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형님의 애인과 하루밤을 보내다 -상-



예전에（약 5년전） 썼던글을 새로 각색한 글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처음으로

웃긴대학 사이트에서 했던 정모에

참석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을 때니

아마 2002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이때도 나는 유머글에 글을 쓰고 있었고,

웃긴대학이 생긴이래 약 3번째의 정모가 되는 이 자리는

나 이외의 유머글 작성자 분들과 독자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실제로 얼굴을 맞대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유머 사이트 게시판에 유머글을 올린다고 해서

이런 표현을 쓰는게 부끄럽긴 하지만

편의상 다른 마땅한 표현단어가 없기 때문에

웃대 유머게시판에 글을 쓰는 사람들을

지금부터 통상적으로 웃대 유머작가라고 부르겠다.






약속장소는 종로였고,

시간에 맞춰서 약속장소로 나가보니

한자리에 모여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웃긴대학 회원 분들이 보였다.






천상 : 저.. 여기 혹시 웃긴대학 정모.. 맞나요?

여성회원 : 네! 근데 뉘신지...

천상 : 아, 맞군요^^ 저는 유머게시판에 글을 쓰는 천상이라고 합니다만..

여성회원 : 아.......

천상 : ^^;

여성회원 : ...........

천상 : ..........?

여성회원 : ...........

천상 : ...........;;

여성회원 :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시죠?

천상 : 아..아닙니다; 뻘쭘하네요-_-

여성회원 : ................

천상 : .........;;;

여성회원 : ...............

천상 : .........

여성회원 : ...............

천상 : ......;;;

















천상 : 사람이 말을 하면 대꾸좀 해 샹뉀아

여성회원 : -_-






이때 모인 사람들은 대략 20명 안팎이었고,

이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180센치 정도 되는 키에

몸무게는 100키로가 훨씬 넘어갈 듯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깍두기 머리의 한 형님이었다.








천상 : 저.... 실례지만 누구신지..

깍두기 : 아.. 저는 웃대 작가중 한명입니다^^;

천상 :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죠?

깍두기 : 무식무옥이라고...

천상 : 아...









천상 : 제발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깍두기 : ??

천상 : 부탁드립니다. 저의 모든걸 다 드리겠습니다. 순결까지도.

깍두기 :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다행히도 이 깍두기형님은

외모와는 다르게 선한 성격을 가지신 분처럼 보였다.







무식무옥 : 그나저나,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죠?

천상 : 네, 저는 천상이라고 합니다.

무식무옥 : 아~ 유머게시판에 글 쓰던 분?

천상 : 네^^

무식무옥 : 앞으로 같은 게시판에 글쓸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볼까요?

천상 : 그럼 저야 영광이죠..








나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나 등 뒤에선 식은땀이 쓰나미처럼 흘러내렸다.

-_-






1차로 작가들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은

호프집으로 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들을 하고

본격적으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는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일 뿐더러

이당시 아직 고등학생의 신분이라

술을 마셔본적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건배를 할때마다

슬슬 뒤꽁무니를 뺐는데

아니나다를까

강렬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고 계신

무식무옥 형님께서 갑자기 내 옆으로 오더니






무식무옥 : 우리 동생도 한잔 해야지?

천상 : 하하, 형님.. 제가 술을 잘 못..

무식무옥 : 이 형님이 술을 한잔 따라줄랑께.. 마시고 나도 한잔 줘.

천상 : 제가 술을 잘 못..

무식무옥 : .........







갑자기 형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건 마치 소나 돼지를 잡기 직전의

도살자처럼 매우 가파르고 습진 숨소리였다.

-_-






천상 : 오늘 갑자기 술이 입에 착착 붙네요.. 본드라도 발랐나여?

무식무옥 : 암, 그래야지.





형님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게

고막이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한명의 여성 회원이



여성회원 : 오빠, 우리도 건배한번 해야지?

무식무옥 : 허허.. 그려그려.. 우리 이쁜이♡





-_-;






알고보니 저 여성회원은

무식무옥 형님의 애인되시는 분이었다.





천상 : 애인되시는 분이 아주 미인이시네요^^

여성회원 : 어머, 오빠. 지금 이남자가 나 꼬시는거 같은데?

무식무옥 : -_-^

천상 : 아..아닙니다-_-;;; 추녀시네요.

여성회원 : 어머, 오빠, 지금 이남자가 나더러 추녀라는데?

무식무옥 : -_-^

천상 : 헤헤;;아..아닙니다-_-;;;;; 그냥 그저그렇게 생기셨네요..

여성회원 : 어머, 오빠, 지금 이남자가 나더러 그저그런 쉬운 여자라는데?

무식무옥 : -_-^

천상 : -_-;;;;;










나더러 어쩌라고 싯팔

-_-







아무튼 나름 핑크빛의 사랑을 꽃피우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지만

왠지 무식무옥형님의 그 눈빛만큼은

살기가 짙어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무식무옥 : 자, 그럼 우리 셋이서 건배한번하지?

여성회원 : 그래, 천상씨도 잔들고 건배한번해요

천상 : 저.. 저는 아무래도 술을 잘..

무식무옥 : -_-^

천상 : 소주를 맥주병에 담아와도 원샷하겠습니다.

무식무옥 : ^^;






웃지마.

더 무서워.

-_-







그렇게 형님과,

그리고 다른 회원분들과 한두잔씩 잔을 비우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한계까지 도달하게 되었고

점점 취기가 올라 세상이 열여섯개로 보이더니

그 자리에서 곯아떨어져버렸다.

-_-














몇시간쯤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왠 낯선 방 한켠에서

내가 잠을 자고 있었고,


내 옆에는 왠 여자 한명이

쌔근쌔근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천상 : 엥? 여기는 어디고 이 사람은 누구지?





주위를 잘 살펴보니

냄새가 퀘퀘하고 습진게

아무래도 값싼 여관같아 보였고,



내 옆에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니

왠지 낯이 익은게..








천상 : 뭐여. 이건 무식무옥형님 애인이잖여!!







좆 됐 군

-_-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일인가..

바로 드라마에서만 봐왔던

술먹고 사고친다는 얘기가 이런 얘기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이면 나를 한방에 죽일지도 모르는 사람의

애인을 옆에 끼고 있냐고!!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난 일단 침착하게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아직까지 경험이 없으니까

술김에 옆에 있는 여자를 어떻게 했을리는 없고..



그나저나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그 누가봐도

이상한 관계로 볼텐데..



이 모습을 무식무옥형님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난 아마 뼈도 못추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한강 위를 떠돌아다니게 되겠지?








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잽싸게 소지품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때 갑자기 내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쳐다보니

발신자 란에는




'존나 무서운 무식무옥'

이라는 살벌한 발신자 이름이 떠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 못난아들 효도 한번 못하고

세상을 먼저 뜨겠군요..





난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






저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저와 좀더 친해지고 싶으신 분들은..

　‥ 『 천상의 네버엔딩 스토리 』 - http://cafe.daum.net/chyun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