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동생의 친구 세 명이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제 동생은 여동생（-_-）이고 친구 세 명도 여자였습니다.

지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옆집 오빠 어떻고 저떻고

아는 오빠 어떻고 저떻고

친구 남친 어떻고 저떻고

여자 넷이 모이니 사람 하나 죽일놈 만드는 건 일도 아니더군요.

그러다가 동생이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자고 하더군요.

저도 밥 차리기는 귀찮았던 터라 흔쾌히（평소에 밥 차린다는 것을 강조.） 승낙했습니다.

자장면 네그릇값（제꺼 뺏으니깐요.）을 동생에게 받아내리라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배달부 형이 왔습니다.

철가방에서 그릇을 꺼내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저는 당황했습니다.

철가방 안에서 나오는 것은 단.무.지.

악뚜는 한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단무지 없이는 느끼해서 자장면을 못 먹는다는 기이한 특징（?）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자장면만 퍼먹고（!）있는데 동생 친구가

"서연（악뚜 본명）이 오빠는 단무지 안먹어요?"

라고 하길래 제 동생이

"요즘 한약먹는데 한의사쌤이 단무지 먹지 말라고 하셧대."

라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동생 친구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참 안됐다." 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던 저는

동생 친구의 한마디에 기분이 지옥으로 꼬라박혔습죠.

"그럼 우리끼리 단무지 먹자."

사는게 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