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가 그리스어로 '존재하지 않는 곳'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너무 유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라는 조금은 모순적 이유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르 라고 불리는 이상향을 향해 떠나는 판도와 리스 커플. 판도는 하반신 마비로 움직일 수 없는 리스를 수레에 싣고 길을 떠나며 기묘한 인간 군상을 계속해서 만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듯 불편하고 난해하며 이해하기 어렵다
미장센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영화 속 몇몇 장면은 시간의 흐름을 일부러 왜곡시켜서 현실에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기묘한 세계를 영상에 수놓은 느낌이다
판도와 리스는 애초에 완전히 정반대되는 인물들이다
판도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리스는 말 그대로 '꽃'과도 같은 인물인데, 대신에 판도는 중간 중간 상대에 대한 억압, 집착, 지배욕 등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결국 이러한 그들의 일그러진 관계는..... 뒤틀린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
안 그래도 거친 느낌의 영화는 흑백이라서 사막의 모래를 퍼먹는 듯한 푸석함과 거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에도, 장면 하나 하나 때문에 태양처럼 강렬한 느낌이었다
특히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판도와 리스가 서로의 몸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넣는 장면은 몽환적이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이상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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