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작
아벨 페라라의 배드캅을 봤다.

그냥
폭력적인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었다.
악마를 보았다, 하나비, 타란티노의 영화들처럼
폭력적인 장면들과 광기에 휩싸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다.

100분 남짓한 짧은 영화는
"하비 카이텔의 미친 연기"라는 이동진 평론가의 평대로였다.
부패경찰인 주인공이 스포츠도박에 정신이 팔리는 장면.
마약을 하는 장면.
교회에서 수녀가 강간당하는 장면.
주인공이 여자들을 성추행하는 장면.
아주 끝내주는 광기였다.

근데
본인과 사회의 타락에 지친 주인공이
강간의 장소로 난장판이 된 교회에,
성녀상 곁에 쓰러져 눕는다.

순결을 지키지 못한 수녀.
정의를 지키지 않는 경찰.

전자는 선한 피해자이고
후자는 부패사회의 동조자이지만
이들을 만든것은
（도덕적,사회적）타락이다.

정의, 순수 등 인간이 만든 이념이
무너진다.


"어떻게 그 개자식들을 용서할 수 있나요?"
주인공이 수녀에게 울부짖는다.

이 혼돈의 시대에서
그들을 용서하든 용서하지 않든
수녀는 이미 구원 받을 수 없다.
그녀는
감정적인 복수 대신
그 누구도 가해자들에게 베풀지 않을,
그 자신 역시 그토록 바라는
구원을 선사한 것.
관객에게 설득력있거나 탐탁지만은 않은 선택이지만
종교나 정의라는 이상이
현실에 의해 무너질때
나약한 한명의 인간이 행한
마지막 발버둥이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해자 둘을 놓아준것
역시 같은 맥락.


영화의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때문만은 아니다.
너무도 우울해지고 피폐해지는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