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나에게는 토브 후퍼 감독의 영화들이 잘 맞지 않는 편이다
그가 만든 영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이 걸작이라는 건 나 역시도 인정하는 바 이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다른 영화들은 내 취향에 영 맞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나마 좀 그럭저럭 볼만했던? 영화였다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온 스티브와 넬.약간 이상한 이웃들이 많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위안하며 지내는 도중 우연히 벽에서 나온 사람의 이빨과 아파트 벽 곳곳에 있는 이상한 기호들로 넬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대로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한 넬은 아파트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살인마의 존재에 대해 다가가게 된다
보통 슬래셔 호러의 법칙이라 하면 외부의 지역, 혹은 외부에서 나타난 살인마에 의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일쑤이다
이는 곧 '공포 = 평온한 일상을 깨트리는 거대한 힘, 혹은 힘의 소유자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과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반대로 '내가 사는 집 어딘가에 살인마가 있다' 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깔고 간다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드는 설정이었다. 세상 어디보다 편안해야 할 나의 집이 공포와 죽음이 도사리는 공간이 된다는 건 그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상황이니까
살인마는 영화 제목에 걸맞게 연장통에 있는 공구들로 사람을 도륙하고, 거기서 따라오는 다양한 바디 카운트가 영화의 볼거리가 되어준다
또한 슬래셔 호러물이긴 하지만, 앞서 말한 내용 떄문에 영화는 묘하게 오컬트적 느낌도 굉장히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토브 후퍼 감독의 장기가 드러라는데, 감독 특유의 그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영화에 강력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는 뒤로 갈수록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미스테리를 던져주며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이....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급전개를 해버려서 상당히 아쉬웠다
살인마가 어떠한 인물이다, 라는 건 알려주긴 하지만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도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도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얜 타고난 사이코패스 라는 설정이 있으니까 납득이라도 가능한데）
주인공이 살인마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스스로 혼자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력자 포지션의 인물이 알려주는데, 문제는 살인마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건지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살인마와 무슨 관계이길래?
문제는 이런 여러가지 의문과 떡밥만 잔뜩 던져주고 영화는 급 마무리가 되어버린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후의 각본에 들어갈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급하게 마무리 지은 느낌이 너무 팍팍 들잖아
마무리만 잘했으면 그래도 토브 후퍼의 후기작 중 수작으로 꼽을만 했을텐데, 너무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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