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제영화제에는 처음 참여해보는지라, 설렘이 있었습니다.

한때는 영화와 관련된 업을 꿈꿨지만 어찌어찌 흘러 직장을 잡게되고 징검다리 휴무를 붙잡아 전주에 1박2일로 오게 되었네요.

5월 5일 본 영화는
밀란쿤데라의 농담을 영화화 한 「농담」（1968）과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이창동 : 아이러니의 예술」이었습니다.

「농담」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동유럽의 공산주의화를 비판하면서,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루드빅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루드빅의 의식, 회상과 현재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등장하는데, 농담 한마디에 인생이 추락한 루드빅의 과거의 비참한 삶과 거짓된 낙관주의로 점철된 사람들의 삶이 교차되며 무엇이 농담인지 모를, 그런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루드빅은 자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지만 그의 복수는 치기어린 청년의 가녀린 주먹질과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은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부터 「초록물고기」 그리고 소설가 이창동의 작품과 그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창동이라는 예술가의 세계를 탐구해가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조만간 감독님의 영화들의 4k리마스터링이 끝나고 공개될 거 같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단편 「심장소리」를 공개했습니다만 이건 볼 시간이 없어서 다큐멘터리를 골랐는데 참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마치 감독님의 두번째 영화 「박하사탕」과 같이, 최근작 「버닝」（벌써 4년이나됐네요）부터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는 내러티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나큰 미지의 세계는 그 출발부터 알 수가 없고, 최근의 흔적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담긴 듯 했습니다.

그간 이창동 감독님이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주신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는 정말 이창동이라는 세계의 열쇠를 관객에게 주는듯한 작품입니다.

"아이러니" 이창동감독의 작품은 이 키워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박하사탕」의 영호가 질문하듯이요.
"삶이 아름답냐" 혹은 「밀양」의 신애가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살인범에게 묻듯, "신이 당신을 용서하셨다구요?"
「시」의 미자는 치매에 걸린 인물로, 언어를 잃어가는 주인공이 함축적인 텍스트인 시를 써내려가기도 하죠.

그의 아이러니는 역설, 반어, 모순을 모두 포괄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이 다시 공개될 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내일도 두편정도 보고 서울로 올라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