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입소문이 너무 자자해서 방금 cgv가서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소름 돋는 작품은 근 5년, 아니 근 10년간의 작품 중 처음인 것 같습니다.

탄탄한 스토리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가 소름 돋는 진정한 이유는 '연출'에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만한 스토리 언급은 자제하고 몇줄 적어보자면,

영화의 기본 정보란에도 나와있지만 이 영화는 영화 전체가 '고프로'라는 소형 카메라 장비로 촬영됐습니다.

그리고 모든 화면은 우리가 익히 봐오던 프레임 속의 영상이 아닌, 페이스북 유투브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우리가 진정으로 자주 들여다보는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표현돼있습니다.


먼저 고프로에 대해 언급하자면, 이 카메라는 영화용 카메라라고 하기엔 많이 미흡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포커싱 기능이 없거든요. 이 영화에선 단 한번도 포커싱이 제대로 잡힌 영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화면 속 모든 것에 디테일이 주어져있어요. 영화에서 모든 것에 디테일이 주어졌다는 건 그리 좋은 뜻은 아닙니다.

관객의 시선을 인물에 주목시킬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인물 외의 것들은 안보이게끔 가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영화 감독은 시네렌즈의 포커스 조절 기능을 사용해 인물 외의 대상들은 블러（흐림）처리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고프로라는 포커스 조절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면서 그 흔한 기법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너무나도 잘 보여요.


그건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연출법 때문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있는 '프레임'에 그 비밀이 있습니다.

영화는 항상 인터넷 창 혹은 바탕화면 위에 놓인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인물을 비춥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접하는 샷은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이유는, 그 프레임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창, 바탕화면 위 라는 공간은. 관객이 눈을 둘 곳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어져 있는 환경인 것이죠.


영상에서 프레임은 하나의 제약입니다.

감독은 16:9 혹은 2.35:1의 규격화된 프레임 속에서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어떻게든 표현해야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죠.

잘한다! 하는 감독들은 창문을 통해 인물을 특정짓는다던가 벽을 통해 프레임의 사이즈를 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제약을 어떻게든 활용하려 하죠.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 아니시 차칸티는 천재입니다. 연출의 방향을 아예 '컴퓨터 속 화면'으로 정해버림으로써 남들이 고민하던 이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세로 화면으로, 때로는 가로 화면으로 또 어떨 때는 프레임의 갯수를 서너개로 늘리면서까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사이즈의 프레임 속에 인물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지금 '서치'는 이런 방식의 영화 중 거의 선두주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임의 제약에서는 벗어났지만 현대인이 쓰는 sns, 동영상 서비스의 틀에서는 벗어나면 안된다는 또 다른 제약이 생겼거든요.

감독은 이 부분을 놀랄만치 능숙하게 다뤄냈습니다. 서치를 보면서 보기 불편한 샷은 전혀 없었어요. 이건 정말 엄청난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아마 이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영화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를 '서치'의 연출 기법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 모든 영화들은,

결국 서치의 아류작, 표절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스토리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자면,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한 스토리일 겁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테이큰, 아저씨 등을 연상케하지만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말해봤자 소용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내리기 전에 꼭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완전히 희소성 있는 영화에요.

개인적으론 이 작은 영화가 2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관객들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안본 분 있으면 꼭 보세요 완전히 새롭고 완전히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