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호러 영화는 마치 '여름 시즌 상품' 같은 느낌이다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 입장에선 이게 상당한 불만이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애초에 비주류인 호러 영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디 쉬운 일도 아니고
그런 한국에서 '고어 영화' 를 만든다? 이건 오로지 하나 뿐이다
흥행이고 나발이고 ㅈ까를 외치면서 마이 웨이를 걷는 것
그런 의미에서 김진원 감독의 <도살자>는 상당히 반가운 영화였다
오프닝 크레딧도 깔끔하게 씹어 넘기고 시작되는 영화는 외국의 어지간한 고어 영화 싸대기를 후려치는 수위를 가지고 있다
신체 절단은 기본이고 희생자의 머리 위에 달린 액션 캠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관객과 희생자들을 하나로 묶어
그들의 공포와 고통을 피부로 와 닿게 만드는 연출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관객이 영화의 흐름으로 눈치챌 수 있는 건 악역들이 스너프 필름을 만들어 외국에 판다는 것
그리고 영화 속 희생자들에게 꿈도 희망도 탈출도 꿈꿀 수 없는 말 그대로 ㅈ되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
내가 마지막으로 본 제대로 된 한국 고어 영화가 뭐였더라,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박재범 감독의 2000년 작 <씨어터>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뭐 그것도 비디오로 봤던 거고 20분이 잘려 나가서
제대로 된 감상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_-
후반부 개연성의 상실이 좀 눈에 거슬리는 흠이긴 하지만 뭐 어떠하리
호러 영화의 불모지에서 이 정도 연출을 가진 영화가 나왔다는 것 하나 만으로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지 아니한가 싶다
p.s 근데 감독의 이후 영화인 <암전> 은 어째 평가가 처참해서......한번 볼까 싶다가 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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