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나쁜 기적"이란 게 있을까? 이런 단어가 있을까? 라고 말하는 OJ의 대사가 있습니다.

영화는 어찌보면 우연과 기적 사이에 어딘가에 있는 것들일 수 있고, 그것은 구경거리라는 오락물과 예술 사이의 경계일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이 영화가 결국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감독, 카메라맨, 배우, 액션들이 어울려 하나의 작품을 찍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궁극적 목적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의문점들이 머리에 소용돌이처럼 빨려오게 될 것입니다. 첫 시퀀스의 내용은 영화 전반의 내용과 무슨 상관인가?부터
도대체 이게 무얼 말하고 싶은 것인지 등 말이죠. 그러나 차근차근 영화를 생각하다보면 풀려가기도 하고 새로운 요소가 또 눈에 보이고 그것들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건 영화가 머릿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죠. 저는 이런 영화가 훌륭하다고 느끼는 편이고, 이런것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라서 그런지 정말 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은 여러 해석에 대한 영화의 대답으로서 '놉'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참 재밌는 제목입니다.

미지에 대한 공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은 스필버그의 영화 '우주전쟁'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상하게 영화 내에 '에반게리온'이 떠오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후반부엔 '아키라'의 오토바이가 생각나는 장면도 있구요.） 여러 독특한 이미지 뿐만아니라 두 가지 요소가 대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은 열망과 어리석음의 양면성을 내포하며 우리가 구경거리（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위 요소는 이 영화 내내 주요한 두 가지의 서사를 통해 드러납니다.）

자세한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스포일러를 하며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이미지는 상상의 영역을 뛰어넘어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어서, 저의 글로써는 이 영화를 붙잡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혹자는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로 '탑건'을 뽑지만, 저는 그 의견에 크게 동의하진 않습니다. 물론 조던 필의 '놉'만이 영화관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보긴 어렵지만,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왜 봐야하냐? 라고 묻는다면 '놉'을 그 자리에 대체하여 놓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