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러닝타임이란 말은 영화의 상영길이（시간）을 의미합니다. 풀타임은 말그대로 러닝타임 내내 달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렇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이 영화는 달리기에 대한 영화는 아닙니다. 싱글맘인 줄리는 파리로부터 꽤나 떨어진 외곽에 사는데, 항상 새벽에 일어나 아이 둘의 아침을 챙기고, 이웃집 할머니께 아이들을 부탁하고 출근하는 게 일상입니다. 그러나 파리의 시내로 가는길은 험난합니다. 매일매일이 파업이고, 정상 운행중인 대중교통이 없습니다. 지각이 일상이고 근무태도로 해고 위기에 놓이기까지 합니다. 집으로 퇴근하려해도 기차, 버스가 없죠. 너무 늦는 귀가시간에 아이들은 말썽을 부리고 이웃 할머니는 이제 더이상 아이를 맡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 숨막히는 일상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그녀는 노동자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죠. 그녀의 삶을 바라보다보면 저렇게 살면 뭐가 남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게되고, 이게 과연 그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인걸까? 하는 사회비판의식까지 생깁니다. 쟁의, 파업이라는 명목하에 고통받는건 같은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녀의 일상은 물론 극단적이고, 그녀는 일방적인 피해자는 아닙니다. 완전무결한 도덕적 성인도 아니죠. 그녀는 정말 달릴 수밖에 없기에 미친듯이 뜁니다. 자신의 삶을 위해, 자식의 삶을 위해.

영화를 이렇게 찍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한 인물, 줄리에만 집중하는 영화라서, 관객은 인물에 몰입하게 되기 마련이고, 이는 극이 지루해질 수 있는 단점을 내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프레임 바깥의 세계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거의 1인극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주인공 줄리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고, 기타 등장인물들에 대한 전사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영화는 보통 2가지의 줄기를 가지고 그것이 동시에 진행되다가 합산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히치콕을 인용하면, Meanwhile back at the ranch, 즉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이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가 되죠.

1인극의 다른 예시를 보죠. 톰행크스 주연의 캐스트어웨이（2000）, 정재영 주연의 김씨표류기（2009）는 인물들이 무인도에 갇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지속되다가,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 혹은 인물의 전사를 보여주면서 인물의 내력을 탐구하는 장면이 보여지기도 하죠. 터널（2006）에서는 갇힌 하정우와 밖에서 하정우를 구조하려는 상황으로 간단하게 영화의 구성을 만듭니다.

그러나 풀타임은 인물의 배경이나 다른 인물의 전사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벌어지는 일은 언제나 프레임 바깥에 존재합니다. 그 상황은 라디오나 뉴스의 방송에서 드러나는 파리 시내의 파업 상황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일상의 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일종의 재난영화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하는데, 그녀의 악다구니와 고군분투는 사실상 그녀 혼자서는 제어할 수 없는 어떤 힘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쥴리는 한 사람의 노동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어진 노동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은 오히려 그녀의 노동 환경을 옥죄어오는 역설이 됩니다. 그녀의 하루는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며, 영화는 그에따라 시간의 개념이 거의 붕괴된 것 처럼 빠르게 흘러갑니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장면도 빠르게 지나갑니다.

풀타임인 그녀에겐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없습니다. 매분 매 시 촉각을 다투어야 하는 전장의 삶. '풀타임'은 그 삶을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다시 프레임 바깥의 삶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숨차게 달려야만 하는 그녀는,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