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컴퓨터 화면속에서 보이던 것과는 달리 입구에는 나무로 되어있는 문이 있었고 난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끼이익.. 그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하얀 머리를 한 웬 아주머니가 나오셨고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으시고는 나를 보고 들어오라는 눈치를 주었다. 말씀을 못하시는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말씀을 안하시는것인지.. 나를 건물안으로 안내해줄때까지 그 아주머니께서는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다. 벙어리신가..

어느 방 앞의 문으로 나를 안내해주신 아주머니는 잠시뒤 어디론가 가버리셨고 난 그 문앞에서 다시한번 똑..똑.. 노크를 해보았다.

“들어오세요”

퉁명스런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고 난..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전등.. 그리고 침대하나.. 그리고 의자.. 그방안에 있는 물건을 보았을땐 그 안은 일반

가정집과 거의 틀릴것이 없을정도로..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단지 그 책상뒤 의자에 앉아있는 그 퉁명스런 목소리의 주인공인 한 남자의 모습을 빼고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예?..예.. 인터넷에서 보고 이렇게 ..”



“아.. 그것을 보시고 오신 손님은 처음인데.. 반갑습니다”

“아 예..”



까만 선글라스에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그 사람.. 밖이 아닌 이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것이 의아해 보였지만.. 이미 이 방안으로 들어온 이상 다시 밖으로 나갈수는 없을것

같았다. 단지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줄지만 궁금할뿐이었다.

“악몽을 꾸십니까?”

“예 매일밤 똑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똑같은 꿈을 꾸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똑같은 사람이 매일꿈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 그 꿈 이야기를 저에게 잠시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꿈 이야기라.. 지독하게 매일같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꿈이었지만 그 어느에게도 그 이야기를 해본적은 없었다. 하긴.. 누구하나 물어본적도 없었지만.. 지금 이 남자앞에서 나는 꿈이야기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누구나 꾸는 꿈인듯 싶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그런데 하루 하루 지날수록 야위어가는 나의 모습과 꿈에서 깨어날때면 나도 모르게 지르는 비명소리.. 그리고 꿈에서 보았던 그 여자의 모습. 너무 선명한 그 모습 하나 하나.. 이제 거의 한달정도가 다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여자의 모습을 그릴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 꿈에 나오는 여자와 이야기도 하셨습니까?”



“예.. 보통 다른 꿈같으면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여자의 모습 그 여자와 나눈 대화들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니까..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두렵습니다. 나의 몸을 이렇게 망가뜨리는 그 꿈과 그 여자가 너무나 두렵기만 할뿐입니다.“

“두렵다.. 꿈이 두렵다.. 그 여자가 두렵다..”



“....................”

“무슨말을 하던가요? 손님한테..”



“가지말라고 .. 나를 두고 가지말라고.. 계속 그 얘기 뿐이었습니다. 내가 자꾸 어디론가 가버린다고 가지 말라고.. 그러면서 나한테 점점 가까이 다가와버리고.. ”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제 이름말입니까? 이 준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름은 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있습니다. 동명이인이 있을수도 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름도 있고. 그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의 운명. 그리고 전생을 알수도 있죠..”



“전생이라고요??”

“네 전생이란말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TV같은 곳에서 많이 나오기도 했을텐데 준걸씨는

준걸씨의 전생에 대해서 궁금하셨던적 없으셨나요? 내가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이런것 말입니다“



“TV에서 몇 번 보기는 했었지만 딱히 관심을 가졌던적은 없었습니다. 그럼 당신도 사람의

전생을 볼수 있단 말씀입니까? 그리고 제가 꿈에 시달리는 것도 전생과 관련이 있단 말입니까?“

“꼭 그렇다고 볼수는 없겠지만. 아니라고 할수도 없는거겠죠.. 저기.. 이 종이에 석준씨의 이름을 한자로 좀 써주시겠습니까?”



전생.. 이름.. 그리고 운명.. 이런게 다 뭐라고 떠드는거지.. 어린시절 어머니 따라서 몇 번

무당집에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당 아주머니들이 나한테 뭐라고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 무서워 다시는 그런걸 보기도 가지도 않았었는데.. 지금 이 남자역시 무당인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버렸다. 종이와 펜이 내 앞에 놓여있었고. 난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그 종이에

내 이름을 한문으로 써내려갔다.



[李 俊 傑 이 준 걸]



“자 언제 시간나실 때 다시 한번 오시겠습니까?. 준걸씨의 얼굴과 이름 사이에서 무언인가가 보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것 같네요.. 한가하실 때 다시한번 오셨으면 좋겠네요”

“네 그러죠..”

