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웃자 눈팅하며 정말 간간히 글쓰고 답글다는 유저입니다~

현재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진행중인데요 생각 외로 게시판에 영화제 관련된 얘기는 없어서 제가 현재까지 영화제에서 본 11편의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2021년작 대만 좀비영화 '곡비（The Sadness）에 대해 좀 적어보고자 합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식을 장식한 영화는 내일 7월 13일에 개봉하는 '멘'입니다. 하지만 부천 영화제의 매니아틱한 특징 때문인지

'멘'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가 바로 '곡비'입니다. （저 또한 '멘' 보단 '곡비'가 더 기대됐습니다 ㅎㅎ）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결과 이 영화는 어디가서 함부로 추천을 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한 해외 영화 잡지사에선 이 영화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Ultra Brutal', 네.. 정말정말정말 잔인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영화제에서 7월 10일 0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상영해주는 '심야상영2'를 통해 봤습니다. 영화관 분위기는 이랬습니다.

영화를 보는 중 나가셨던 분들 제가 확인한 것만 다섯 분이었고 제 옆에 여성 두분은 스크린보다 바닥을 보고 계시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저와 제 지인은 이런류의 영화를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지만 지인도 고개를 잘 들지 못했고 저 또한 난생 처음 영화보며 손과 몸을 벌벌떨며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숨을 잘 안쉬고 있는 것 같아서 의식하면서 숨을 쉬기도 했습니다ㅋㅋㅋ 영화가 끝난 후 지인하고 얘기를 나눠 본 결과

그 이유는 결국 작품이 보여준 잔혹한 연출과 그 공포 분위기에 압도돼 그런 것으로 결론냈습니다. 영화가 끝난 새벽 6시부터 첫차를 기다리며

정신차리려고 꽤나 노력했었네요. 영화관 나오며 사람들이 하는 얘기 중 공통된 말은 '너무 잔인했다' 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별로였다, 잔인해서 별로였다라는 말도 종종 들렸지만 사실 부천영화제가 그런 영화제인 만큼 ㅎㅎ.. 감안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랜덤 지인이나 아무에게나 추천하기는 무리겠지만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잔인한 영화에 면역인 사람' 또는 '이제 일반적인 좀비영화는 지루한 사람'.

이 잔임함을 느끼는데에는 각자의 범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하는게 좀 더 이해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본 '심야상영2'에선 총 세 편의 영화를 상영해줬는데 그 중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 '곡비'입니다.

전날 '심야상영1'에서 총 세 편의 영화 중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작품 즉 '곡비'의 포지션을 담당한 영화가 '세르비안 필름' 입니다.

'세르비안 필름'이 생소한 분들에게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구글에 '절대 보면 안되는 영화'를 치고 이미지에 들어가면 어떤 산맥부터 심해까지의

이미지로 보면 안되는 영화를 리스트화 해놓은 그림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심해부분에 있는 영화가 '세르비안 필름'입니다.

네.. 겁나게 역겹고 잔인하고 저 또한 이 작품은 누구도 안보는 것을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 두 영화를 부천 영화제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심야상영'에서의 동일 포지션에 위치한 것으로도 대충 감이 오실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세르비안 필름'은 다시는 쳐다도 안 볼 영화이지만 '곡비'는 저의 '좀비 영화는 훨씬 잔인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을

충족시켜준 영화로 재관람의 의사가 있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세르비안 필름' 정도는 웃으며 봤다 하시는 분들은 '곡비' 또한

별 부담없이 보실 거라 생각하지만 일반 좀비 영화를 생각하고 보신다면 정말 많이많이 힘드실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에 내용에 대해 최대한 스포없이 적어 보겠습니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대만에서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고 주인공인 커플이 서로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곡비'에서의 좀비는 타 좀비영화와 좀 다릅니다. 타 좀비영화에선 좀비로 변할 시 인간 시절 기억은 물론 지능 또한 퇴화되고 이빨로 물어 뜯어

감염시키는게 일반적이지만 '곡비'의 좀비들은 인간 시절 기억은 물론이고 지능 또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도구도 쓸 줄 알아 도끼를

들고 다닌다거나 경찰 좀비는 총까지 쏩니다. 인간과 다른 점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성적인 욕구에 휩싸인다는 것 입니다.

