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의 30년만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또한 오늘 했던 90회 아카데미에서 수상도 했네요 명작은 명작인가 봅니다.

1편도 참 대단한 영화입니다. 1982년 CG기술이 없던 시절이었음에도 미래세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다니. 2018년 현재의 우리 영화계에선 '염력'이 등장했는데 말입니다.

과거의 SF영화가 보여준 미래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현재인데, 오히려 현실이 영화를 앞지르기도 하면서 SF라는 장르 자체가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는 이런 면에서 완전 꽝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리플리컨트'는 충분히 미래의 기술이겠지만, 스마트폰도 없는 2049년의 세계라니요.

게다가 이 영화가 그리는 미래의 세계란 암울하기 그지 없습니다. 기존 1편에 담고 있었던 일본인, 히스패닉들의 거리는 2049년에도 여전히 비슷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 하루종일 비만 추적추적 내리는 LA의 기후는 1편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작중의 분위기를 칙칙하고 어둡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모든 것들이 제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평행세계의 다른 지구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금 지구와는 전혀 다른, 아주 다른 세계를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은 아주 탁월하게 구상하여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영화가 가지는 색감, 분위기 등이 너무도 완벽하게 영화 속 세계를 그려내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1편을 보지 않았다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고, 무언가 뚫려있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보게 된다면 꼭 1편을 한 번 관람하고（파이널 컷으로 보셔야 합니다.） 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블레이드 러너'로 다른 구 세대의 리플리컨트들을 '폐기' 시키는 경찰입니다. 이 인물은 일명 k로 통칭되고, 그저 이 개체도 신세대 리플리컨트로서, 아무개일 뿐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k가 갖고 있는 물음은 상당히 실존주의적인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것에 의해 존재하는가까지도 내포하는 물음들이죠. 또한 그의 연인인 조이는 홀로그램인데, 조이와 k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면 영화 'her'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또한 그녀는 어떤 존재인가도 골똘히 생각해볼만한 영화입니다. 그녀가 어떤 존재이면서 그녀가 행하는 것들이 과연 진실성이 있는 것인가. 그런 물음도 가져봅니다.

영화는 복제인간, 인조인간에 대한 영화지만 결국 그 실체는 인간 본연에 대한 물음,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군가. 다름은 무엇이고 동질성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상당히 불교적 색채가 （아주 주관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시다보면 느끼겠지만 성경을 정말 많이 인용했습니다만 오히려 불교적이었다는
느낌이 있네요. 이 세상에 홀로 존귀하니 존귀하지 않은 자가 없다는 부처의 말씀과도 어느정도 상통하는 바가 있지 않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는 그러나 저주받은 걸작의 후속작이니 만큼, 화려한 액션신 등을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1편에도 그랬지만, 참 경찰들이 약합니다... 스토리 전개 또한 상당히 늦는 편이며 영화의 런닝타임은 2시간 40분에 달합니다. 루즈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정말 지루해서 못견딜 정도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더군요.

그러나 SF장르, 사이버펑크물이라는 장르의 새 시대를 개척했던 1편과, 그 장치들을 가지고와 후속작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정립했고 또한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적 작품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굉장히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