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술 잘 마시는 그녀들






필자는 현재 화학과 생물학에

수년간 매진해오며 학업을 쌓아온 나름 -_- 학력자이다.

내가 배운바로는, 그리고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 근거로는

술을 잘 마시는 정도는 체질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학적, 객관적인 측면에서만 봤을 때,

주량이란 거의 완벽하게 체중에 비례하고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절반정도밖에 못 마시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게 과학적인 면에서만 살펴보았을 때의 진실이다.

그러나.

도대체 왜 내 주변엔

이런 과학을 역행하는 여성들이 많은것인가

-_-;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려보다가,

무참히도 과학을 역행했던 과거 몇몇 여인내들을

다시금 떠올려보려고 한다.





1. 레벨1의 그녀 - 유진.

그녀를 처음 만난건 종로 피맛골의 어느 한 술집이었다.

당시 동호회 모임으로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모임 회원으로 보이는 한 아가씨가 눈에 띄었다.

체구는 나보다 훨씬 작았고,

단발머리에 수줍음을 굉장히 많이 타는 그녀였던 걸로 기억한다.

난 어색한 분위기를 다소 희석시켜보고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천상 : 저..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이네요.

유진 : 아,안녕하세요^^;

천상 : 저는 천상이라고 합니다. 21살이구요.. 그쪽은..?

유진 : 저는 유진이라고 하구요.. 24살이니까 제가 누나네요^^;

천상 : 아;; 그렇네요..

유진 : 내가 말이니까 누나 놓을게^^

천상 : 네? 뭐라구요?

유진 : 아차차.. 누나니까 말 놓을게-_-;



-_-



그녀는 약간 취해서 그런지

정신줄 놓은 미친여자처럼 보였다.

-_-




천상 : 숫기가 없어서 혼자 술만 들이키셨나보네요.

유진 : 예.. 제가 좀 숫기가 없어서..^^; 숫기가 없지만 대신 암기가 많죠..

천상 : 뭐라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디사세요?

유진 : 나 건대살지!! 헤헤!!




존대말을 했다가 반말을 했다가

이리저리 반복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 년은 정신나간 년이 확실했다.

-_-



천상 : 아하하.... 저도 집이 그쪽인데 나중에 밥이나 한ㄲ..

유진 : 꺆!!! 그럼 나중에 나랑 심심할때마다 술이나 퍼마시면 되겠다!!

천상 : 술먹자는게 아니고 밥이나 먹ㅈ..

유진 : 우리 둘이 모여서 가끔씩 술이나 쳐먹죠!! ^^

천상 : 그게 아니라 밥을..

유진 : 술 먹자 술!!

천상 : 에라이 술에 환장한 년아

유진 : -_-;;





이 뒤로 가끔씩 그녀와 연락을 하면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건 술 마신거 외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얼굴이 보고 싶어서도 아니고

단지 술이 고파서 가끔씩 얼굴을 마주했던 그녀였다.




2. 레벨2의 그녀 - 정연.

레벨1의 그녀인 유진이가 단지 술을 좋아하는 부류라고 한다면,

정연이는 술을 좋아하면서 잘 마시는 부류에 속했다.

정연이와의 첫만남은 마치 다단계 피라미드 업체와 같았다.

뭔 소리냐고?




정연이는..





유진이가 소개시켜줬다.

-_-




유진 : 천상아, 내 친군데 어때? 술마실때 같이 놀면 좋을거같아서~

천상 : 아, 안녕하세요;;

정연 : 네 안녕하세요? 술을 그렇게 잘 드신다면서요?






이 미친년이

헛소문까지 퍼뜨리고 다녔나보다.

-_-




천상 : 저 술 못합니다만?

정연 : 에이~ 뒤로 빼시긴~ 오늘 유진이랑 이렇게 셋이 모였으니까 한잔해요!!

천상 : 네 뭐 그러죠^^;



'짠~'



유진 : 이렇게 셋이 모인것도 인연인데 한잔하자!!

천상 : 그.. 그럴까?



'짠~'



정연 : 우리 이렇게 셋이 모인 기념으로 한잔합시다~

천상 : 그.. 그래야 하나요?



'짠~'



유진 : 우리 이렇게 셋..

천상 : 야이 슈ㅣ발 술 못먹어서 뒤진 귀신들이 간에서 굿하냐!!!




어느덧 눈앞에 쌓인 소주 병은 약 8병..

세사람이 똑같이 나누어 먹었다고 해도

내 주량인 2병은 이미 넘어선 상태였고,



난 2차를 가자고 졸라대는 그녀들에게

나에게 술을 더 먹였다간

당신들 앞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겠다는 협박을 날리며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다.

-_-



그리고 그날 집에 가면서 몸을 제대로 못가누는 바람에

처음으로 노상방뇨란걸 해봤다

-_-

독한 것들...




3. 레벨3의 그녀 - 라희.

레벨1의 그녀 - 술을 좋아하는 그녀.

레벨2의 그녀 - 술을 좋아하고 잘마시는 그녀.

그렇다면 과연 레벨3의 그녀는 왜 레벨 3인것일까?

그녀는 술을 좋아하고 잘마시면서 못마시는척 내숭이 심했다.

-_-



이 누나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종로에서 술을 한잔 먹게될 기회가 생겼는데

갑자기 이 누나께서 술대결을 하자고 하잖은가.

그동안 내가 여인내들에게 몇번 진적이 있긴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누나는 술을 못마시는 여자였고,

또한 여성에게 술로 진다는게 굉장히 싫었기 때문에

한판 해보자고 덤볐다.









그때 왜 덤볐을까

이 똘츄야

-_-



라희누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소주 한병을 먼저 시켰고,

천상 : 안주는 뭘로 할까?

라희 : 맥주

천상 : 헐



이때부터 뭔가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둘이서 소주를 한병정도 비웠을 때

라희누나는 힘겹다는 듯이 얕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라희 : 지.. 질 수 없어!! 아.. 근데 좀 어지럽네..

천상 : 우훗

라희 : 우.. 우리 이제 그만할까?

천상 : 그만하긴 뭘 그만해 슈ㅣ발 여자한테 술로 이길 절호의 기횐데!!





그렇게도 여자한테 술로 이겨보고 싶었더냐

진짜 한심하다

븅삼 머저리같은 새끼

-_-



술은 두병을 거쳐 세병, 그리고 네병까지 비우게 되었고,

그럴때마다 라희누나는 힘들다고, 자신이 질것같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잘 버텨나갔다.

그럴때마다 난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술을 한잔 한잔씩 더 마셔나갔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술이 약한척 했던 그녀의 모습은

모두 연기였다는 사실을..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왠 낯선 여관방에

나 혼자 널부러져 있었고,

그 옆엔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앞으로 까불지 마라 ㅋㅋ 몸매 구경 잘 하고 간다~'



그제서야 난 내가 상의를 벗은채 자고 있단 사실을 알았다.

에이 슈ㅣ발.

난 원래 잘 때 옷을 꼭 입고 자는 습관이 있단 말이다!!

내가 정신 못차릴 정도로 술 먹여 놓고

정작 그녀는 정신 멀쩡한 상태로

날 데리고 여관까지와서

내 웃옷을 강제로 벗기고 구경까지 실컷 하다 갔던 것이다.



더 큰일-_-이 벌어지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자로서 이 굴욕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나에게 주량을 물어보면

혼자 조용히 구석탱이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곤 한다.




에라이 븅신.

-_-







Fin.











자비를 베푸셔서 3초 투자하여

추천한방 날려주신다면

3년간 행복해지는거 아시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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