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들 때 의외로 우울한 영화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겐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이 그런 영화입니다. 박하사탕은 너무나도 슬프고 괴로운데 마지막의 햇빛을 보는 순간 영혼이 위로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우울할 때 우울을 맞불로 태워주는 영화입니다

요즘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저를 흔들곤 합니다.

이건 글쎄요 우울함이랑은 조금은 다른 느낌이죠.

국어교육을 전공하며 선생님의 꿈을 꾸고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 같아서, 뭐 그런 두려움이 있습니다. 요즘 겨울 냄새가 나니까 외롭기도 하구요.

뭐 그래서 조금 마음을 달래줄 영화를 찾다가 이 영화 테이크쉘터를 보게 됐습니다.

영화는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해서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불안을 겪는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이클 섀넌의 연기가 참 인상 깊다고 생각이 드는데 주인공 커티스가 가진 불안 심리, 그리고 그런 불안이 지속 되면서 겪는 심적 고통들을 정말 잘 표현합니다.

커티스는 계속 악몽을 꾸는데, 그 꿈 속에서 자신이 아끼는 개, 친구 등등 주변사람으로 부터 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자꾸 주변 사람을 멀리하게 됩니다.

거의 병적인 불안증세에 시달리는 커티스는 꿈 속에서 자꾸 나오는 폭풍우에 대비해 방공호를 짓게 됩니다.

하지만 커티스는 불안증세가 점점 커지게 되고, 사람들을 피하다가 나중에는 마치 미친 사람 처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이런 커티스가 겪는 불안은 영화 속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정황상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지 정도는 언급되지만 그게 커티스라는 인물의 불안 증세를 확실히 설명해 줄 수는 없습니다.

이를 조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비하인드를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테이크 쉘터의 감독 제프 니콜스는 오랜 무명의 생활의 끝에 '샷건 스토리즈'로 꽤나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임신을 하게 됐고 굉장히 기쁜 삶을 살아가지만 문득 '내가 가진 것을 갑자기 잃어버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 개인적 불안과 2008년 쯤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사회적 불안의식을 담은 영화입니다.

작중 커티스는 현명하고 굳건한 아내와, 장애를 가졌지만 사랑스러운 딸이 있고 번듯한 직장과 마당이 딸린 넓은 집, 그리고 소중한 벗이 있는 미국의 중산층 인물입니다.

하지만 감독의 경험처럼, 이러한 행복이 한순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 영화속에선 폭풍우로 표현됩니다.

불안에 대한 불안, 그 불안의 강박적인 작용으로 인해 밀실을 만들고, 집착하게 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되면 폭풍의 의미가 관객들로 하여금 모호하면서도 강렬하게 의미를 각기 다르게 느끼도록 연출이 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결말 부분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픈 그런 욕구가 끌어오르게 됩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론 마지막 장면에서 파편화된 개인의 고통을 개인에게 한정시킨게 아니라 거대한 불안은 실재하는 것, 그리고 그 불안이 실재함을 깨달은 커티스는 오히려 안정을 찾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무슨 말인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아실겁니다ㅎ）

요즘 여러분이 겪는 불안은 무엇인가요. 만약 실체가 없는 무언가 때문에 불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결말의 장면을 보면서 여러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