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여자들 - 7













“나 예전에 오빠 사귀기 1달전쯤에 사귀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그 애랑은 한 3개월정도
사귀었고 처음엔 나한테 정말 잘해줬어. 친구 소개로 만난 애인데 약간 남자다운게 마음에
들더라고. 그런데 사귄지 한 70일 정도쯤에 갑자기 단둘이 술을 먹자고 하는거야. 아아...오
빠. 요즘 고딩들도 다 술먹는거 알고있지? 이해하지?”

“응 이해해. 계속 해봐.”

“응...아라써...그래서 말야...난 아무 의심없이 그냥 술먹으러 갔었는데 서로 어느정도 취하
니까 걔가 조용한곳에 가서 좀 쉬자고 하더라. 사실 나도 다 알고 있을 나이기는 한데 의심
안했어. 불안했지만 그만큼 믿었으니까. 혹시 이벤트를 하려고 그러는지도 몰라하는 생각에
따라간거야. 정말 내가 미쳤지...남자랑 단둘이 모텔에 갈 생각을 하고 말야...그것도 술취한
남자친구랑...”



이야기를 어느정도 듣고보니 대충 짐작은 가네.

그렇다고 지선이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저그런 호기심으로 듣고 있을 뿐.



“듣고 있지...?”

“응. 말해.”

“아아...난 또 말이 없길래...^^ 그럼 마저 이야기 할게. 그렇게 남친이랑 모텔을 가게 됐는
데 남친이 술을 사오는거야. 그리고는 술을 더 먹자고 하길래 하는 수 없이 그냥 먹었어.
계속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덮치는거야...”

“덮쳤다고? 어떻게?”

“그냥...가만히 있는데...갑자기 껴안더니...나를 눕히는거야...그리고는 내위에 올라타고...”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히 지선이는 약간 흐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서겠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남자친구가 막 키스를 하더니 내 옷을 벗기는거야. 안된다고 했는데도 무시하고는 벗기더
니...”

“말해봐. 그 다음은?”

“잠시 넣고 있겠다고...잠시만...넣게 해달라고...나는 막 울고 있는데...그러더라구...”

“끝내 넣었어?”

“으...응... 넣고서는 약간 흔들고... 그냥 빼더라고... 그 애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 서툴렀
어...”

“잠깐. 한가지만 물어보자. 그 자식 쌌어, 안쌌어? 콘돔은 꼈어?”

“콘돔은 안꼈는데 안싼 것 같아.”

“아니 그게 말이 돼? 넣고서 흔들다가 뺐는데 안쌌다고? 말이 안되자나. 그럼 왜 넣었는데?
그냥 뺄 것 왜 넣은건데 그 자식은.”

“아니야...정말 안쌌어...”

“야 너 정말 문제될 수 있다. 임신 그거 정말 장난아니거든? 낙태 그냥 한번 해볼만한게 아
니야. 네 인생 버릴수도 있어. 너 검사 해봤어? 응? 안쌌다고 확신해?”

“응...검사 해봤어...임신은 아니야...”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 자식은 무슨 목적으로 그 짓을 한걸까?

하다가 지레 겁먹고는 포기한건가.

그럼 왜 시작한거지? 여친이 울면서 싫다는데도 왜 억지로 한거지?

그 정도 상태면 거의 이성적인 사고는 불가능했을텐데 어떻게 멈춘거냐고.

그렇다고 지선이의 말을 의심하기엔 지선이가 너무 진지했다.



“그래. 임신 안했다고하니 그거면 됐어. 그 이후로 그놈하고는 어떻게 됐는데?”

“그냥 그 날 이후로 서먹서먹해지면서 헤어졌어...그 애랑 같이 있는것도 싫어졌거든...”

“휴...어찌됐든 임신만 안했으면 된거야. 네 마음 네 몸 다 예전 그대로라고. 달라진 것 없
어. 그 기억 잊고 싶으면 잊고 잊기 귀찮으면 그냥 냅둬. 아무것도 아닌 기억이니까.”

“흐흑...흐...흐흑....”



