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4591

8월 16일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CGV 내부에서 아트하우스팀이 이미 해체된지가 오래되긴 했지만, 저는 정말 대기업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에 대해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어쩔수 없지만, 사실 이건 너무 책임감 없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 자리하네요.

영화예술은 훌륭한 대중적 오락거리이지만 문학과 음악의 지위에 등극한 예술이기도 합니다. 산업성이라는 근대적인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이기도 합니다.（소설 "도가니"보다 영화 "도가니"가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생각해보면 꽤나 명백하게 영화의 힘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영화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급변합니다.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등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고 기존까지 단관극장이 주류였던 영화관 생태계에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말하자면 예술성의 발전과 산업성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졌던 것이죠. 삼성과 대우가 물러난 자리에 cgv, 롯데, 동양그룹이 등장했습니다. 멀티플렉스로서, 생활여가로서 전체 영화관을 장악한 그들은, 현재도 영화 매출의 가장 큰 윈도로서, 한국영화시장에서 약 70퍼센트의 규모를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도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독재시대로 들어선지 20년의 세월, 한국영화의 토양이 얼마나 비옥해져있는지 혹은 썩어들어가고 있는지 잘 모를 일이지만, 그들의 사회적 책임. 그러니까 영화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통하는 예술 매체라면, 그 매체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영화의 법적 정의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상물입니다. '영화관에서'는 정말 중요한 얘기입니다.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들, 그속에는 영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의 멀티플렉스는 오히려 작품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지금 빅4라 불리는 한산, 비상선언, 헌트, 외계+인1부의 상영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0관,11관이 확보된 멀티플렉스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반면 이른바 아트하우스 영화들은 중소도시 영화관에선 찾아볼 수도 없고, 서울에도 관이 많이 없습니다.

물론 초록밤이 헌트보다 훌륭하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단순 비교가 아니라 결국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기회라는 측면에서 아트하우스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이 확보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영화의 토양이 있어야 봉준호 박찬욱이 다시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적 책임은, 혹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는, （기생충이 cj에 벌어다 준 명예와 돈이 얼마인가요!!）기업의 입장에서 멀리 내다보고 필요한게 아닐까요.

명동의 씨네라이브러리가 영업을 종료하는건, 단순히 어느 영화관 하나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거대 자본을 지닌 대기업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하는 과격한 생각마저 듭니다. 분명 그들은 상징적인 것에 마케팅을 할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니까요. 아트하우스를 손해가 아닌 투자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이제 사람들은 진중한 영화를 볼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의 영화의 미래는 어떨지...참 걱정이 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