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 뒤늦게 파운드 푸티지 호러가 유행처럼 생긴 때가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이 장르를 그닥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계가 너무 명확한 장르였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관심을 아예 안 가진 상태였다
우연히 별 기대 안하고 본 이 영화 역시도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한 영화.... 였지만, 그래도 최소한 <곤지암> 보다는 차라리 이게 더 나았다
（나에게 <곤지암>은 클리셰 범벅에 장르가 나아갈 길 조차 못 잡은 영화에 불과하다）
인터넷 방송 BJ인 청록은 자신의 친구 선홍과 함께 모텔에서 쓰리썸 방송을 진행하려 한다
하지만 출연하기로 약속되어있던 상대 여자인 자주가 이런 저런 핑계로 빠지게 되고 결국 길거리에서 픽업한 연두와 함께
모텔에서 거사（?）를 치르려는 찰나 자주가 다시 합류를 한다고 연락이 오게 된다
청록은 자주를 데리러 나가고, 선홍은 샤워를 하는 동안 연두가 실종되고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과 함께 모텔의 전기도 나가버리고 문까지 잠겨서 갇힌 상황
그 와중에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다니는 살인마의 등장까지
첫 시작엔 모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작한 영화였지만 영화는 점점 그 공간의 범위가 넓어진다
왠지 묘하게 호러 게임 플레이를 보는 것 같아 나름 재미있었고, 또 살인마 케릭터 또한 생각보다 개성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한 손에는 전등, 한 손에는 해머를 들고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모습은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한국 슬래셔 호러의 가능성이 살짝 엿보이기도 하고
（옛날에는 <스크림>의 아류작들이 심각하게 판을 쳤다. 오죽하면 <찍히면 죽는다> 라는 영화를 <찍은 놈 죽는다> 라는 멸칭으로 불렀을까...）
주연 배우들이 연기를 꽤나 잘해서 영화의 몰입도가 정말 상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이 영화의 기본 장르가 파운드 푸티지 라는 점이다
<알이씨> 시리즈가 파운드 푸티지에 좀비를 결합시킨 것 처럼 이 영화 역시 파운드 푸티지에 슬래셔 호러를 결합시켰지만
이건 감독의 실수가 분명하다. 혹은 감독이 슬래셔 호러의 기본 특징을 이해하지 못 했거나
살인마의 개성을 확립한 건 좋은데, 슬래셔 호러의 경우 바디 카운트 씬이 얼마나 임팩트 있나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건만
이걸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파운드 푸티지와 결합시켜 버리니 제대로 된 바디 카운트 씬이 나올리가 있나
주인공 입장에선 도망가기 바쁜데 그걸 친절하게 하나 하나 촬영하는 것도 웃긴 일이고
중간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의 존재 역시 스토리 상에서 그냥 붕 떠버린다.마지막 엔딩을 위한 복선이다, 라고 하기엔 너무 어거지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고
저예산 영화 치고 고어씬이 좀 있는 편인데, 앞에서 말한 것 처럼 바디 카운트 씬의 연출이 빈약한 편이라 오히려 임팩트를 깎아먹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절단된 신체 부위' 를 보는 것과 '눈 앞에서 신체가 절단되는 것'은 그 수위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이런 저런 아쉬움도 좀 남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평작 이상은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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