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여자들 - 1










난 어렸을때부터 소극적이었다.

아마도 이놈의 A형이 날 옭아매고 있는지도.

이 소극적인 성격탓에 많은 피해와 정신적 타격을 받았지만, 이게 여간 고쳐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여자에 대한 내성적인 태도마저 심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를 기피하면서도 여자가 좋고 여자가 그리웠다는 점이다.

아 이 얼마나 슬픈일인가.

스스로가 여자를 멀리해놓고서 멀어진 여자를 보며 하염없이 울고있는 모습이라.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때는 그래도 꽤 잘노는 남자아이였다.

여자들 틈에서도 잘 놀았고 남자애들하고도 잘어울리는 그런 괜찮은 아이.

하지만 암흑의 남중을 다니게 되었고 나는 쇠뇌되어 버렸다.

매일 남자만 보며 살다가 지나가는 여자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마는 그
러한 파탄의 불운아아 된 것 이다.

남중만 아니었어도... 가깝다고 남중을 가는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선택한 고등학교.

중3때 고딩 선배들이 와서 PR을 했는데 사실 내 실력은 남고 중에서도 제일 시설좋은 남고
에 갈수 있었다.

시설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곳이어서 쌤님들이 다 추천했드랬지.

하지만 어느 고등학교의 PR 중 이번해부터 남녀합반이 된다는 고등학교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꽂혔다. 여기에 가겠다고!!!

거기는 중간정도의 학교였는데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내가 톱상위로 입학했다고 한다.

당시 내신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서 난 애써 내신을 위해 낮은 학교로 가는거라고 위로했
지만 지금와서 결과로 보자면 실패한셈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나의 성격은 고칠 수 있었다.

물론 고1때는 그 성격이 어디가지 않았다.

난 원래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애들이 모범생으로 보는데 말을 하거나 그러면 싸이코 같단
다.

학기초엔 조용히 있으며 유령같이 지내다가 화법시간때 한명씩 나와서 발표하는게 있었다.

거기서 싸이코 기질을 제대로 보여준 나.

단숨에 인기인...으로 급상승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관심을 얻게되었다.

싸이코짓 했다고 관심을 얻었다기보다는 뭐 그냥 대충 알아듣기를.

그리하여 몇몇의 여자는 내게 추파를 보내기도 했지만 난 역시나 남중의 쇠뇌를 못벗어난
상태!!!

언제는 한번 이런일이 있었다.

같은 반 여자애 중에서 초등학교때 같은반이었던애가 있었다.

물론 서로 알지 못했는데（사실 난 알고 있었지만 아는체 안했다. 내 성격 알면서ㅡㅡ;） 화법
시간때의 발표이후 그 애가 먼저 아는척을 한 것이다.

“시훈아~~~너 초등학교 3학년때 12반이었지? 그치?”

“응? 아...응 맞어.”

“그러쿠나~~~너 나와 같은반이었어. 기억안나? 나도 12반이었어. 난 기억나는데^^”

“글쎄,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아 그런 것 같긴해.”

“그런 것 같은게 어디있니? 그러면 그런거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응 그래.”

여자와의 대화가 다 이렇게 단답형 아니거나 우물쭈물이었더랬지.

어쨌든 그 아이는 보민이라는 여자애였는데 초등학교때 같은 반이었긴했다.

하지만 고딩이 되더니 많이 이뻐진 그 애.

뭐 이뻐졌긴 했지만 내 눈엔 영 아니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 애 옆에 항상 붙어다니던 여자애가 있었다.

걔는 보민이와 중학교때부터 친구라는데 이름이 민주였다.

키는 나만 하거나 나보다 컸고（내가 좀 많이 작다ㅡㅡ;） 일본 여자 같이 생긴게 인기도 많
았다.

보민이와 아는 사이니 자연스레 민주와도 친해지게 마련.

특히 그 당시에 메신저 중에서 지니라는게 유행이었는데 내가 또 말빨은 끝내준다.

그래서 지니에선 온갖 말빨을 떨다가도 학교만 가면 다시 쌩~~~

민주와 지니에서 이런저런 쇼까지 다 하면서 친하게 지냈지만 학교에선 말을 시켜도 그냥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계속 여자랑 지내다보니 나도 어느정도 여자와 말을 잘할수 있게 되었고 이젠 민주
에게 ‘일본여자’라는 별명을 붙여 부를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 약간은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체육대회날.

이젠 여러 여자와 대화도 나누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 정도가 된 나.

여기저기서 놀다가 민주가 앉아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그 옆으로 갔다.

“어이 일본여자. 여기 있었네?ㅋㅋ”

“엥. 너 자꾸 일본여자라고 할래? 하지마~~~”

“일본여자 닮았으니 일본여자라고 하지. 야 일본여자 좋은거야. 일본여자 귀엽고 애교도 많
잖아.”

