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을 봤습니다. 일단 극장에서 봤다는 빡침이 밀려오네요.

머 벌써 유튜브 리뷰에서 닦이 영화다라는 의견까지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닦이'급이냐? 진짜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장점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이 영화의 장점은 베놈의 비주얼에 있습니다. 일단 간지가 납니다. 적어도 그린랜턴에서나 보여준 그 어설픈 비주얼은 아니란 것이죠.

그리고 톰하디는 그냥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왜냐구요? 톰하디니까요. 멋있고 연기잘하고...

그렇다면 이 영화의 단점이 뭘까요? 각본이 엉망입니다. 영화가 스스로 정해놓은 설정을 다 박살내버립니다.

영화 속에서 심비오트는 유기체와 결합을 하는 외계 생명체로 등장하는데, 이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숙주를 죽이게 됩니다.

즉 적합하지않은 숙주면 이내 숙주가 사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게 상당히 골 때리는 것이 주인공 에디는 머 주인공이니 그렇다치고, 주인공 여친이랑 심지어 개랑도 결합하는데 얘네는 멀쩡하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심비오트와 결합하고 몇 초가 지나자 죽어버리는데요.

영화는 심비오트와 유기체의 결합을 마치 장기이식과 같다고설명합니다. 이에 대한 드레이크의 대답이 아주 가관인데, "그러니까 궁합이 중요하다"란 대사를 칩니다.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린가요; 뭐 어쨌든 장기이식이... 어려운거니까 넘어갑시다.

심비오트에 적합한 숙주를 찾기 어렵다는 설정을 이미 영화속에서 설명합니다. 드레이크는 노숙자들을 데려다가 계속 결합하는 실험을 자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실험자들은 그냥 픽픽 죽어나갑니다. 어쩌다가 안정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죽어버리죠.

근데 그럼 영화시작부터 옮겨다니던 심비오트（라이엇）는 뭘까 싶습니다. 그냥 걔는 원래 잘 붙어다니는 건가요? 궁합이 잘맞으니까?

편할대로 설정을 남발하던 영화는 에디가 심비오트를 얻게 되는 장면도 너무 속편하게 드러냅니다. 라이프사에서 연구를 하던 한 과학자가 비윤리적 실험에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에디에게 연락을 하죠.

처음에 에디는 거절합니다. 경찰에 알리라고. 이미 에디는 드레이크를 건드리고 해고당한 상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과학자 경찰에 알리지 않은 이유가 내 가족이 위험해지니까...였는데 에디한테 알리면 가족이 보호되나요..?

에디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이왕 다 잃은 김에 될대로 되자는 식으로 라이프사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승낙합니다. 이제 과학자와 에디는 무엇을 할까요?

그냥 회사에 처들어갑니다. 뭔 계획이고 나발이고 그냥 갑니다. 그리곤 아주 실험실을 개작살을 내놓는데 이럴거면 그냥 경찰에 알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개연성은 집어던진 이야기가 히어로장르에서 문제되는 건, 관객이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입니다.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지는 이야기는 절대 만들지않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결말을 관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개연성과 센스있는 연출로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와야하는데 이미 영화는 초반부 부터 그런건 갖다 버리고 지들 편한대로 이야기를 해버립니다. 재미도 없고 뻔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이미 예측이 가능한데,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할까요.

성의없는 각본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감독이 히어로 장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딱히 큰 고민은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고결한 슈퍼히어로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영웅의 일대기적 구성을 취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데드풀을 보면서 안티히어로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거나, 다크나이트를 통해 철학적 사유와 인간적 고뇌를 하는 영웅의 모습을 봤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이중인격의 히어로의 모습을 봤구요.

안티,빌런 히어로 특히 베놈과같이 이중인격의 설정은 캐릭터의 설정의 깊이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제가 기대한 지점은 여기였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개연성? 그딴거 다 갖다버려도 됩니다. 진중하면서 어둡고 고뇌하지만 간지가 흐르는 히어로만 그려주면 되는 겁니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완전히 실패합니다. 오히려 베놈을 약간 중2병 기질이 있는 착한놈으로 그려버리죠. 무슨 일본 소년만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베놈의 인격과 에디의 인격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부분을 그냥 편하게 넘겨버립니다. 나도 아싸 너도 아싸니깐 우리는 친구야ㅎㅎ이렇게요. 미쳤나요? 이건 트랜스포머에서 우리가 본 겁니다. 옵티머스식 휴머니즘에 가깝단 생각이 듭니다.

안티히어로라는 소재로 그냥 슈퍼히어로장르에 일본소년만화 조금 끼얹어버리는 흉물이 등장한 겁니다.

어벤져스의 헐크는 조금 개그스럽게 변하긴 했어도 헐크로서의 인격과 브루스 배너로서의 인격이 공존하며 갈등을 그리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고, 그게 헐크가 갖는 본연의 모습입니다.

인물의 속내를 알기 힘든 이중인격의 캐릭터들은 그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극복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툴툴거리고 조금 싸가지 없거나 차갑지만 알고보면 상처가 많고 힘든 인물의 이야기. 영화가 이런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우리는 좀더 매력적인 안티히어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Bad ass란 이런 놈들을 애칭하는 말이겠죠.

베놈은 액션과 비주얼에만 잔뜩 힘을 줍니다. 오토바이 액션은 마치 제이슨본을 생각나게 하는 듯한 박진감이 있고 볼만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야기 전개에서 쓸모가 있는 장면들이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그냥 촬영감독하고 배우들, 스턴트맨들 고생좀 했겠구나 하는 생각.

영화가 캐릭터도 제대로 구축하지않고서 본인 편한 설정만 갖다 붙이다가 에라모르겠다 하고 액션 때려붓고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새로울것도 없고 지겹습니다. 이런구조는 마이클베이가 트랜스포머로 10년이 넘도록 똑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트랜스포머는 눈뽕이라도 충만하죠.

날아간 30분, 무삭제판이 아쉽다고요? 글쎄요. 애초에 영화가 이런식으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없는데 30분 더 추가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습니다.

이상 베놈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