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내는 것과 폼 나는 것은 엄격히 다르다. 눈치 보느냐 눈치 보지 않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람은 폼 난다. 멋있다. 얼굴이 어찌 생겼건 따라하고 싶다. 정우성이 잘생겨서 비트가 한 때 날라리들의 우상이 된 게 아니다. 영화 비트가 자유로운 인간을 잘 표현했고, 마침 정우성이 자유로운 한 인간이었던 것뿐이다. 따라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또 없는 인간일 수록 폼 나는 인간을 정확히 파악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 폼내려다가 양아치가 된다. 폼 나는 인간에게 나름의 책임감이 따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자기 따라하다가 실수하는 병신들을 최소화하도록 조심해야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눈치 없는 예술가일수록 폼 난다. 예술품이 세련된다. 개멋있다. 똥 싸도 오오라가 난다. 반면 눈치 보는 예술가들은 폼이 안난다. 내는 작품들이 다 구걸하는 것같아서 부담스럽다. 그래서 미대 졸업 작품들이 거북한 거다. 그래서 당신이 요즘 래퍼들에게 질색하는 거다. 어디서 주워본 개똥폼스웨거레기 따라하니까.

비트의 주인공 민은 눈치같은 거 안 본다. 주먹 휘두르는 싸움꾼이지만 양아치가 아니다. 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민은 싸움터에서 아 이건 아닌 것 같아 하면 주먹을 거둔다. 이 때 위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글거리는 대사 툭툭 뱉는다. 그만 때리세요. 체벌은 불법 아닌가요? 오글거리고 재수없다. 그런데 설득력있다. 왜냐면 민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해 그럴사하게 폼을 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다음 대사가 가능하다. 나는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폼 내는 대사가 아니기 때문에 폼 난다. 이런 말은 따라해서 되는 게 아니다. 마음속에서 나와야 된다.

이 영화는 존나 오글거린다. 고등학생 시절의 캐릭터들이 하는 모든 행동, 대사는 감독도 허영만도 정우성도 이불 바나나킥 할 정도다. 너 몇 등급이니? 잊지마 넌 내 노예야!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지 않고 눈을 감으며 질주하며） 달릴 수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릴 때면 눈앞은 하예진다.. 그런데 왠일인걸, 참을만하다. 왜냐하면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 오글거렸던 행동과 대사는 폼나서 제작자가 의미없이 집어넣은 요소들이 아니라, 작품들 내의 캐릭터들이 살아숨셔서 나왔던 뜨거운 호흡이어서 나오는 （의미깊은） 행동과 대사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말했는데, 스토리 잘 짰다는 말이다. 리얼에서처럼 yg뮤직비디오처럼 폼 나서 넣는 장면은 생각보다 없다는 말이다. 즉 영화제작자도 자유로워 보인다. 나도 이런 영화 만들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별점 만점이다.）

눈치없는 청춘의 삶의 발악, 이를 이 영화는 존나 폼나게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영화계는 이런 영화가 더 필요하다. 뭐만 하면 젊은이들에게 안 좋은 우상 만든다고 징징대는 인간들 눈치보는지 않고, 음주운전, 미성년 흡연, 광란의 나이트클럽, 칼질싸움질 다 담지만, 이 것들을 폼내기 위해 쓰지 않고, 청춘들의 외로움, 혼란, 두려움, 우정, 사랑, 호기심, 고민의 증거물로 폼나게 쓰는 그런 영화가 우리에겐 더 필요하다. 자유로운 우상말이다. 자유로운 예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