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연쇄방화사건.




#18. 작가의 집필후기.




6개월여에 걸친 연재작, 지하철연쇄방화사건（이하 '지연방'）이 18화（프롤로그 포함）로 드디어 끝이 났네요!

아래부터의 집필후기는 특이하게 '자작' 인터뷰 형식으로 한 번 적어보았습니다.

그래야 읽기 편하실 거 같아서 ^^;


그럼, 고고씽!




1. 이 작품을 기획한 시기와 동기는?


처음 이 소설을 기획한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갈수록 대형범죄가 늘어간다는 뉴스를 보고난 후부터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범죄자를 싸잡아 욕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다들 범죄자들을 죽일듯이 욕하지만, 과연 그 사람들은 그 범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저러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처럼, 어쩌면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인간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내가 써야할 소설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2. 왜 굳이 '지하철연쇄방화'라는 소재를 택했는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사실 당시 전국적 이슈가 되었던 2003년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

사고의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당시 대구 K-2비행단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사고가 난 즉시 출동했다.

때문에 그 때의 사고는 내게 있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범죄의 종류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지하철방화'였다.



둘째는, 방화의 상징성이다. 방화범들이 방화를 일으키는 이유는 한 마디로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한다.

그 불만은 방화로 인해 곧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불꽃'은 범인의 분노를 상징하는 가장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3. '프롤로그'를 보면 2003년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을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만약 당시 사고의 피해자나 유족들이 그것을 보게 된다면 어쩌려고 했나?


사실 그것이 연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고민한다고 연재가 한 달 가까이나 미루어졌다.

하지만 1화 도입 전에 이미 말씀드린대로,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이 언급되는 부분은 프롤로그 뿐이고,

1화부터는 전부 픽션이었기 때문에 과감히 써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대신 프롤로그의 양을 대폭 줄이고, 사고당시의 자료를 최대한 긁어모아 당시 정황을 내 개인적인 견해없이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노력했다.

관대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4. 지연방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연방은 지하철연쇄방화사건의 범인인 형과, 우연히 그를 쫓는 탐정역을 맡게 된 그의 동생 간의 추격전을 그린 소설이다.

스릴러물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 외적으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현실'을 담고 싶었다.

예를들면, 주인공을 조그만 한 가정의 형과 동생으로 설정한 것도 '가족 간 사랑' 내지는 '우애'를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우애' 이면에 있는, 언제나 뛰어난 동생과 비교당하는 형의 고충- 그것이 결국 방화의 동기가 된 것이지만-이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범인인 최현우의 죽음을 아무런 대사 없이 무미건조하게 단 몇 줄로 처리한 것은,

이 사회가 자신과 더이상 관련 없는 일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주기 위한 나름대로의 설정이다.



5.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방화가 일어난다. 최현석이 한 일인가?


그렇다.

이 사건을 해결한 장본인인 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때문에 순식간에 가족 모두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최현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였지만 그는 결코 승자가 아니다. 최현우의 사망과 함께, 그에게도 형의 '분노'가 그대로 승계되었다.

하지만 형의 연쇄방화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아주 슬픈 분노에 기초한 범행이기 때문이다.



6. 소설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굉장히 많다. 우선 소설 초반에 최현우의 시신을 검시하는데 DNA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시 경찰과 검시관이 여러모로 어색하게 설정되었다. 부끄러울 정도로 바보같다.

그리고 후반에는 최현석이 최현우가 검거된 뒤 해후하는 장면이 있는데, 형과 동생의 극적인 만남치고는 분위기 조성이 썩 매끄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임팩트가 없어 약했다. 표현력의 한계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7. 다음 작품 계획은?


지연방에는 '추리'요소가 많아서, 너무 머리가 아팠다. 때문에 연재당시 '다음 작품은 유머물로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서 유머물로 간다. 연재시작시기는 미정이지만 제목（가제）은 '고시생 이야기'다.

작년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서울 신림동에서 고시생 생활을 하며 있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무척이나 재밌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필자도 기대만발이다.



8. 마지막으로 한 마디?


생전 유머물만 쓰다가 처음으로 진지한 스릴러물을 한 번 써보았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아무튼 끝을 내니까 뿌듯하다.

추천수 따위 욕심내지 않고,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열심히 적었다.

물론 중간의 긴 공백기와, 업데이트일을 지키지 않은 잘못 때문에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하지만 지연방의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달래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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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게 해주신, 이미 작고하신 Lovepool님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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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20071030. 아성.

（__）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