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우연히 웃자를 보다가 헬레이저 관련 자료가 올라와서 반갑기도 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시간이 날 때 이틀 정도 동안 두 영화를 몰아보았다
<헬레이저>는 처음으로 본 공포 영화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참 묘하게 향수가 많이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한데, 역시 뭐니뭐니 해도 핀헤드와 다른 무리들의 디자인 하나는 앞으로도 앞지를 케릭터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편은 퍼즐 상자를 열었다가 지옥으로 끌려간 후 이후 도망친 프랭크와 한때 그의 연인이자 커스티의 계모가 된 줄리아가 프랭크의 육체를 다시 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와 살인을 저지르던 중
커스티가 우연히 상자를 작동해서 핀헤드가 소환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고
2편에서는 1편에서의 일로 정신병원에 갇힌 커스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은 닥터 채나드가 줄리아가 죽었던 매트리스를 가져와서 줄리아를 부활시킨 후 프랭크가 그랬던 것 처럼 줄리아의 몸을 다시 구성하기 위해 자신의 환자들을 데려와 그녀가 피를 흡수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땐 그냥 저냥 재밌게 본 영화였다면, 나이를 좀 먹고 다시 본 이 영화는 상당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다른 호러 영화들과 그 궤를 달리하는 이유를 들어보자면 크게 2가지가 있을 것 같다
'선악의 전복' 그리고 '고통의 철학' 이 아닐까 싶은데
핀헤드와 그 무리들의 생김새 때문에 작중 핀헤드 일당=악마=악역, 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잘 뜯어보면 이 영화의 악역은 핀헤드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의 악역은 오히려 인간들이다
쾌락을 탐하다가 지옥으로 끌려가고, 도망친 이후 죄 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1편의 프랭크와 줄리아
그리고 2편에서 이걸 그대로 반복하는 줄리아와 닥터 채나드
정작 1,2편을 통틀어서 핀헤드가 죽인 인간은 프랭크 한 명 뿐이다.사실 이것도 죽였다, 라고 보기 애매한게...지옥에서 탈주한 프랭크의 육체를 （단어 그대로） '육체를 갈갈이 찢어버리고' 지옥으로 다시 데려간 것 뿐
오히려 사람을 죽인 숫자로만 따진다면 줄리아와 프랭크, 채나드가 훨씬 많다
그럼 1편에서 왜 주인공까지 지옥으로 끌고가려 한 거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커스티가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려고 한 것' 또한 일종의 욕망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영화의 제목이 '지옥을 일으키는 자 （Hell + raise + er）' 인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진짜 지옥을 일으키는 건 인간이다
핀헤드는 그저 그 곳에 당도할 뿐이다.
2편에서 "우리를 부른 것은 손이 아니라 욕망이다" 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확실시 된다
두 번째인 '고통의 철학' 은 영화 속 악마들의 '정체성' 을 관통한다
이들의 명칭은 정확히는 엔딩 크레딧에서 세노바이트 （수도승） 라고 명시한 상태다
세노바이트들의 의상을 잘 보면 다들 딱 달라붙는 검은 색 가죽 옷을 입고 있는데, 이건 BDSM 쪽에선 거의 기본 복장으로 통한다
그리고 이들의 생김새 또한 거의 극한의 자해에 가까운 모습인데 （얼굴에 못을 박고 눈을 꼬매고 목의 피부를 찢어 성대가 드러나고...）
이러한 모습부터 애초에 그들은 스스로를 극한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모양새다
단순히 기괴한 모습의 악마들이 아니라 고통의 세계를 아우르는 탐구자 이며 동시에 그 끝에 찾아오는 쾌락의 찬양가 들이다
p.s BDSM 이라는 요소는 원작자 이면서 1편의 감독인 클라이브 바커의 취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소설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다.특히 그게 절정에 달한 것이 아마 맥팔레인에서 만든 피규어 <토쳐드 소울>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
비위가 약하면 검색하지 말자. 헬레이저 시리즈의 세노바이트가 선녀로 보일 정도로 진짜 흉악한 디자인이다
（특히 '탈리삭' 은 진짜....어떻게 이런 걸 디자인 했지? 싶은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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