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더러울 뿐이지만, 내일의 나는 먼지에 불과하다"
<네크로맨틱> 이라는 제목의 '시체 애호증' 을 다룬 요르그 뷰트게라이트 감독
이번엔 살인마의 짝사랑 이야기를 들고 온 걸 보면, 이 감독의 취향이 독특한 건 정말 확고한 사실인 듯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화는 단순히 가볍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무미건조하게 고어씬을 연출하면서도 그 안에 은은하게 깔려있는 각 장면들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연출력 하나는 그래도 인정해줘야 할 감독인 건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옆 집에 사는 매춘부를 사랑하는 택시 기사 슈람. 하지만 볼품없는 자신의 모습과 직업에 회의감을 가지며 살던 어느 날
끊임없이 자신의 신체가 끔찍하게 훼손되는 환상을 보더니 급기야 자신의 집에 찾아온 전도사들을 살해하게 된다
영화는 슈람이 전도사를 죽인 이후 뒤처리를 하는 모습부터 보여주더니, 이내 시간과 장면을 뒤틀어 영화 속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트린다
분명 누군가에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하며 잔인한 영화임이 틀림 없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감독은 고어씬 하나에도 자신만의 작법으로 의미를 넣는 걸 멈추지 않았고,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도 그런 점이었다
나는 '대체 호러 영화 같은 걸 왜 봐?' 라는 질문에
'호러 영화에도 현실 비판이나 감독의 메세지 같은 걸 담을 수 있다' 라는 대답을 하고는 하는데, 그 대답에 예시로 들기 가장 좋은 영화가 바로 요르그 뷰트게라이트 감독의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영화는 고어 영화임에도 어딘가 슬픈 느낌이 가득했다
분명 슈람은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자기 혐오와 파괴적 충동은 본인의 신체가 훼손되는 환상으로 보여주며
급기야 자신의 성기에 못을 박는 그 유명한 장면은 스스로 남성성의 거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슈람의 서랍에서 나오는 여성의 음부에 이빨이 달린 듯한 기괴한 생명체는 그가 가진 여성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는 자신감 결여로 인한） 의 형상이겠지
결국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 "오늘의 나는 더러울 뿐이지만, 내일의 나는 먼지에 불과하다" 라는 말은 자기 자신을 바라본 슈람의 자조적 한탄이 아닐까
짝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굉장히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을까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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