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 근래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 글을 주인공인 정수경양에게 바칩니다.













멀쩡하게 대학교 생활을 즐기던 나에게

갑자기 큰 병이 찾아왔고

잔병치레라고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내가

병원이라는 곳에 처음 입원하게 되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오히려 마음은 더 침착했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뇌를 열고 행해야하는

다소 어려운 개두술（머리 수술）을 하기로 하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심경의 변화가 없었다.

고이 길러오던 머리를 한순간에 면도질할때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건 생각을 깊게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제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만약 자신의 부모님이나 소중한 친구가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보자.

그럼 과연 너무 슬픈나머지 그자리에서 눈물이 바로 나올 것 같은가?

물론 사람의 개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엔 울지 않는다.

그저 멍~하게 넋을 잃을 뿐이다.



그러나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점점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슬픔의 나락에 빠져들게 되고 만다.





나 역시 내가 강심장이라 내 병에 대해 무덤덤했던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순식간에 잃어버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나 역시 날벼락같은 소리에 잠시 넋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정신을 차리면 차릴수록

내 내면의 고통은 자꾸만 커져갔다.



수술후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머리에 철심을 꽂고 있는 내 자신이

마치 내가 아닌것처럼

거울을 쳐다보는 것 자체가 싫었고,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은

TV에서나 나올법한 불우한 장애우처럼 보였다.

수술후 부작용으로 오른쪽 안면이 부어올라

완전히 좌우가 비대칭인 괴물과 같은 형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혼자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한 낯선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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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혹시천상님핸
드폰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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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아닌 인터넷 예명을 쓰는 것을 보니

우연히 인터넷에서 내 글을 읽고 호기심에

문자라도 한번 보내본 사람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한데 문자나 주고 받아볼까? 하는 생각에

곧바로 답장을 보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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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혹시인
터넷에서제글읽으
신독자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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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님맞죠??예전
부터쭉글읽어오던
중학생인데요..요
즘글이잘안올라오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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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개인적인일로
잠시병원에있거든
요^^그나저나어디
에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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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서울구의동에
사는데요..제가알
기로는천상님도이
근처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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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문자를 주고 받아보니

문자의 주인공은 중학교3학년생의 정수경이라는 여학생이었으며,

놀랍게도 이분은 나와 완전히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고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자

마음속 깊이 걱정해주며

문병을 가겠다고 해주었다.



하지만 난 그때 그 누구에게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들조차도

문병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놓았던터인지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문병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정도로

그당시 내 모습은 처참하고 보기 흉했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던 나 조차

글로써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가 힘들정도로

흉측한 모습 그 자체였다.




아무튼 그때부터 수경이에게는 문병오지말것을 단단히 일러두면서

계속해서 심심할때마다 문자로 연락을 나누었다.

하지만 말이 연락을 나눈거지

기운이 없어서 하루중 대부분을

잠에 빠져있는 나에게

대답도 없는 문자를 보낸

수경이의 일방적인 연락이었던 때가 더 많았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말까지 트게된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 서로 만나보지도 못한 상황.

이렇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나의 단단한 마음의 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경 : 오빠, 우리 이제 통화도 이렇게 거리낌없이 할정도인데..

천상 : 문병오면 안되냐고?

수경 : 어..

천상 : 너, 니가 아무리 친한 사이가 된다고 해도 문병은 절대 안된다고 했지?

수경 : 왜?

천상 : 지금은 만나기 싫다. 만약 니맘대로 오면 앞으로 너 절대로 안볼거야.

수경 : 지금 병원에 있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 이거야?

천상 : 그런거 아니야. 하긴, 여기가 어디 병원인지 내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니 못오겠지.

수경 : 오빠 지금 굉장히 사람이 옹졸해보이는거 알어?

천상 : 무슨말이냐?

수경 : 그럼 오빠는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이 입원하면 문병안갈래?

천상 : 당연히 가야지.

수경 : 근데 왜 나더러 문병오지 말라는거야?

천상 : 니가 나 사랑하냐?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야?

수경 :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밥팅아.

천상 : 까부냐-_-?

수경 : 몰라. 끊어.




나한테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있다싶이 행동하는

수경이의 행동이 외롭고 심심했던 나에게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이러한 순수한 마음이 어느 순간에 가서는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한것도 사실이다.

지금와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마는

아무튼 저때는 저렇게 철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 내에 있는 환자용 공원에서

조용히 앉아 소설책을 읽고 있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천상 : 여보세요? 또 너냐?

엄마 : 엄마다

천상 : 아.. 무슨 일이야?

엄마 : 여기 지금 너 문병온 애가 한명있길래.

천상 : 뭐? 아무한테도 오지말랬는데?

엄마 : 어린 중학생같은데 빨리 올라와봐.

천상 : 싫어. 안가. 집에 가라그래.

엄마 : 야, 헛소리하지말고 빨리 올라와. 얘 지금 너땜에 운다.

천상 : 뭔소리야? 왜 울어

엄마 : 문병오고 싶어서 일단 오긴했는데 니가 문병왔다고 화낼까봐 무섭대




그렇다.

내가 그토록 오지말라고

머리속에 박히도록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내가 진심으로 걱정되서 참지 못하고

어디에 입원해 있을지도 모르는 내 병원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을 수소문해가며

간신히 내가 있는 병원을 찾았고

어렵사리 문병을 온 것이다.



근데 병원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문병왔다고 하면 내가 화낼것같고,

그렇다고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고..

어찌할바 모르면서 내 병실 앞에서 찔끔찔끔 울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울고있는 녀석을 엄마가 발견해서

나에게 전화를 해준 것이다.











아.. 젠장..

이 꼬라지 아무한테도 보여주기 싫었는데.

왜 찾아온거냐 짜증나게.



이때까지만해도 난 빌어먹을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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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글이 길어져서 2부작으로 쪼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