이 두가지가 합쳐져서 굉장히 가학적인 좀비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인간을 죽이며 쾌락을 느끼는 S성향의 좀비와 본인이 당하며 쾌락을

느끼는 M성향의 좀비가 그 예시입니다.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해 인간을 물어 뜯는 다른 좀비영화들과는 다르게 이 영화에선 죽이는 것에

목적이 있는거죠. 따라서 '곡비'에 등장하는 좀비의 키워드는 '폭력', '살육', 'x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만 살펴봐도 얼마나 선정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다른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 '28주후'와 비슷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좀비로 변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것（물론 수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그리고 좀비로 변하고 나서도 주연급 역할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좀비 영화에서는 감염이 된다면 사살당하거나 버려지는 엔딩 또는 주연급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합니다.

하지만 '28주후'에서는 아빠역할로 나온 인물이 감염되고 나서도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곡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부분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데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곡비'의 한 씬에선 어떤 공간에서 좀비로 변한 인물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는 보통 이런 느낌으로 간다면 목을 그어 피를 내뿜는 그런 비슷한 연출로 갈텐데 그게 아니라 그냥 냅다 칼을 상대 등에다가 꼽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요.. 진짜 내 앞에 어떤 미친놈이 칼 들고 살육을 한다하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인거죠.

물론 한 장면에선 피가 분수처럼 쏟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현실적인（?） 살육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영화적인 연출로 넘어가는

부분이 좀 의아해서 끝나고 지인이랑 얘기하고 내린 결론은 '감독이 영화 내에 장치를 설치한 것 같다' 였습니다.

마치 감독이 사람들에게 "이거 영화야~ 현실 아니니까 긴장 풀어~"를 말하는 것 같았죠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무서웠던 부분은 분장이었는데요. 좀비로 변할 시 흰자가 사라지고 검은자만 남는데 저런 쾌락에 가득한 검은자만

남은 좀비들이 무차별적인 살육을 통해 쾌락을 느끼며 영화 내내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비들이 나올 때마다 너무 불쾌하고 무서웠던거죠.

또한 대만 영화인 만큼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그렇고 장소들도 뭔가 한국과 비슷합니다..

제 지인은 영화에 등장하는 아저씨 좀비를 보며 본인 회사 과장님하고 똑같이 생겼다고할 정도였으니까요.

영화내에 등장하는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과 흡사해서 둘이 첫차타고 집 갈 때 지나가는 사람들 눈동자 확인하고 한 분은

아저씨 좀비랑 닮으셔서 흠칫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우리가 길거리에서 볼 법한 사람들이 너무 리얼하게 죽고 죽이고 있던 것이

몰입하는데 한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어떻게 이런 장면을 연출할 생각을 했지..? 라던가 굉장히 성적이고 저급한 대사를 보며 감독의 변태성（?）에 감탄을 했습니다.

또한 이런 대사를 입에 담고 이런 연기를 한다는 것이 배우들에게도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정말 잘 소화를 했다는 점에서 캐스팅도 훌륭했다고

생각하고요. 영화의 스틸컷을 몇개 올리고 싶지만 수위가 높아 가장 평범한 포스터로 하나만 올리겠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이나 스틸컷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구글에 'movie the sadness' 또는 유튜브에 'the sadness'를 검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전 영화 관람 후 유튜브로 예고편을 봤는데.. '아니 예고편이 수위가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했으니 예고편 관람 또한 신중하게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ㅠ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는 이번주 일요일 7월17일 까지여서 저는 몇 편을 더 보기 위해 들를 예정입니다ㅋㅋㅋ

공포 호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웃대인 분들도 들르셔서 여러 작품들 보며 더위 식히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현재까지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극악무도했던 영화 '곡비'였습니다.

영화제가 끝난 후 또 좋은 영화를 보게 된다면 다시 작성하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