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직후） "타인의 죽음으로 살지 않는 삶은 어떠한 삶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욕망과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
누군가 그것을 취향이라고 피력한다면 존중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지만 그래도 이해와 존중은 엄연히 다른 것 아니겠는가
요르그 뷰트게라이트 감독의 <네크로맨틱> 이라는 영화도 마찬가지 같다
어디 가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은 커녕 이 영화에 대한 내용만 말해줘도 아마 상대방에게 최소 3초 이상의 변태 새끼 아닌가 하는 의심과 경멸이 가득한 눈초리를 받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랑에 대한 존중' 어쩌고 했다는데....솔직히 그것까진 모르겠고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관계의 단절, 그리고 죽음과 삶의 굴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이 감독 영화의 특성상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라고 하기엔 이 영화가 가진 텍스트가 절대 가볍지 않기도 하고）
솔직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영화 속 시체를 가지고 남녀가 서로 물고 빨고 핥고 하는 장면이 영 거북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시체'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대인 관계는 무엇인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해보자
냉정하게 말해서 대인 관계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기분과 취향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등등을 조율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야 콩깍지가 눈에 껴서 그렇다, 라고 넘어 갈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설렘은 익숙함으로, 다시 익숙함은 식상함으로 변질된 뿐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내가 화를 내고 떼를 쓰고 무엇을 싫어하든 그냥 일방적으로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존재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무엇보다 편리하고 편협하며 뒤틀린 관계성
결국 영화 속 커플이 헤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게, 예정되어있던 수순일 것이다
커플이 시체와 뜨거운 （?） 사랑을 나누고 식사를 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요리해 먹는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다른 동물의 죽음으로 나의 생명을 연장하는' 작업이다
（이게 나쁘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냥 그 행위 자체가 그렇다는 것일 뿐）
여기서 영화 첫 시작의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타인의 죽음으로 살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엔딩에서 주인공은 결국 자살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주인공이 보았던 도살된 토끼의 영상이 역재생을 하며 토끼는 새로운 탄생을 맞이한다
주인공의 죽음, 그리고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토끼
어쩌면 감독은 삶 속에 존재하는 죽음과 탄생, 정확히는 '죽음과 그 죽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사랑' 이라는 관점으로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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