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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내 인생의 드라마 -13-







서희와 한강에서 밤하늘을 보며

소주를 마시니 술기운인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참 오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희 : 내가 아는 여자애 얘기해줄께.

나 : 응 그래.








서희에게는 중학생때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한명 있었다고 한다.

이 여자애는 중학생때부터 외모가 좀 성숙한편이라

주변에 연상의 남자들이 많이 꼬였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결국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중학생의 나이에 4살연상인 대학생 오빠와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생과 중학생의 연애에 대한 정의가 같을 수는 없었다.

이 중학생 여자애는 그저 영화나 같이 보러다니고

편안한 길거리 데이트 정도를 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했는데

평소 술마시기 좋아하고 성인문화를 즐겼던 대학생 오빠는

나이가 나이니만큼 좀더 어른스러운 만남을 원했던 것이다.




결국 서로 사상이 잘 맞지 않았던 이 두사람은

서로 싸우는 일이 잦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다음날 바로 화해하고 또다시

싸웠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서로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이 여학생이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날씨가 어둑어둑해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대학생 오빠와 어떤 여자가

그 여자아이의 집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상황에 대학생 오빠의 잘잘못을 따지며

화를 내기엔 아직 이 여자아이의 마음이

너무 어리고 순수했기에

여자애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고,

결국 오빠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않아

급하게 이사를 가버리게 되었고

평소 외로움을 많이타던 이 여자애는

그때부터 방황을 하며 가출과 반항을 일삼고

하루하루를 죽은 목숨처럼 지냈다.







나 : 얘기 들어보니까 대학생새끼가 죽일놈이네..

서희 : 아니야, 아마 그 오빠도 여자애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거야.

나 : 근데 저 여자애가 누군데 니가 그렇게 자세히 아냐?

서희 : 그냥 친한 친구야^^

나 : 야, 내가 뭐 바본줄아나.. 저거 니 얘기아냐?

서희 : ........







드라마를 보고 있지만

마지막 결말이 안봐도 뻔할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상황이 그러하였다.






더이상 안봐도 저 여자애의 이야기는

서희의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서희 이야기였다.






나 : 그래서 이사는 어디로 갔던거야?

서희 :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쪽으로..

나 : 그 다음엔?

서희 : 아버지 폭력에 못이겨 고등학생때 가출해서 지금까지 살고있는거지

나 : 왜 니 이야기를 다른 여자애 얘기인것처럼 돌려말했어?

서희 : 내 얘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이 얘기를 들으면 오빠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나 : -_-;; 내가 부담스러울게 뭐가 있는데?

서희 : 오빠랑 예전 그 대학생 오빠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나 : 켁;;

서희 : 그래서 나도모르게 예전생각이 나서 오빠를 쫓아다녔나봐..

나 : 근데 정작 헌팅을 한건 니가 아니고 나잖아?

서희 : 그걸 믿었냐 바보야^^ 이렇게 어리버리한것도 쏙빼닮았네 키키..

나 : 나야 필름이 끊겼으니 니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밖에 -_-;

서희 : 길가다가 예전 그 오빠 닮은 사람이 술이 잔뜩 취해있길래 내가 그냥 여관으로 끌고

간거야

나 : 그럼 헌팅에서부터 잠자리까지.. 모두 지어낸 얘기였군..

서희 : 깔깔깔..


















나 : 사람 속여놓고 쳐웃긴.. 샹뉀.

서희 : -_-







난 서희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지금까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간건지

다시한번 되돌아 생각해보았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내가 술이 잔뜩 취해서 술김에 서희를 헌팅하고 난뒤

여관으로 데려가서 갈데까지 갔다는 스토리였는데


결국 진실은

술이 잔뜩 취해있는 나를 서희가 픽업（?）해서

무작정 여관으로 끌고 들어가 마치 자기가

당한것처럼 꾸며 이걸 빌미로 계속 날 따라다닌 것이다.

-_-;





생각해보니 너무 괘씸해서

좀더 볼을 세게 꼬집었더니

서희가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니 내가 그렇게 세게 꼬집었나...

-_-;





나 : 야, 별로 세게 꼬집지도 않았는데 우는거야?

서희 : 오빠... 우리 이제 또 못만나는거지?

나 : 그래야지..

서희 : 나 예전의 그 오빠를 두번이나 떠나보내는거같아..

나 : 밥팅아; 얘기들어보니까 그 대학생이란놈 인간쓰레기같던데 그만 잊어라.

서희 : 그 오빠 욕하지마...





아름다운 추억도 아닌

저런 혐오스러운 상대와의 추억을

아직까지 잊지못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서희가

갑자기 매우 미련해 보였다.




그리고 내가 그 이중적인 놈이랑

어디가 어떻게 닮았다는건지

-_-;






물론 나 역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린 마음을 가진 중학생 소녀에게

치유하지못할 상처를 줄 만큼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진 않다.





아무튼,

오늘 서희와 마지막 데이트를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과 내 주변 고민들이

시원하게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난 약속대로

연정이에게만 충실하게 대해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아픈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서희가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지만

그래도 내 애인을 놔두고 서희에게 올인하여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나 : 오늘 즐거웠다 서희야. 오늘 만남을 끝으로 더이상 만날일은 없겠구나.

서희 : 오빠, 가게..?

나 :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가봐야지^^

서희 : 길가다 가끔 마주치는것도 안될까?

나 : 길가다 마주치면 서로 모르는채 지나가자. 그게 연정이에 대한 배려일것같다.

서희 : 정말 무자비하구나..

나 : 지금 이순간부터 너와 나는 완전히 모르는 사이로 되는거야. 알겠지?

서희 : 그런게 어딨어!!

나 : ...누구신데 저한테 소리지르세요..?

서희 : -_-;; 진짜 짜증난다 오빠;;

나 : 제 갈길이 바빠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런식으로 최대한 정떨어지도록 행동해놓고

난 걸어서 두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단순히 걷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근데 집에 다와서 생각해보니

뭔가 빼먹은게 있는거같다 싶어서

내 가방을 잘 열어보니까

아까 비디오방에서 서희가 넘겨주었던

핸드백이 아직까지 내 가방에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







제기랄

-_-






이걸 전해주려면 또 만나야하는데..

내가 왜이걸 깜빡하고있었지..






그리고 서희도 자기 핸드백이 내 가방에 있다는걸

분명히 알고 있었을텐데 왜 모른척했을까?

아마 일부러 모른척했을 것이다.

핸드백을 빌미로 날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테지..



생각해보니 이거 아주

고도의 수법인데?

-_-;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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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6편이 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