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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내 인생의 드라마 -9-







나와 사귀어주겠냐는

참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나의 고백에

과연 연정이가 무슨 대답을 할까..





연정 : 음... 어떻게 하지?

나 : 잘 생각해봐 어디가도 나같은 남자 찾기 힘들다~

연정 : 글쎄;;아무래도 좀 생각을 해봐야..

나 : 그래? 싫음 말어. 나는 뭐 여자가 너밖에 없는줄아나-_-

연정 : 야!!!

나 : 왜;

연정 : 너 내가 저번에도 그랬지?

나 : 뭘?

연정 : 여자한테는 최소 삼세번은 물어봐줘야 하는게 예의라고

나 : 어디서 그런 개떡같은 예의가 생긴거야..

연정 : 내가 만들었다 왜

나 : -_-






그녀가 하두 튕기길래

나 역시 잠깐 튕긴것 뿐인데

연정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저런식으로 대답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연정이 역시 나라는 남자가

싫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 : 그래서, 내가 세번 물어보면 오케이 하려고 했냐?

연정 : 그.. 그야 모르지 임마;;

나 : 야 연정아, 그냥 니말대로 날 보험으로 생각해.

연정 : 왜?

나 : 나도 그냥 널 보험으로 생각할테니. 그럼 공평하지?

연정 : -_-;

나 : 그러니까 나도 널 보험으로 묻어두고 다른 여자 만나겠다고.

연정 : 이.. 이새끼가;;

나 : 왜? 넌 날 보험으로 둬도 되고, 난 그러면 안되냐?

연정 : .........





연정이는 몇분간을

계속해서 우물쭈물거렸다.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마치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평소에 발랄하고 성격 화통하기로는

어디가서 둘째라가면 서러워할 정도의

외향적인 성격의 연정이가

뭘 저렇게 꾸물거리는건지..







나 : 결정해. 어떻게 할래?

연정 : 난 니가 여자만나는거 싫어.

나 : 호오... 그럼 나랑 사귀든가.

연정 : .......

나 : 뭐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연정 : 아.. 알았어..

나 : 진작부터 그렇게 순순히 대답할것이지 껄껄..






그럼 이제부터 연정이와 나는 친구가 아닌 애인사이??




오래된 친구와

애인 사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이상하면서도 굉장히 신기했다.






나 : 그럼, 너 너 이제부터 나한테 자기라고 불러야 되는거야?

연정 : 시끄러워 이새끼야-_-

나 : 얼른 나한테 자기라고 불러봐~

연정 : 아놔...

나 : 나 성격 소심한거 알지?

연정 : 알았어 자기야..




오오오..





저 단어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정이에게서 듣게 되다니..


온몸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이 묘했다.





나 : 그럼 우리 내일부터 CC되는거네?

연정 : 그런가 히히..






그 말대로

우리는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알아주는 CC가 되었다.





K대 최고의 발랄녀와

최고의 소심남의 만남이라 그런 것일까?

그리고,

우정이라는 벽을 깨버리고 이루어낸

사랑이라 그런것일까?






서로 이년, 새끼 등등의 호칭으로 부르다가

어느새 자기라는 호칭으로 바뀌게 되면서

연정이와의 대화방식이 바뀌게 되니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장난스럽고

발랄한 대화는 더이상 사라지게 되었다.








하루는 연정이와 둘이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식당에서 둘이 멍하니 쳐다보며

앉아있자니 뭔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 : 연정아, 요즘 우리 대화가 좀 줄은거같지 않아?

연정 : 내 생각도 좀 그런거같애.

나 : 왜 그런걸까.. 이상하네..

연정 : 아무래도 우리가 애인이 되니까 대화방식이 바뀌어서 그런걸꺼야^^

나 : 그렇겠지? 음...





그리고 또 대화가 끊겨버렸다.

-_-;





애인이 됐으면 뭔가 더 심오하고 은밀한

대화가 많이 오가야 하는게 정상이거늘

우리는 특이하게도 애인이 되니까

오히려 서로가 많이 불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예전의 우리 사이였다면

식당에서 단둘이 밥을 먹었더라도

아래와 같은 대화가 끊이지 않고 튀어나왔을 것이다.






나 : 야, 너 뭐먹을거냐?

연정 : 내가 뭘 먹든말든 니가 뭔상관이야 이 새끼야-_-

나 : 허허.. 그냥 좀 물어보면 안되냐?

