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다 오고나서 날씨가 굉장히 더워졌네요.

극장 가는 길이야 항상 즐겁지만, 오늘은 볕이 쨍해 그런지 힘들었네요 ㅎㅎ;

비상선언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 캐스팅 라인 업만 봐도 재미를 떠나서 배우들 연기를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크레딧을 보며 드는 생각은 '하... 아쉽다.' 였습니다.

극의 초반부 이야기는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공항 매표소부터 이어지는 임시완님의 훌륭한 연기부터 말하고 싶었습니다.

극의 중반부 쯤에서 퇴장을 하게 되지만, 강렬한 연기를 하고 퇴장했습니다.

여러가지가 느껴지더라구요.

우선 '목적이 없는, 테러를 위한 테러범'이라는 설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시종일관 불안감을 지닌 말투나, 종종 튀어나오는 반사회적인 거친 언어 등 대사의 맛도 살렸다고 보고,

수 틀리게 되자 악착같이 스프레이를 뿌려 어떻게든 감염을 시키겠다는 연기도 멋지게 해내더라구요.

캐릭터 해석을 잘 가져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임시완 캐릭터에 어색함을 가질 수 있는 찰나에 요즘, 아니 예전부터 대두되던

'묻지마'식 중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성을 부여한 것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말 그대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목적없는 폭력이란 '재난'을 비행기라는 공간에서 마주친 조난자로 연결된 점도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이 잘되가고 있는 빌드업을 좀 더 완성감 있게 이끌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막 이상하게 전개에서 꼴아박는 수준은 아니지만 점점 전개가 우하향으로 그려지더라구요.

비행기 안에 비상용 보건 마스크도 없는 것도 이상하고, （개인적으로 승객들 컴플레인에 대비한 한박스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기장이나 되는 김남길씨도 생화학 테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호흡기 방어 없이 테러 장소로 의심되는 화장실을 들어간다던가 하는 설정미스부터 시작해서

임시완이 죽으면서, 저는 기내에서 비즈니스, 퍼스트를 필두로 한 비감염, 감염의 싸움으로 번져나갈 것 같았습니다.

그게 임시완의 캐릭터가 비행기 내에 강림시키고 싶은 지옥이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전개가 안나온건 아니지만? 뜨드미지근해지면서... 뭐랄까? 임시완님이 끌어올린 긴장감이 점점 휘발이 됩니다.

뭔가 '부산행의 김의성씨 같은 역할로 나오신 분이 트롤을 자행해서 비행기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나?' 생각이 들지만

그냥 임시완씨가 죽고나서 비행기 내부에서는 걍 솔직히 별일 없습니다. 소리나 몇번 지르다 말지.

그렇다면 비행기 밖 상황은 어떨까요? 물론 더 가관입니다.

모든 갈등이 송강호님에 의해 해결이 됩니다. 각 정부 부처의 요인들이 모두 모이는데

해결은 경찰청 형사 송강호님 단 한 분 손으로 이뤄집니다. （과연 그는 신인가?）

그러니 밖에서 이뤄지는 갈등은 해결과정이 궁금하지도 기대되지도 않습니다.

모든 영감은 송강호님이 떠올리고 행동하시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는 어느 새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마치 영화 속 승객들 중 한명이 된 것 같더라구요.



마무리하자면, 임시완의 연기는 볼만 했지만, 여타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특별히 관람을 추천할 만한 포인트는 없었으며,

용두사미식 이야기의 결과는 영화에 대한 흥미를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맛있는 재료,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간장계란밥을 먹는 느낌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