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우리나라 영화가 칸느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국뽕 넘치는 기사를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나라 뉴스는 불타올랐고 나도 거기에 함께했다
한 평론가가 "작년 수상작도 모르는 그정도 되는 영화제이다"라는식의 인터뷰를 했지만
그게 뭐 어떠랴

주모! 여기 국뽕 한사발 추가요!!

그러나 많이들 알고 있듯이 영화의 예술성과 재미는 별개이다
취화선을 비롯하여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탄 한국 영화가 여럿 있었으나
다들 흥행 자체는 참패를 했다.

그리고 그런 예술 영화들을 볼때마다
현대예술이 대중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자주 들었다.

하지만 봉준호는 달랐다.
영화제가 끝나고 귀국을 하면서
여러 인터뷰가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 둘 국내 개봉에 맞춰 기생충을 보았다.
그렇게 하나 둘 쌓이면서 나오는 평가들

재미있다, 씁쓸하다, 다시보고싶지는 않다 등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영화에 대한 편견들을 부수는 영화

하지만 일년에 영화관 한 번 가면 많이 가는 나로서는
영화관까지 발걸음을 움직이기에는 엉덩이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비록 집에서 영화관까지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음에도
보러가야지 보러가야지 하는 동안
영화는 1000만 관객을 찍었고
개봉관은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던 2020년 아카데미 수상을 기대한다는 말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오스카 레이스니 뭐니 여러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기생충 국뽕이 불기 시작했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기사들과 수상이 기대된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와중에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
물론 2019년에도 여러 나라에서 국제영화상 등등 여러 수상을 했고
나무위키를 찾아보면 더 많은 수상 기록이 나오지만 소위 말하는
"세계무대"에서의 수상은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 오스카 수상이 아니겠는가

아카데미 4관왕 직후 다시한번 국내 언론은 국뽕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나 또한 국뽕을 들이마시며 외쳤다

주모!! 소리벗고 바지질러!!!!

그러다가 재개봉 기사를 보게 되었고
시간이 남는김에 내일 영화나 볼까 하고 검색을 해 봤더니
마침 당일 다섯시에 딱 맞는 상영관이 있어서
예매를 하고 털레털레 걸어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재개봉이라서 더 저렴해진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예매 비용은 5000원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오후 5시인데 저렴한 값에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영화의 처음 시작은 반지하 가정집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반지하보다 더 반지하스럽게
평균적인 반지하 집의 안좋은 부분들을 다 모아서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실직한 가장 장기 수험중인 장남과 미대 준비하다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딸
안타까움의 모음 오랜기간 수험을 준비 할 수 있었던 것과 미대를 준비했다가 포기한 모습을 보아하니
몰락한 중산층 그 이상으로 보였다. 특히나 금수저 친구를 둔 모습을 보아하니
영화에서 직접 말하지는 않았으니 상류층에 가까운 중산층이 아니었을까 한다.

소소한 코미디 속에 녹아들어가있는 적절한 긴장감
부자에 착하기까지 한 과외집 사모님을 속이는데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 속에서 나오는 코미디
코미디 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슬랩스틱과
슬랩스틱에서 스릴러로 넘어가는 아니 스릴러에서 공포로까지 넘어가는 모습들
다시 코미디로 돌아와서 다시 스릴러로 장르를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결국엔 파국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왜 다시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지 깨달아가는 내 모습

지금 반지하 원룸에 살고있는 내 모습과 겹쳐보이는 네명의 가족
처음 반지하 원룸 이사왔을 때 느꼈던 곰팡이 냄새
익숙해진 지금은 그 곰팡이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지금도 본가에 일주일정도 갔다가 오면 곰팡이 냄새가 다시 코를 찌른다.

작중 다혜 아빠가 말하는 냄새
냄새가 선을 넘는다는 말이 내 가슴속을 깊이 파고 들었다.

소소하게 재밌으면서 소소하게 가슴을 파고들고
소소하게 가슴에 비수를 찌르고
하...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치 내 모습을 보는것만 같았다.

재밌고 잘만들어졌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영화에 대한 편견을 깬 명작 영화
하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그런 영화

우스개소리로 해운대야말로 진정한 천만영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재미가 너무 없어서 두번 본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이제는 좀 바꿔야 하는 말이 되었다.

기생충이야말로 진정한 천만영화다
재미도 있고 슬픔도 웃음도 있고 스릴도 있으면서 두번다시 보고싶지는 않은 영화
그래서 두번 본 사람도 별로 없는 진정한 천만영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