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루 쨩, 삶은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할까요?"
햇살이 반짝이는 어느 오후, 여느 때처럼 느닷없다.
"뭐야. 또 무슨 변태같은 소리를 하려고?"
"후훗. 그냥 묻는 거예요♡ 코하루 쨩의 생각을."
"그런 거라면....정의구현 아닐까? 삶을 꼭 어디 써야 할 거라면 그런 숭고한 가치를 위해여야 할 것 같아."
"코하루쨩은 세상의 토대가 될 사람이군요."
"아, 나도 들어본 말이야. '세상은 바보들의 시체 위에 서 있다' 맞지?"
옆자리에 앉아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던 아즈사가 알은 척을 했다. 코하루가 고양이눈을 홉떴다.
"지금 나 보고 시체라고 욕한 거야? 설마 내가 툭하면 사형이라고 한 거에 대한 복수?"
"모두에게 공평한 운명은 욕이 될 수 없죠. 이건......그래요. 냉소랄까. 세상의 토대가 되지 못하는 나에 대한."
"그렇군. 확실히 하나코는 바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결국 내가 바보라고 하는 거잖아!"
"아즈사쨩은 어떻게 생각해요? 삶은 무엇을 위해 쓰여야 할까요?"
"글쎄...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엔 어려운 문제인걸."
"말 돌리지 마! 분명 날 두고 바보라고 했겠다!"
말에서 떨어진 사람은 말에 탄 사람이다.
패배한 장수는 전쟁에 참가한 장수다.
바다에 빠진 페로로지라는 바다로 나간 페로로지라다.
모든 패배자는 패배하기 직전까지 승리를 거듭한 자다.
삶은 패배하기 위한 긴 여정이다.
그러니 선지자여, 예정된 패배에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될 지라도
삶은 패배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피를 마시는 새> 2005.07.08
출간 19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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