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인간의 귀차니즘에 대한 보고서










필자의 글을 많이 읽어보신 분이시라면

아마 지겹게 들어서 알고 계실 것이다.



필자는 운동 매니아고,

그 중에서도 헬스를 즐겨하는 편이며;

다년간의 헬스 경험이 있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헬스를 시작하게 된 곳은 바로

집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체불명의 이름모를 동네 헬스장-_-이었는데

헬스장 앞에 붙여져 있는

[한달 5만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대와

본관 헬스 트레이너의 사진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한 보디빌더 남성의 플랭카드 사진이

나를 매우 떨리고 흥분되게 하였다.



천상 :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얼굴은 매우 평범하게 생겼는데

아니, 오히려 순진하게 생긴 얼굴쪽에 가까운데

몸은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우락부락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참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헬스장으로 들어갔다.



천상 : 계세요~?



이때 왠 작고 말라비틀어진 사내한명이 날 반겨주었다.



사내 : 누구십니까?

천상 : 헬스장 등록좀 하려고 하는데요..

사내 : 아... 제가 바로 이 헬스장 관장되는 사람입니다.

천상 : 아;; 안녕하세요^^;; 근데 트레이너 되시는 분은..?

사내 : 네? 트레이너라뇨?

천상 : 헬스장 앞에 플랭카드보니까 트레이너 사진이라고 보디빌더 사진을 붙여놨던데..



이때 헬스장 관장이라는 사람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사내 : 아하!! 그거 모르는 사람인데요...



-_-;



천상 : 모르는 사람 사진을 붙여놓고 여기 트레이너라고 소개시켜놓으면 어떡합니까....

사내 : 트레이너가 누구건 그게 중요한가요? 제가 트레이너 해드리겠습니다.

천상 : -_-;;; 저..... 다른 트레이너는 없나요.... 실례지만 별로 믿음이..-_-

사내 : 어허!! 이사람이!! 지금 저 무시하는겁니까?

천상 :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사내 : 이걸 보세요!! 이걸 보시고도 그런 말씀이 나와요?



그 트레이너라는 사람은 갑자기 자신의 웃통을 벗어던지더니

자신의 젖-_-근육을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천상 :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별로 멋진 젖은 아니었지만;;

키도 작고, 트레이너치고는 그다지 우락부락한 근육질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에

난 그 트레이너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 트레이너는 헬스장 관장겸 트레이너를 맡고 있었고,

한동안 나를 비롯한 회원들에게 지극정성으로 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천상 : 운동.. 참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네요..^^

트레이너 : 하하;;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할 일인데

천상 : 그래도 유독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트레이너 : 이 헬스장 매입한지 얼마 안되서요... 사업 열심히 해보려고요^^;

천상 : 아... 앞으로 이런식으로만 하시면 틀림없이 회원 많아질거에요~

트레이너 : 하핫.. 그래야죠^^




그렇게 몇달간의 시간이 흘렀고..

난 늘 그래왔듯이

일과후 그 헬스장에 갔다.




천상 : 관장님~ 저 왔습니다!!

'................'

천상 : 관장님 안계세요?

'................'




이상하게도 헬스장이 조용했다.

근데 관장실로 들어가니

트레이너 대신 왠 아주머니가 한분 앉아계셨다.

-_-;



천상 : 누... 누구세요-_-?

아주머니 : 여기 트레이너 마누라되는 사람이요 -,.-;;

천상 : 그..근데 여긴 어쩐 일로..

아주머니 : 오늘 갑자기 출근하기가 귀찮다고 대신 나가라대요 -,.-;;

-_-;



그 아주머니 표정에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황당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결국 그날은 트레이너의 도움없이 혼자 운동을 했고,

매일같이 부지런하게 출근을 하던 트레이너는

어느덧 일주일에 3~4일 정도만 출근을 하더니

시간이 점점 지나가

일주일에 1~2일정도만 출근하게 되었다.

-_-



그러던 어느날..

하던대로 헬스장을 들렀는데

이번에 관장실을 들어가니

트레이너도, 아주머니도 아닌 왠 꼬맹이가 앉아있는게 아닌가 -_-;



천상 : 넌 누구니?

꼬맹이 : 아빠가 저 더러 대신 출근 좀 하라던데요 -,.-;;

천상 : 헐....... 너 몇살인데?