연정 : 난 짬뽕먹을랜다. 넌 짜장면 먹어라.

나 : 나도 짬뽕먹고 싶은데? 왜 내 메뉴를 니가 골라?

연정 : 누나가 짬뽕만 먹으면 입이 심심하잖니. 짜장도 좀 먹어야지

나 : 싫어 나도 짬뽕 먹을거야 이년아-_-;

연정 : 아니 근데 이새끼가 듣자듣자하니까 말끝마다 이년이야?

나 : 넌 나한테 새끼새끼하면서 뭔 말이 많어.

연정 : 오라, 그래 너 오늘 잘걸렸다 나한테 한번 뒤지게 맞아보자.

나 : 싫거든요? 내가 남자라 너보다 힘 세거든요?

연정 : 그래서 지금 여자인 날 때리겠다는거냐?

나 : 여자는 못때리지만 너는 때릴 수 있다

연정 : 그래 덤벼라, 싸우자!!





뭐 대략적으로

저런식의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근데 지금의 상황은

서로에게 애인이라는 호칭이 생겨서 그런지

말 행동하나하나에 너무 신중을 기하게 되었고

우린 그게 너무나도 불편하였다.





만약 반에서 욕도 거리낌없이 내뱉을 수 있는

제일 친한 친구녀석과

하루아침에 대화방식을

순수하고 깨끗한 대화방식으로 바꾸라면

가능할 것 같은가?





'새꺄, 밥 쳐먹었냐?'

라고 말하던 대화방식이



'철수야, 밥은 먹었니?'

라는 대화방식으로 바뀌는건

상당히 힘들단 이야기다.




그래서 나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나 : 연정아, 우리 그냥 말하는거는 예전처럼 하면 안될까?

연정 : 나도 그게 편하긴 한데.. 애인끼리 그러면 작은 말에도 상처받을 수 있잖아.

나 : 하긴.. 그리고 주위 시선도 있고;

연정 : 여튼 애인사이로 지내는것도 쉬운건 아니네..




내가 생각하기에도

친구녀석이 나에게 육두문자를 쓰는것과

애인이 나에게 육두문자를 쓰는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굉장히 기분의 차이가

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우리 커플이 학교 내에서도 알아주는

나름 유명한 커플이었기에

이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운건 아니지만

그들의 대화내용에

우리 커플에 대한 뒷담화나 여러 이야기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정말 미련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애써 연정이와 커플이 된게

상당히 자랑스럽고 매우 기쁘고

또한 연정이를 내 옆에 두게 된게

너무나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같지만




가끔은 그저 친구일때가 더 좋았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_-






오늘도 연정이와 심심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내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해서

폴더를 열고 확인해보니

낯익은 여자에게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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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요즘뭐하고지
내는거야난그남자
정리다했는데나한
테왜연락이없어??
-서희-
================



예상했던대로 서희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서희로부터 받아보는 메시지는

오랜만에 오는 메시지라

나도모르게 반가워서

바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했다.





서희와의 통화내용은 이러했다.





예전에 내가 서희가 자취하는 방에 놀러갔을때

뜬금없이 쳐들어와서

날 매우 당혹시켰던 그 남자를

겨우겨우 정리해 내고

이제 드디어 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으니

마음껏 자기를 농락해달라는 것.

-_-






나 : 농락은 무슨 농락이야?

서희 : 날좀 전처럼 마음껏 희롱해달라고-_-

나 : 저기;; 난 널 농락한 기억 없거든?

서희 : 오빠, 자꾸 이러기야? 난 오빠때문에 남자도 정리했는데!!

나 : 야, 우리가 언제 사귀는 사이였냐-_-;

서희 : 그런거 아니었어?

나 : 켁;;





뭔가 상황이 복잡하게 되어버렸다.

난 단순히 서희라는 여자를

술김에 헌팅을 해서 알게 되어

가끔 데이트나하며 지내다가



나중에 가서는 서희의 숨겨둔 애인에게 도로 뺏겨서

이젠 나와는 아무사이도 아닌

그런 여자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서희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내가 언제 서희한테 사귀하고 한적이 있던가?

-_-;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걔한테 사귀자고 말한적도 없는데

서희가 일방적으로 들이대고 있는 꼴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에겐

연정이라는 애인이 생겼으니

더이상 서희와의 관계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서희를 어떻게 정리한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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