밖으로 나왔을때 그 흰머리의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문을 열고

나와 밝게 빛나는 하늘을 쳐다보았을때 잠깐 현기증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안이 너무 어두워서 였을까 나를 보며 내리쬐는 햇빛에 약간은 어지러워 다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지징.......지징........

가방안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오빠!! ”



“어 희진이구나?”

“칫. 전화도 없고 맨날 이렇게 내가 먼저 전화해야 되겠어! 나 삐지면 오래가는거 몰라?!”



“아 미안해.. 회사일이 좀 많아서..”

“맨날 일 타령이지뭐! 그 회사일이 나보다 더 좋아?? 좋으냐고!”



“그런거 아니야 희진아. 오빠가 잘못했어”

‘잘못한건 알긴 아는거야??“



“그럼..”

“근데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았어?”



“전화??”



진희의 말을 듣고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을때 부재중 전화가 5통이나 와있었다. 아무래도

그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때 진희가 전화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때는 분명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었는데.. 이상하네..

“뭐야 이젠 내전화도 안받는거야? 정말.. 오빠 요즘 이상해”

“진동으로 해놓았었나봐 지금 어디좀 잠깐 있었거든”



“어디?? 어디?? 혹시 다른여자 만나고 있었던거 아니고??”

“아니야 그런거 이번주말에 내려갈게 그때까지만 조금 참고 있어”



“정말??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주말에 내려간다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확신에 차서 한말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금새 풀어져버린 진희의 목소리에 나 역시 약간은 기분이 조금 나아진듯 했다.

핸드폰을 다시금 가방에 집어넣고 나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그 남자의 말이 귓가에 맴돌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 같아서는 다시 그곳에

가지는 않을것만 같았다. 웬지 모르게 이상하게 보이는 건물과 그 남자.. 뭔가 이상했기 때문에..




1999.9.11




‘가지마.. 제발.. 내 얼굴을 잘 봐요.. 정말.. 모르겠어요..’

‘전 당신 몰라요 당신 모르니까 제발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요!!’

‘나에겐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어요. 당신을 기다린 그 시간은..’

‘난 정말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자 이제 그만 가자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어.. 빨리 가자..’

‘안돼요! 안돼요!! 저사람을 두고 그냥 가버릴수는 없어요!!’




악.. 옆에 놓인 시계가 여전히 새벽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또 또 그 꿈이야.. 그꿈..

땀으로 젖어버린 내 몸.. 그리고 순간적으로 몸에는 소름이 돋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늘 그 꿈에는 그 여자와 함께 웬 남자가 나타나 버렸다. 이상한 검은옷을

입고 나타난 그 남자.. 그 남자는 또 누굴까.. 누구길래 그 여자를 데려가려고 했던

것일까..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한번 하고 나서 거울을 보았다. 거울속에 비춰진 나의 모습은

점점.. 마치 죽을병에 걸린 사람처럼 말라가고 있었고. 무엇보다. 머릿속에 맴도는

그 여자 생각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회사에서 마치고 나서 난 바로 그 건물을 찾아갔다. 그때 이후로 가지 않을거라 생각

했었는데.. 나의 발은 이미 나를 그곳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 나의 전생이란 그

것이 궁금해서 였는지 아니면 더 이상은 꿈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인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려버렸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그 흰머리의 아주머니는 아무일도 없다는듯 마치 내가 다시올거란걸 알고 있었다는듯 나를 맞이했고

그때와 똑같이 나를 그 방으로 안내해주고는 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들어오시죠”

방안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그 선글라스의 주인공이겠지..

“안녕하세요”

“네 다시 오실줄 알았습니다”



“제가 다시 올줄 알았다고요?..”

“네.. 그럼요 자 앉으세요”



“네.. ”

“오늘은 전생이 궁금해서 오신겁니까?”



“전생.. 그것이 도대체 뭐길래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겁니까?? 그것이 정말로 내 꿈과 관련이 있는것입니까??”

“그건.. 전생을 알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보는것이 낫겠지요..”

“어떻게 알수 있다는 겁니까?”



“자.. 우선 저 침대에 누우시죠”



나는 걸음을 옮겨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고 내 눈에는 그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눈..

선글라스를 벗은 그 남자의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 내 눈을 보세요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고요.”

나의 눈은 서서히 감겨버렸고 어디론가.. 저 멀리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몸은 편안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켜버리는 그런 기분.. 몹시 좋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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