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 영화의 극장 개봉 포스터가 걸린 걸 본 적이 있다
당당하게 포스터에 박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이라는 문구에 대체 이런 에로 영화가 어떻게 상을 받았는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시간이 한참 흘러 문득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나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스토리는 정말 간단하다
서로의 불륜 행각에 성적 자극을 받는 제임스와 캐서린이 자동차 사고를 겪고, 이 자동차 충돌에서 야릇한 성적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후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자신의 차와 부딪혔던 차주 헬렌을 만난 제임스는 본능적으로 차 안에서 격렬한 파워 섹스를 하고
헬렌의 소개로 본이라는 이상한 남자를 만나며 교통사고와 성적 흥분에 관련된 실험을 재현한다는 내용이다
.....쓰고 보니 뭔가 가능충들도 이마를 짚게 만드는 온갖 괴상한 페티쉬의 총집합 같은 영화인데
（성적 흥분을 위해 자동차 충돌 사고를 일으킨다는 발상은 도대체....??）
그래도 감독이 감독인지라 단순한 에로 영화는 아니었다
욕망에 자신의 목숨까지 던지는 기괴한 인간들, 그들에게 자동차는 곧 본인이나 다름 없다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면 인간과 다른 무언가의 결합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대표적으로 <플라이> 만 봐도 사람이랑 파리를 합쳐 놓지 않았던가）
이 영화도 그런 특징이 유감 없이 나온다
위 포스터에도 있는 장면인데, 자동차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친 여주인공이 다리에 '쇠로 만들어진' 보행기를 장착한 채 걷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금속으로 가득 찬' 자동차 매장 안의 차를 둘러보면서 끈적한 손길로 차체를 매만진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매장 직원과, 그런 그의 시선을 즐기는 여주인공
이 뿐인가? 세차하는 차의 뒷자석, 자신의 연인이 함께 동승한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장면은 할 말이 없어진다
세차장의 기계에서 분사된 물로 전체가 젖어버리는 자동차는 뒷 자석에서 다른 남자의 애무에 흥분을 느끼는 여자로 치환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야하다는 느낌 보다는 입 안에 쇠를 한 가득 물고 다물지도 못 한 채 침을 흘리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를 크로넨버그 감독이 아니면 대체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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