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기억... 하십니까? -_-;;

너무 늦게 올려 몸둘 바를 모르는 아성입니다.

닥치고 고고싱하죠.

아,

참고로 마지막 화가 아닙니다.

애초에 16화로 끝맺음 하려 했는데 좀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최현우의 재판장면까지 넣다보니 17화까지 늘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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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연쇄방화사건.





#16. 동기






"2003년 여름... 기억하냐?"



"... 잊을리가 없지."



최현석의 짧은 대답에 최현우는 피식- 하고 웃었다.



"그래...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지."



"....."



"그 놈의 빌어먹을 자식 때문에...!!"



최현우의 미간이 순간 거칠게 찌푸려졌고, 이마에는 핏발이 섰다.



"그 놈이라 함은...?"



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김기태가 계속 뭔가를 끄적이며 질문했다.



"... 당시 방화를 일으켰던 남자. 50대 정신질환자를 말하는 겁니다."



최현우가 가만히 대답을 않고 있자 최현석이 대신 대답했다.



"아, 그..."



"네. 본부장님도 아시겠지요. 저희 아버지께서 2003년 당시 대구지하철방화사건으로 돌아가셨단 걸."



최현석이 팔짱을 끼고 시선은 최현우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



"그, 그렇소..."



딱히 은밀하게 조사된 사항은 아니지만, 피조사자에게 그 말을 듣는 조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서, 형은... 4년 전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단거야? 동기는 '세상에 대한 복수' 정도의 것이 아닐텐데."



"그래, 아니지."



최현우가 다시 한 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동기는, '분노'다."



"분노?"



그 말을 들은 최현석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최현우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내 지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 무슨...?"



"한 가정의 '장남'의 지위에서 '가장'으로의 승격."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최현석은 모를듯한 소리만 하는 최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허리를 숙였다.



"모르는 척 하지마라. 이쯤이면 이미 눈치챘을텐데?"



"...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형."



"큭큭... 역시 너도 보통의 천재군."



"......"



사실 최현석은 최현우가 하고픈 말을 어렴풋이나마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천재가 그렇듯이, 그들 스스로는 '겸손의 미덕'을 나타내기 위해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것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행동거지에서 묻어날 뿐.

예를들면, 최현석이 아까부터 끼고있던 '팔짱'이다.



"모르는 '척'하는 동생분을 위해 이 형님이 친절히 설명해주지.

어렸을 적분터 넌 날 언제나 이겨왔어. 형인 날. 하지만 참았다. 아니, 괜찮았어.

'동생'이 '형'을 이기는 것은 좋다 이거였다. 하지만 그 날 이후는 상황이 달랐어.

'동생'이 '가장'을 이기기 시작한거다."



"!!!"



우려가 곧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성급한 확신.

하지만 그것은 때로는 진실.



"어때- 계속 말해줘? 어머니는 사실상 너를 중심으로 가정을 운영하려했다. 믿음직했겠지.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럼 난 어떻게 되는거지? 나도 나름대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야. 소위 말하는 '엘리트'라구."



"형... 잠깐, 난 지금껏 그런..."



하지만 최현우는 최현석이 치고 들어올 틈을 철저히 막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사는 것- 힘들었다. 하지만 난 지금껏 돌아가신 아버지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내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는지 알기나 하는거냐? 그렇게 살아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난 그저 꿔다 논 보릿자루가 되어버렸다. '가장'의 무늬를 한 무능한 '장남'으로서, 무려 4년 간이나!!!"



냉철한 최현우의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광기어린 색채를 띄고 있었다.



"좀 진정하지, 최현우씨."



최현우의 상태를 좀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김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최현우의 어깨를 뒤에서 살짝 누르며 말했다.



그러자 최현우도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깨달았는지 길게 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곧 다시 고개를 들어 최현석을 보며 말했다.



"알겠냐, 최현석."



"...... 아니, 지금껏 전혀 몰랐어... 형..."



최현석은 이미 형의 충격적인 고백에 넋이 나가있었다.



"아니. 나의 이번 방화사건의 동기 말이다. 요약할 수 있겠냐."



"......아..."



최현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최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동기는 아까 말한 분노, 그리고 '승부'다. 널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이기고 싶었다.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방식이지, 욕해도 좋아. 한심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세상에 전하고 싶었어, 나의 '분노'를."



최현우의 말이 끝나자 심문실에는 잠시동안의 적막감이 흘렀다.



동시에 김기태의 바쁜 손놀림도 멎었다.



"여기까지군요."



"기록... 다 하셨나요."



최현석이 김기태에게 힘없이 물었다.



"네."



김기태는 짧은 대답과 함께 최현우의 결박을 풀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했다.



"최현우씨. 이제부터 경찰에게 본격적인 심문을 받고, 검찰로 송치되어 기소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현우는 이미 모든 것을 단념한 듯 했다.



끼이익-



다시금 녹이 슨 철문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잠깐만, 형."



최현석이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최현우를 불러세웠다.

그러자 최현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뭐지?"



"내가 위원회와 접촉하고 있다는 것과, 이 사건을 추리해 낸 장본인이라는 걸 어떻게 안거지?"



그 질문을 듣자, 김기태도 그것이 궁금했는지 최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최현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짧은 한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 설마 내가 5000만 전국민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거냐?"



"뭐?"



"내가 보고 있었던 건 처음부터 너와 어머니 뿐이었어. 가족 뿐이었다구. 내가 누굴 보며 살아가겠냐."



"... 그럼... 설마..."



"그래, 내가 보고있던 와중에 우연찮게 네가 움직였던 것 뿐이다."



"......하..."



뭐라 말 못할 허탈함에 최현석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최현석에게, 최현우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너, 어머니와 네가 지하철폭파사고를 안당했던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지?"



최현석이 그 소리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져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최현우는 이미 문을 나선 뒤였다.









[다음화]

#17. 재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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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인 다음 17화는 거의 완성이 되었습니다.

3일 안에 반드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그동안 워낙 많이 속으셔서 과연 믿으실랑가;;;）




* 작가응원의 글은!!

cyworld.com/kungmin2

（홍보하든 안하든 방문자 수가 변함없다는 게 신기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