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루"로 친숙한 니시카와 미아의 신작 "멋진세계"（원제:すばらしき世界）가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살인죄로 13년동안 복역한 미카미（야쿠쇼 코지）가 출소후 사회로 복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사실 감옥을 이미 몇차례나 갔다온 경험이 있는 전과자이자, 어릴때부터 뒷세계에 발을 담갔던 야쿠자이기도 하죠. 그래서 교도소는 이제 지겹습니다. 그는 사회에서의 재출발을 다짐하지만, 이미 야생의 세계에서 살았던 그에게는 사회의 규율이 그저 낯설기만 합니다.

영화는 반사회적인 인물이 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처럼 보이나 그 과정에서 죄를 저지른 이를 연민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순수한 면모가 있지만 분노를 제어하기 어려우며 폭력의 세계에서 쾌감마저 느끼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짐승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가 사회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뭇 단편적으로 그릴 수 있는, 사회는 그저 냉혹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단편적인 방법으로 가고있지 않습니다.

미카미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대해줍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대등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그리 녹록치 않죠. 면허를 따기 위해 교습을 받는것도 어렵고,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를 자극하죠.

미카미가 폭력을 쓰는 장면은, 얼핏 폭력조직의 출발이었던 '자경단'스럽지만 그의 폭력적 본능을 일깨우는 장치로 쓰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의 폭력은 이런 측면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이죠.

그의 세계는 이미 사라진 시대. 야쿠자따위나 해서 벌어먹긴 글러버린 시대에서 도망쳐 나와서 그는 나아가기 위한 작은 날개짓을 합니다. 하지만 녹록치 않습니다. 그는 정말 이 멋진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카미는 결국 요양센터의 보조로 취업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미카미는 사회의 민낯을 목격합니다. 장애인을 괴롭히고 그것도 모자라 장애인을 따라하며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직원들을 목격하죠. 약자를 괴롭히는데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그러나 사회라는 곳에서 멀쩡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미카미는 그 순간의 화를 겨우 참아냅니다.

밖에는 태풍이 올 모양입니다. 그곳에서 아카시아를 정리하던 자폐증 동료에게서 꽃 몇송이를 받고, 그렇게 퇴근한 날 밤. 그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마치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갇히면 야생성을 잃게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죽게되듯이 말이죠.

그리고 하늘을 비추며 영화의 타이틀이 나옵니다. すばらしき世界（멋진 세계）라고 말입니다. 이 타이틀은 곧 질문입니다.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 묻고 있습니다. 지금 우린, 정말 멋진 세계에 살고 있습니까?

멋진세계라는 가능성에 대해,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진중하게 미카미를 따라갑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강력한 질문이 있죠.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은 묵인할 수밖에 없는 본능을 잃어버린 사회가 멋진 세계가 될 수 있겠는가?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