행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프로타고니스트 또한 결국 결말에 이르러 자신의 미래를 알게되고, 이를 그대로 이행한다.
소설은 이 역설을 제시하고 끝맺는 듯한 느낌이지만 테넷은 이 역설을 통해 하나의 메세지를 전한다. 운명이 정해져있더라도, 그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핑계가 될 수 없음을. 결국 우리는 운명이 정해져있는지, 정해져 있지 않은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대본을 열심히 따라가는 우주의 배우이고, 운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개척자이니까
그냥 드는 생각들을 막 적어봐서 매끄럽지는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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