꼬맹이 : 지금 유치원 방학중이요... 쳇.. 놀지도 못하구.. -_-;



상황이 이정도까지 흘러가자

그 헬스장은 이미 트레이너가 없는 헬스장처럼 되어버렸고,

그나마 그 중에서 운동경력이 좀 쌓였던 내가

같은 시간대에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운동법을 알려주면서

트레이너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약 보름동안 얼굴을 보지못했던 트레이너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던 장소는

다름아닌 동네 목욕탕이었다.



천상 : 어라? 관장님 아니세요?

트레이너 : 허허.. 오랜만이네? 천상이구나.

천상 : 요즘 왜이렇게 얼굴 뵙기가 힘들어요..?

트레이너 : 그냥 좀 별로 의욕이 없어서-_-;;

천상 : 근데.. 요즘 운동 안하세요? 몸이 왜그래요?




오랜만에 본 트레이너의 몸은

더이상 예전의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이 아니었다.

그 트레이너가 원래 체구가 좀 작은 편이라

운동을 조금만 쉬어도

근육이 금방 죽어버린것일진 모르겠지만

아무리봐도 그분의 몸은

전혀 트레이너 같아보이진 않았다. -_-;




트레이너 : 넌 요즘 운동 열심히 하는가보구나? 짜식..

천상 : 트레이너란 사람이 회원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면 어떡합니까-_-;;

트레이너 : 후우... 사실은 말이다... 내가 운동을 안한게 아니고.. 일이 좀 있어..

천상 : 아..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트레이너 : 요즘 아버지께서 좀 편찮으셔서 내가 자주 병원에 가서 병수발을 들어야되기는 개뿔 출근하기가 귀찮아 슈ㅣ발

천상 : -_-;;





아무튼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사우나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트레이너와 회원간의 대화이다보니

운동에 관한 대화를 자주하게 되었다.



트레이너 : 가슴운동을 할땐 ;ㅁ냗디냔되샤 하는게 좋아

천상 : 제 생각엔 그거보단 ㄴ너ㅣ댜ㅚㄴ먀ㅗㄴ디 하는게 더 효과적이던데요?

트레이너 : 뭐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해..

천상 : 전 이상하게 다리운동할땐 ㅁ니ㅑ도ㅑㅗ시ㅑㅚ 되는 현상이 있더라구요..



그때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아저씨가

자기도 운동에 무척 관심이 있다는듯이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저씨 : 어이구~ 저도 예전엔 운동좀 했었는데 무슨 대화들을 그렇게 기깔나게 하시나?

천상 : 아.. 그냥 이런저런 잡담이죠 뭐^^;

아저씨 : 보아하니 트레이너이신거같은데, 이 뱃살좀 넣으려면 어떡해 해야합니까?

트레이너 : 음.... 뱃살 넣는데엔 ㅁ;니댜ㅗ신ㅁㄴ;ㅣ 운동이 좋습니다.

아저씨 : 아니.. 난 그쪽말고, 저 트레이너 선생한테 여쭙는거요-_-ㅋ

트레이너 : 제가 트레이너입니다만..

아저씨 : 그럼 저 사람은?

천상 : 전 그냥 헬스장 회원이요-_-ㅋ

아저씨 : 근데 왜 둘이 몸뚱아리가 바꼈어??




근데 왜 둘이 몸뚱아리가 바꼈어??

근데 왜 둘이 몸뚱아리가 바꼈어??

근데 왜 둘이 몸뚱아리가 바꼈어??

근데 왜 둘이 몸뚱아리가 바꼈어??

...................



이날 트레이너로서 최대의 굴욕을 받고

충격을 심하게 먹은 나머지

트레이너는 다음날 부터 다시 열심히 출근해서

운동을 하게 되었고..

가까스로 트레이너다운 몸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다.

-_-







트레이너라고 하기엔 너무

저주스러운 신체조건을 가지고 계셨던 그분..

제가 헬스장을 관두고

집에서 운동하면서부터

못뵌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잘 지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2008년..

아직 새해 초기입니다.

새해 여러가지 목표들이 있으시겠죠?

행여라도 저분처럼 초창기에만 의욕을 불태우다가

점점 사그라드는 일은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귀찮다고 생각하지말고 모든일에 의욕을 가져보시길^^



Fin.









자비를 베푸셔서 3초 투자하여

추천한방 날려주신다면

3년간 행복해지는거 아시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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