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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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 야, 너 내가 오지말라고 했는데 왜 온거냐

수경 : 미.. 미안해 오빠..



참 우스운 상황이다.

솔직히 수경이가 잘못한게 무엇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경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천상 : 미안한거 알면 그냥 집에 가라.

수경 :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천상 : 그래서 뭐? 내 모습이라도 똑똑히 봐야 속이 시원하겠다 이거야?

수경 : 아..아니 그게아니라..

천상 : 그럼 뭔데. 용건만 빨리 말해.

수경 : 진짜 걱정되서 온거야.. 너무 화내지마.. 그리고 이거 받어..

천상 : 이게 뭔데?

수경 : 병원에서 심심할테니까 이거 읽어.




수경이가 나에게 건낸 것은

여중생들이 좋아할법한 순정만화책이었다.

-_-



천상 : 야, 남자들은 이런거 안좋아한다.

수경 : 그..그럼 다른책 가져다 줄까?

천상 : 아 글쎄 오지 말라니까!!

수경 : ...........








정말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자기 걱정되서 찾아온 저런 착한 아이를

저런식으로 문전박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저때 난 진정 미친놈이었나보다.





수경 : 근데.. 나 오빠 얼굴 한번만 봐도 돼?

천상 : 결국 목적이 그거였군. 내 몰골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궁금했던거야?

수경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

천상 : 휴... 정말 구제불능이군.. 보든말든 니 맘대로 해라.






수경이가 서서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를 향해 눈을 올려다 보았다.

그 눈빛은 호기심에 가득찬 어린이가 낯선 물건을 쳐다보는 듯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



천상 : 그래, 보니까 시원하냐?

수경 : 오빠.. 생각보다 멀쩡하잖아^^

천상 : 그래. 내 얼굴이 생각보다 멀쩡... 뭐? 멀쩡하다고?

수경 : 괜히 걱정했잖아

천상 : 야 이 얼굴이 어딜봐서 멀쩡하다는거냐? 괴물이지.

수경 : 오빠 얼굴이 괴물이면 내 얼굴은 외계인이게?

천상 : 니 얼굴이 왜 외계인이야 봐줄만 하구만.

수경 : 오빠 얼굴도 봐줄만해.

천상 : 내가 지금까지 몰랐는데.. 우리 수경이...

수경 : 응..?

천상 : 우리 수경이... 시력이 매우 안좋구나..

수경 : 나 시력 좋거든??

천상 : 흠... 진짜 내 얼굴이 멀쩡해보인다 이거지?

수경 : 오빠야 말로 어린애도 아니고 얼굴좀 부었다고 대인기피를 하냐?

천상 : 넌 임마 내 마음 몰라. 내 얼굴 언제 멀쩡해질까? 후우..

수경 : 그럼 오빠 퇴원해서 얼굴 멀쩡해지면 나 영화한편 보여주는거다?

천상 : 그래 뭐 까짓것.. 한편 보여주지 뭐





나이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린 중학생이었지만

그 아이는 되려 나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한번 병문안을 오더니

그 뒤로도 계속 병문안을 오면서

내 말상대가 되어주고

선물도 여러가지 가져왔다.



내 10년지기 친구들도 한번 오지 않는 병문안을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계속해서 찾아와

내가 깨어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자고 있는 모습이라도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를 통해 들은 이야기다）





그러다가 내가 깨어있던 날

수경이가 찾아오게 되어 소소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천상 : 근데 너 안 바쁘냐?

수경 : 바쁘지.. 과제할 것도 많고. 학원도 가야돼..

천상 : 근데 왜자꾸 병원을 니집처럼 들락날락거리는거야?

수경 : 그냥... 여기가 좋아..

천상 : 너 혹시... 입원하고 싶은거냐-_-

수경 : 아니.. 오빠 어머님되시는 분 너무 친절해서 좋고, 오빠도 편해서 좋아.

천상 : 야, 넌 엄마 없냐?

수경 : 있긴한데.. 우리엄마는 매일 아빠랑 싸우느라 나한테 애정 줄 시간이 없어^^

천상 : 원래 부부는 자주 싸우는거야.

수경 : ...... 집에 가기가 싫어..

천상 : 뭐?

수경 :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그 지긋지긋한 싸움소리.. 듣기 싫거든.

천상 : 너네집.. 대체 어느정도길래..

수경 : ..........;;;






이때 수경이의 핸드폰에 요란하게 울렸다.




수경 : 여...여보세요..?

'야 이년아, 넌 또 어딜 싸돌아 다니는거냐?'

수경 : 어..엄마;; 빨리 들어갈께요..

'니 애비는 맨날 술퍼먹지, 딸내미는 허락도 없이 싸돌아다니기나하지..이놈의 집구석..에휴..'

수경 : ........

'빨리 와서 공부나 해 이년아'







수화기 너머로

내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의

통화내용이 흘러나왔다.







수경 : ...........

천상 : ........;;;








그러다가 우연히 수경이의 왼쪽 손목을 보았는데

소매로 미쳐 다 가려지지 않은 상처가 보였다.



천상 : 야, 너 이상처..

수경 : 아.. 아무것도 아니야^^



깜짝 놀라면서 잽싸게 상처를 가리려는 수경이었지만

스스로 칼로 그은 자국임을 내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천상 : 너 이거 왜그런거야?

수경 : 죽어가는 사람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니까 창피하네.

천상 : 그러니까 너 왜 이런짓을 했냐고

수경 : 친구도 그렇고, 심지어는 가족까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어.

천상 : 그렇다고 이런짓을 하냐?

수경 : 이렇게라도 하면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줄거라 생각했거든.

천상 : 세상에 너만한 바보가 또 있을까.

수경 : 오빤 아마 모를거야^^ 비록 지금 몸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관심가져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가족이 옆에 있잖아.

천상 : .............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수경이의 이야기를 듣고

어찌보면 몸이 아프긴하지만 날 사랑해주는 화목한 가정을 가진 내가

이런걸 가지지못한 수경이보다 더 행복한 녀석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졌다.

이런 녀석에게 내가 그동안

모질게 대했던 것이 한없이 한심스러웠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어린나이에 수경이가 겪었을 상처가

빨리 치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경 : 오빠..

천상 : 응?

수경 : 나 친오빠가 없어서 그러는데 친오빠라고 생각해도 될까?

천상 : 물론^^

수경 : 정말 고마워..

천상 :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그나저나 너 앞으로 또한번 몸에 칼대면 혼난다

수경 : 이렇게 든든한 친오빠가 생겼는데 내가 왜 그런짓을 해~

천상 : 아니.. 성형수술하지 말라고

수경 : -_-













시간은 흘러서 난 퇴원을 하였고

병이 재발해서 또한번의 수술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외래진료를 받으며 투병 및 요양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퇴원하고나면 영화한편 보여주겠다는 수경이와의 약속을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지키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퇴원하고 나서 수경이에 대한

많은 부분을 가볍게 기억의 저편으로 넘겨버렸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한번 내주지 못했던 것같다.






수경아, 친오빠처럼 대해준다고 약속만해놓고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서 미안하다..

그리고 1년전 그때 너무 고마웠다..





여러분들도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을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가족이나 동료가 있음에 감사하고,

그 한줄기 빛만으로도

스스로의 인생을 비관에서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주셨으면 합니다.







Fin.

Written by chyu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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