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하는 티셔츠를 하나 샀다.
90년대에 오락실에 드나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파이널파이트' 콜라보 티셔츠다.
친구와 둘이 백원씩 넣고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협력에 우정이 샘솟던 추억의 게임인데,
저 게임화면이 문득 새롭게 보였다.

저 근육질의 콧수염 아저씨는 한 지자체의 시장님인데, 딸이 악당들에게 납치되어서 구하러 가는 길이다.
그리고 첫 번째 보스와 만난 상황이고, 다른 젊은 두 캐릭터가 쓰기 쉬운 기술（짤짤이, 얌생이 등으로 불렸다.）을 쓰기 어려운 시장님은 우직하게 하나씩 상대할 수 밖에 없지만 저렇게 수많은 적에 둘러쌓이면 필살기를 쓰는 것이다. 그럼 저렇게 6명의 악당이라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딸이 태어나고 나서는 그동안 안 봤던 리암리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 시리즈를 봐야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마음으로, 내 딸을 이 세상에서 구하고자 하는 아빠의 마음이 끓었다.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 많은 적도 기세좋게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열정이 돈다.
세상이 아무리 엉망이라도 '덤벼라, 세상아!' 하며 싸워가자. 게임 타이틀처럼 내 마지막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티셔츠 한 장에 끓어오르는 부정으로 오늘도 힘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