이제까지 잘 참아왔던 지선이는 마지막에 복받쳐올랐는지 울기 시작했다.

솔직히 상관도 없고 사실인지도 모를 이야기라지만 우는 여자한테까지 아무감정 못느낄정도
로 나쁜놈은 아니다.

측은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했다.



“울지마. 왜 울고 그래? 그리고 너 앞으로 그 기억가지고 아픈 기억이라고 말하지마. 그거
아픈 기억 아니야. 그딴 것 아무 기억도 아니라고. 알았어?”

“흐흑...오빠...흐흑...흐...”



정말 대쉬하는 여자, 화내는 여자, 짜증내는 여자, 애교떠는 여자 등등 웬만한 여자의 공격
은 다 방어할 수 있겠는데 우는 여자에게 만큼은 너무나도 약한 나.

아 왜 이렇게 우는 여자한테는 어쩔줄을 모르겠지?

뭐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자꾸 왜 울어? 너 자꾸 울면 끊어버린다...?”

“흐흑...아니야 오빠...너무 고마워서 그래...오빠한테 너무 고마워서...너무 행복해서 그래...”

“응? 내가 뭘...나 너에게 해준것도 없는걸...”

“고마워 오빠...고마워...너무 고마워...흐흑...”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거야...야!!! 그만 울래도!!! 아 정말...계속 우네. 야!!! 뚝 그쳐. 울 것
없다니까. 빨리 뚝 그쳐.”

“흐흑...오빠...다른 애들이 내 이야기 듣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응...?”

“다른 애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잠시 말이 없던 지선이.

아무래도 눈물을 그치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어느정도 진정이 됐는지 훌쩍거리는 소리가 조금은 잦아들었다.



“나랑 정말 친한 친구들이랑 아끼는 동생...등 몇 명에게만 이 이야기를 해줬는데...다들 뭐
라고 했는지 알아?”

“글쎄...뭐 널 위로해줬겠지...”

“아니야...다들 하나같이...‘그새끼랑 당장 헤어져. 정말 나쁜 새끼’라며...그 애만 욕하더라
구...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나를 앞에 두고도...나에 대해 신경써주는 사람 없이 다 그 애 욕
만했어...흐흑...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그 애 욕이 아니었는데...흐흑...”



다시 또 시작되는 울먹거림.

왠지 나까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우습게도...



“그런데 오빠는...안그랬어...임신한 것 아니냐고...임신이라면 정말 나에게 큰 문제라면서...내
걱정부터 해줬자나...나 사실 배신감도 컸고 슬픔도 매우 컸지만...무엇보다 걱정된건 임신이
었어...걱정되서 밤을 꼬박 새울정도였는데 다들 그 애 욕만 하느라 그런 것은 신경도 안써
주고...흐흑...”

“애들도 다 네 걱정했을거야. 다만 표현이 달랐던거지...”

“오빠 그거 알아? 다른 애들은 다...이 아픈 기억 빨리 잊으라고 했지만...오빠는 안 그랬
어...아무 기억 아니라고...아무 일 아니라면서...잊든지 말든지 하라고...넌 예전 그대로의 지
선이니까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줬자나...그 말...얼마나 고마웠는지 알아? 다른애들
은 잊어버리라면서 위로는 해줬어도 예전처럼 나를 대하지 않았어...예전의 지선이가 아닌
상처받은 지선이로 대했다고...하지만...하지만...오빠는...사귀고 있는 상태인데도...그 이야기
다 듣고난 상태인데도...날 예전의 지선이로 생각해줬어...오히려 나에게 너는 예전그대로라
며 다그쳐주고...그게...그게...얼마나 고마운지 몰라...흐흑...”



원래 나는 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워낙 눈물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감정이 메말랐다고나 할까?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한방울 안나올 정도니까.

그런 나인데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왠지 가슴속에서 아련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러한 아련함이 내 눈물을 강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끝내 참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면 꼭 지선이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았으니까.












///리플 달아주신 잊혀진싱하형님,친절한영계씨님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