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남자의 자존심 대결





필자는 원래 자존심이 강한편이다.

때문에 쓸데없는 것에 투지를 불사르며,

쓰잘데기 없는 대결에서

꼭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난 별로 착하지 않기때문에

교활한 방법으로 이기는걸 좋아한다.

-_-



예를 들어 팔씨름을 할때

상대방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밑에서 발로 부랄을 찬다든가-_-

발가락으로 곧츄를 간지럽히는 등의

기깔스러운 짓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한번은

여성과 팔씨름을 했을 때

여성의 부랄을 차려다가

아무리 찾아봐도 부랄이 없어서

어이없게 팔씨름에 진적도 있었다.






물론 농담이다.

-_-





아무튼 학교를 다니던 중에

왠 이상한 녀석과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는데

그 발단은 이러했다.



우리 학교의 강의실중에

영화관처럼 팔걸이가 2인당 하나로 되어있어

다소 상대방과의 전투를 유발시키는

조낸 개 같은 강의실이 있는데



전공 과목 수업이 아니라

일반 교양 수업이라

얼굴을 모르는

여러 학과에서 온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자리였다.



문제는 왠 머리에 나사를 9개정도 잃어버린듯한

정신줄 놓은 한 사내녀석이

요망스럽게도 자꾸 내 옆에 앉아서

내 팔걸이를 탐내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젖-_-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수업듣는데 팔걸이 한쪽 없다손 치더라도

별 불편함없이 수업을 들을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녀석이 꼭 다른 방향의 팔걸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팔걸이만 노린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이 확실하다면

이 정신나간 녀석은

나에게 도전을 해오는 것임이 틀림 없었다.

-_-



자, 그럼 이제 이 녀석을 어떻게 이겨줄까.



매주 2시간씩 있는 이 강의에

그녀석은 항상 내 오른쪽 자리에 앉아서

내 오른쪽 팔걸이를 점령해버렸고,

난 은근슬쩍 내 오른팔을 오른쪽 팔걸이에 얹어서

조금씩 힘을 주며 그녀석의 팔을 밀어냈다.




그렇게

약 5분간 아주 조금씩

그녀석의 팔을 밀어낸 결과

놀랍게도






그녀석은 전혀 팔을 비켜주지 않았다.

-_-



강한 녀석이었다.

십알놈..




그러다가 그녀석이 갑자기 팔이 뻐근했는지

기지개를 하는순간에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가 낼 수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재빠르게 팔걸이를 점령해버렸고

그녀석은 왼팔을 어디다 둬야할지몰라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내 오른쪽 허벅지위에 얹어놓고

내 사타구니를 연신 주물럭거리며

얕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악하악'

-_-






농담이고,

자리를 뺏긴게 억울했는지

내 얼굴을 강렬한 시선으로 야려보았다.



난 그 전투력에 풍만한 눈빛을

애써 무시한채 수업에 집중하는 척을 했고,

30분정도를 그렇게 버티자

나 역시 오른쪽 팔에 슬슬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기지개를 존나게 켜고 싶어졌다.

-_-



하지만 내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팔걸이를 뺏길 수는 없었기에

쉬는 시간이 돌아올때까지

그렇게 계속 버텨나갔다.



그리고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찾아왔고,

나는 잠시 자판기로 가서

커피 한잔을 뽑아와

제 자리에 앉았다.



예상대로 그녀석은

다시 내 오른쪽 팔걸이를

점령한 상태였다.






정말로..

하늘이 인정할만한..




진정한 개새끼였다.

-_-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뽑아온 커피를

오른쪽에 약간 남아있는 팔걸이에

올려놓았고

그녀석은 나를 의식했는지

팔걸이에 올려놓은 왼손에 힘을 주다가

내 커피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커피잔에 있던 따끈한 커피들은

공중을 떠다니다가

책상밑에 자리해있던

그녀석의 책가방속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쏙~ 들어가버렸고



그 완벽하고도 오묘한 도킹의 모습에

난 탄성을 질렀다.








천상 : 내 스타벅스 커피값 4000원 내놔!!









그녀석 : 이 종이컵은 아무리봐도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컵인데?

천상 : 쳇, 그래도 소중한 책가방이 다 젖어버렸으니까 4000원 내놓으셈.

그녀석 : 다 젖어버린 책가방은 아무리봐도 내 책가방인듯.

천상 : 우왕ㅋ굳ㅋ









다음 강의시간때 그녀석의 책을 보니

도저히 그 책을 그대로 쓸 수 없었는지

새 책을 마련한 것같아 보였다.

참고로 2만5천원짜리 책이었다.



-_-






이제 오른쪽 팔걸이는

얌전히 그 놈한테 양보해줘야지

잇힝

-_-






결론 : 쓰잘데기 없는걸로 괜히 싸우다가 피보지 말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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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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