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은 우아한 세계, 관상으로 이름을 알린 한재림 감독의 신작입니다. 비행기에서 발생한 생화학테러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배우진이 짱짱하고, 쇼박스의 텐트폴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시장이 활기를 띠고 이런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반갑게 느껴집니다. 다음주에는 또 헌트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죠.

상세한 장면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영화 얘기를 좀 하자면...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용두사미의 영화가 아닌가, 혹은 사족을 달다가 보니 서두에 던진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부, 임시완은 대놓고 미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추격자'의 하정우가 그렇듯이 설명하기 어려운 악은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기 마련입니다. 이 악마 그자체인 인간은 하나의 작은 가루를 뿌려버립니다.


재난영화의 장르적 조건이라 함은,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천재지변의 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기본일 겁니다. 이 천재지변을 '개인'이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 한 사람이 일으킨 재난이 국가적 위기까지 번지게 되는 이 나비효과는 초반부에서 중반까지의 영화의 전개에서 정말 흥미진진해지는 부분입니다. 즉 재난상황이지만 인재（人災）인 것이며, 그렇기에 여러 사회적인 상황 속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재난은 대부분 사람에 의한 재난 상황에 가까웠으니까요.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되는 요소도 있는 것이죠.

비행기는 다른 재난영화와 다르게 갖고 있는 명확한 한계점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개인은 선택의 여지를 갖기 힘듭니다. 하지만 비상선언은 그 악조건 속에서도 움직이려는 여러 사람의 의지를 보여주며 감동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영화는 끌어오던 동력을 어느 순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후반부 일본 공항 부분은 그대로 편집해버려도 영화 진행과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끝내 버티고 포기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의 책임도 아닌 일에 대해서 갑자기 삶을 포기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긴 어렵습니다.

이 장면은 재난영화의 작법에서 완전히 항로를 이탈해버리고 마는 지점인데, 이것은 비상착륙을 위한 빌드업으로 쓰이는 장치이지만 극이 끌고가던 드라마를 스스로 버리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묘하게 끝의 비상착륙 작전이, 이 영화의 결말이 그야말로 비상착륙이지 않았나...후반부에 내던진 반전이나 이야기를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해 무동력 상태로 방황하며 활강하다가 급하게 추락하듯 착륙해 버린 것이죠.

하지만 2시간 20분 내내 눈을 사로잡고 있긴 합니다. 게다가 초반부의 임팩트만큼은, 정말 엄청난 것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정신없이 보다보면 어느새 끝까지 보게되는 영화인 것이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