“그런거야? 그래도 시른데.”

“에 몰라. 그냥 일본여자야 너.ㅋ”

사실 민주는 일본여자풍은 아니었다.

얼굴도 갸름하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게 차라리 베네수엘라쪽 여자와 비슷하다.

하지만 성격이 착하고 말도 잘듣는게 일본여자와 닮았고 왠지 내가 느끼는 느낌이 일본여자
같아서 일본여자라고 그냥 불렀다.

물론 다른애들은 인정안했지만 나는 나만의 애칭으로 삼고 부를뿐.

우리반을 응원하는 민주옆에서 나도 같이 응원을 하였다.

“7반 이겨라~~~7반!!! 파이팅!!! 야 일본여자. 너 뭐해? 응원안하고~~~.”

“응? 아냐 아무것도. 헤헷.”

“바보ㅡㅡ; 빨리 응원이나 해~~~.”

“응 알아써.ㅋ”

응원하다말고 괜히 나를 뚫어지라 보는 민주.

얘가 왜 이러지 갑자기?

뭐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닌 나니까 그냥 넘겨버렸다.

그렇게 응원을 계속 하는데 역시나 민주는 나만 계속 보는거였다.

“왜 자꾸 쳐다봐? 뭐라도 묻었어?”

“아니야. 그냥. 음, 근데 말야...시훈아...”

“응? 왜?”

“너도 일본남자 같아. 일본남자 닮았어.”

응?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무슨 일본남자를 닮았다고.

난 약간 볼이 통통해서 기즈모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눈은 큰데 볼은 통통하고 약간 귀엽다는 의미에서 기즈모라고 불려왔지만 일본남자는 영 나
와는 안맞았다.

아무리 갖다붙이러해도 일본남자는 아니야.

“일본남자? 뭔 말도 안되는 소리냐? 내가 무슨 일본남자야.”

“아니야. 너 정말 일본남자 닮았어. 그치, 보민아? 시훈이 일본남자 닮았지.”

응원하던 중 민주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보민.

봐봐 민주야. 보민이도 갸우뚱거리잖아.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아닌 것 같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일본남자 맞대도!!!”

“왜 흥분을 하고 그러니? 아무리봐도 일본남자는 아닌 것 같아.”

“봐봐 민주야. 아니래잖아.”

“아니야. 일본남자 닮았대도!!!”

아휴 오늘 따라 왜이렇게 고집불통이야.

안되겠네. 인정해주고 끝내야지.

“알았어 알았어. 일본남자 닮았어. 이제 됐지?”

“응. 정말 일본남자 닮았대도.”

그제서야 살짝 웃으며 미소짓는 민주.

꽤나 귀엽다.ㅋㅋ 내가 매일 일본여자라고 놀리니까 복수하려고 그랬나본데.

겨우 생각한게 일본남자라니. 아휴 웃겨.ㅋㅋ

겉보기엔 매우 지적이고（사실 민주는 공부도 어느정도 했다） 도도하게 생겼는데 성격은 완
전히 딴판이네.

“자 이제 응원하자~~~. 보민아 축구 우리편 이기고 있냐?”

“응.ㅋ 지금 1:0인데 아슬아슬해. 7반 파이팅!!!”

“그래? 어이~~~일본여자. 이제 응원시작하자~~~. 7반 이겨라~~~”

“응원? 아라써. 7반 파이팅~~~”

뭐가 쑥스러운지 개미만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민주.

아 정말 생긴거와 다르게 행동하니까 진짜 웃기고 귀엽네.ㅋ

아까는 활발하더만 지금은 왜 갑자기 발그레져서 쑥스러워 하는건지.

여자란 이해할래야 할 수가 없어.

어쨌든 응원이나 해야지하는 마음에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또 다시 응원은 안하고 나를
쳐다보는 민주.

아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랴.

부담되게 시리. 아직 여자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단 말야.

“일본여자 뭐해?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아니 그냥.”

“그냥 뭐? 일본남자 해줬잖아. 그럼 됐지 뭘 또 하려고.”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볼이 빨개진 민주.

“왜 그래?”

“너 말야. 일본남자 닮았잖아. 그러니까 일본남자잖아.”

“응 그래 그래. 일본남자. 그게 뭐?”

“맨날 나한테 그랬지? 나 일본여자 닮았다고.”

“맞어. 너 일본여자 닮았어. 진짜 느낌이 완전 일본여자야.”

“그러면...나 일본여자인거고...너 일본남자인거니까...그럼...”

“응? 그럼 뭐?”

“우리 둘이 사귀어야 하는거네...?”

엥? 뭐야?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거야?

발그레진 민주를 보며 나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한때 제2의 귀여니를 꿈꾸며 쓰던건데...
이렇게 올리게 되네요...ㅋㄷㅋㄷ
잘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