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내놓은 신작 '브로커'는 버려진 아이를 주워 팔아 넘기는 브로커와, 자신이 버리고 간 아기를 찾아온 엄마가 동행하며 적합한 부모를 찾는 기묘한 여정의 영화입니다. 일정부분 도덕적 테두리에서 벗어난듯, 아닌듯 묘한 선을 넘나들면서 고레에다가 그래왔듯 선과 악을 판단하지 않고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 영회에 대한 많은 혹평중에 하나는 범죄행위에 대한 미화라는 것인데, 이 영화를 그렇게 느꼈다면 그 해석또한 일리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함부로 선과 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조금 잘못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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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영이네 일당（어떤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일당이기도하고 가족이기도 합니다.）과 그들을 추적하는 두명의 경찰이 부산에서 인천까지 이어나가는 기묘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형사의 시선에서 사람들을 보게됨과 동시에, 각각의 인물에서 이야기를 선택할 수도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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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객관적인 시선과 주관적인 시선을 동시에 포섭하는, 카메라의 힘이 있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인물들의 도덕성을 평가하려고 하지않습니다.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팔아 넘기려는 '소영'이의 시선에서도 혹은 그게 범죄이기 때문에 따라가는 형사의 시선에서도 인간을 책망하거나 범행 행각에 대해서 미화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형사는 형사의 일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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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에서 우리는 '우성이'（버려진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기존 고레에다 감독이 그랬듯 사건 이후에 남은 사람들을 조명하는 것이 그의 영화의 중심이고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버려진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맡겨지고 남겨진 아이로서의 우성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는 이 영화의 또다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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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성이와 동일한 인물로서 동수와 해진이가 등장하는데, 이 둘 모두 부모에게 버려진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다만 해진이는 도식적인 느낌으로 등장하여 다른 입체적인 캐릭터들에게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진이가 하는 대사들은 조금 작위적이고 직설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는데 이건 '아이'로서 어른이 하기 힘든 대사들을 하도록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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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굉장히 공익적인 문체로 조금은 상투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을 울리는 말이기도 했는데, 이것은 등장인물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기보단 버려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로의 측면에서 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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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색하게 이루어진 5명의 일당（가족）은 서로가 버려진 상처를 공유하는 가족인데 극중 상현（송강호）은 어릴적 버려진 경험은 없지만, 결국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기도 합니다. 상현은 이혼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사이에 낳았던 딸과 인천의 어느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그의 딸을 통해 듣게됩니다. 그는 결국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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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수진（배두나）가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 형사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관객의 또하나의 시선을 부여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법의 테두리에서 그들의 행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또하나의 시선인 것이죠. 하지만 마지막의 순간에서 수진은 이런 대사를 합니다. "결국 아이를 팔고 싶었던 건 나였구나"인 것이죠. 이 자기반성적인 대사는 사실 저의 시선을 돌아보게 되는 대사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성이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정작 우성이에게 시선을 건네줘야 하는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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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나아가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항상 도덕적 판단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세번째살인'의 결말부에서 변호사가 있는 장면을 부감쇼트로 찍는데, 화살표는 나있지만 갈 곳을 잃어버린 법조인의 모습을 말합니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겠죠. 나아가 '어느가족'에서는 사실은 도둑질을 하고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며 혈연관계도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통해 도덕성의 모호함을 다시 이야기합니다. 그들에 대한 사실은 범죄자라는 것이고, 할머니의 연금을 타기 위해 시체를 유기한 끔찍한 인물들이라는 것인데 한편으론 가족이라는 형태를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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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에는 항상 모순적인 사람이 등장합니다.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아들 준페이의 기일마다 준페이가 구해준, 그 사건으로 인해 결국 준페이는 죽었지만 살게된 사람을 매번 초대합니다.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가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자기 위안을 삼는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겉으로는 열심히 살아야한다 라고 얘기하면서 뒤로는 뚱뚱하고 땀을 많이 흘린다며 흉을 보죠. 그것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잔인한 복수이고 죽은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기도 합니다. 둘째아들 료타가 결혼한 아내를 보고도 중고라며 흉을 본다든가 하는 식이기도 하죠.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 외에는 그저 타인이고 냉혹하기까지 한 인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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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또한 아이를 둘러싼 모순적인 상황, 팔려가는 형태지만 결국 좋은 가정으로 입양하기 위함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흉악한 범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옳은 방향의 해석인 것이죠. 적어도 '브로커'는 여기서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그들은 분명 법의 심판을 받습니다.） 여기서는 지금껏 내내 중심이었지만 중심이 되지 못한 우성이가 마지막에 정말 중심 주제가 됩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겠는가?를 궁극적으로 던지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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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이제 아이를 길러야하는 사회, 개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보아야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그들의 범죄 행각에 집중해야 하는 걸까요? 버려진 아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