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많이 죽기는 했지만, 의외로 이탈리아는 한때 공포 영화가 꽤나 많이 나오던 곳이었다
이탈리아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면서 '이태리의 히치콕' 이라 불리던 마리오 바바
그의 수제자이자 지골로 （잔혹 범죄） 영화의 대가이자 강렬한 색채로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다리오 아르젠토
그리고 매니아들에겐 고어의 왕으로 불리는 루치오 풀치
<비욘드>는 그 중에서도 루치오 풀치의 필모그라피 중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는 영화이다
사실 루치오 풀치의 영화는 빈 말로라도 '잘 만든 영화' 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들이 많다
워낙 고어씬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집중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발연기와 구멍이 숭숭 뚫린 각본의 개연성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아들이 그의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영화 속 고어씬들은 단순한 고어씬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영화 속 공포를 끌어올리는 장치' 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호러 영화의 고어씬이 1분 이내로 끝난다면, 그의 영화는 하나의 고어씬을 기본 3분 이상 보여준다）
사촌에게서 호텔을 상속받은 라이자. 하지만 보수 공사 첫 날부터 인부가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도 없는 빈 객실에서 호출이 들어오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불길함에 호텔에 대해 조사하던 라이자는 에밀리라는 의문의 맹인 여성을 만나게 되고 호텔에 얽힌 비밀을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오락성 호러 영화로만 놓고 봐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끊임없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에밀리의 정체는 이 영화 속 최고의 조연으로 꼽을 수 있으며 또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일등 공신이다
이태리 영화 답게 음산한 음악은 안 그래도 시종일관 불길한 느낌을 풍기는 영화에 감칠맛을 더해주며
여기에 어설픈 CG를 거부하는 풀치 특유의 고어씬은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이다
（물론 영화 제작 시기가 시기인지라 특수 분장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영화는 어딘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느낌을 계속 풍기고는 있는데, 마지막 엔딩 또한 결국 이에 걸맞게 끝이 난다
에밀리의 특징을 떠올려 보면 가장 걸맞는 엔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차피 이왕 각 잡고 잘 만든 호러 영화를 본다면 겉멋만 잔뜩 든 영화보단 이렇게 잘 숙성된 영화를 보는 것이 나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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