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더러운 인상의 최후







필자는 불과 6년전만 하더라도

여느 학교와 학급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힘없는 모범생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공부와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세상보는 눈 좁은 한마리 쪼다였기 때문에-_-a

공부나 조금 할 줄 알았지,

사람들앞에 나가면 어딜가나 늘 놀림받는

한마디로 힘 앞에서의 약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대학교를 가게 되고

더이상 공부라는 것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게 되었을 때,

난 운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20살의 나이에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헬스를 하고 나니 정말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몸도 개운해졌고,

체력도 많이 자랐으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어

고등학생때보다 더 밝은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헬스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때부터 내 외모가 폭삭 늙어가기 시작했다.

-_-



어느 정도였는지 그 예를 들어보자.

고3때 수능이 끝나고 （19살때） 친구녀석과 같이 동네 영화관에 가서

19금 영화를 보기위해 표를 끊으러 카운터 앞에 갔었다.

천상 : 셰..셱즉시공 두개요^^

종업원 : 그 영화는 19금인데요

천상 : 저 19살입니다.

종업원 : 신분증 좀 보여주실래요? 중학생같은데요?

천상 : 예? 아놔.. 지금 수능시험보고 온 사람한테 중학생이 뭡니까?

종업원 : 암만봐도 중학생이상으론 안보이는데요..



19살때 중학생 취급을 받았던 나.

그리고 1년뒤, 내가 20살때였다.

그때 역시 한창 유머글을 쓰고 있었을 때였는데

유머글을 좋아해주시는분들끼리 모여서 모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왠 귀엽게 생긴 여고생 회원이 나를 보더니

여회원 : 천상님은 몇살이에요?

천상 : 몇살로 보이는데요^^?

여회원 : 음... 솔직하게 말해도 되요?

천상 : 하하 그럼요^^ 근데 사회생활 잘하려면 좀 잘 생각하셔야..

여회원 : 음.. 한 27살 정도?

천상 : 네?

여회원 : 좀 낮춰부른건데;; 29살같다고 하면 기분 상해하실까봐..

천상 : 후럴!! 이런 썅갓나 가스나를 봤나-_-

여회원 : -_-;;



그렇다.

19살때는 16살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20살때는 27살의 외모를 가지게 된 것이다.

누가 나에게 잃어버린 10년을 좀 되찾아줬으면 좋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그것도 인생의 황금기인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10년은

내 인생에서 도대체 어딜가면 찾을 수 있단 말인가..

-_-;



아무튼;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체격도 좋아지게 되고,

게다가 얼굴까지 급 늙어버린 탓에

의도하지 않게

내 모습은 상당히 험악해져버렸다.



그러나 쉽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고등학교때의 그 찌질한 모습만큼이나 한심했던

내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이었다.



얼굴과 몸집은 험악해질대로 험악해졌지만

마음만은 아직 순수 소년을 가진, 내 모습은

마치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에서

외모는 수준급으로 아름다워졌지만

마음만은 뚱뚱했던 시절 상냥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영화 주인공의 모습과도 흡사 비슷했다.

물론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간 탓에

얼굴만큼이나 성격 또한 험악해져버렸지만-_-;

적어도 몇년 전까지만해도 그렇지는 않았었다.







2006년 6월.

군 복무를 막 마치고 학교에 복학하기 전

용돈벌이나 해보자는 심산으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암경기장에서 한국 대 스위스의 월드컵 중계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였다.

그 곳에서 음식물 판매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아시다시피 그 당시 주심의 오심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더랬다.

그래서인지 본인도 모르게 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생인 나한테 몇몇분이 짜증을 내기 시작하셨다.

-_-;



손님1 : 여기 맥주 한캔 줘봐.

천상 : 죄송하지만 맥주는 캔으로 판매되는게 금지되어있구요, 컵에 따라드릴게요.

손님1 : 맥주는 캔으로 먹어야 제맛인거 몰라? 캔으로 내놔.

천상 : 어찌되었건 상부 지시가 그러하니 제 맘대로 판매할 수는 없어요^^;

손님1 : 아 뭐 이런 X만한 종업원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깝쳐?

천상 : 아 시발놈아 그래서 어쩌라고.



이때 머리의 뚜껑에 잠겨있던 자물쇠가 풀렸고,



손님2 : 과자 맛있는거 하나 줘봐.

천상 : 음, 제가 추천해드릴만한건 삼진볼, 포세이돈칩, 세워깡 정도?

손님2 : 우와와와와왕 내가 다 싫어하는 것들이잖아!!

천상 : 그럼 손님께서 직접 골라보세요^^

손님2 : 난 과자 잘 못 고르는데..

천상 : 그럼 이 과자는 어떠세요?

손님2 : 우와와와와왕!! 내가 싫어하는 거잖아!!

천상 : 그럼 저 과자는요?

손님2 : 우와와와와왕!!! 그것도 내가 싫어하는건데!!

천상 : 우와와와와왕 시발새끼야!!



이때 머리의 뚜껑이 열려버렸다.

-_-



아무리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열대야가 판을 치던 한 여름이었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경기장이었기 때문에

날씨가 굉장히 후덥지근하게 느껴졌고

게다가 여러모로 손님들이 날 짜증나게 하다보니

나 또한 열이 받아서 화를 좀 식히고자

잠시 유니폼을 벗고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천상 : 후우..........



판매장이 꺼질듯한 깊은 한숨..

안면 근육을 씰룩거리며 잠시 분을 삭히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판매장내의 분위기가 숙연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주변 대부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슴쪽이 굉장히 시원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천상 : 음? 뭐지?



바닥에 뭔가가 굴러다니길래 줏어보니

내 반팔 셔츠 단추들이었다. -_-



분을 삭히고자 유니폼을 잠시 벗고 심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내 가슴쪽 단추 부분이 찢겨져 나가버린 것이었다.

단지 피부색이 초록색이 아니었을 뿐,

그 모습은 마치 헐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군 전역한지 얼마 안된 때였기 때문에

얼굴엔 고생의 흔적으로 인해

더러운 인상이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고,

괴물이 옷을 찢어버리듯 과격하게 풀어헤쳐진 옷 속에

군대에서 얻은 몸쪽의 각종 상처들이

날 더욱더 괴팍하게 보여주는데 한몫을 거들었다.

-_-



군대 가기전에 쫄티처럼 꼭 맞게 입었던 셔츠였으니,

군대에서 과한 운동으로

약간 근육을 더 불려서 제대한 그때 당시

단추가 튕겨져 나가버리는 일은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난 그렇게 강렬한 카리스마를 남긴 채,

아,르바이트 주최자로부터 미친놈이란 소리를 듣고

일하던 중간에 쫓겨나야했다. -_-;



그리고 지금은 다이어트를 약간 하고

헐크같았던 몸을 조금이나마 정상적으로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살아가면서 고생한 흔적이 누적되서 그런지

30살같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_-



아직도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조금 움츠려드는 경향이 있다.

그럴때마다 난 말한다.

비록 내가 생긴건 조폭이어도 성품 하나는 유순하다고.. ^^

그리고 그럴때마다 그들은 말한다.

그 말을 믿느니 차라리 파리가 똥을 끊었다는 말을 믿겠다고.






-_-







시발






Fin.











자비를 베푸셔서 3초 투자하여

추천한방 날려주신다면

3년간 행복해지는거 아시죠?

-_-



필자의 생김새가 궁금하시면 카페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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