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기 위해선 하룻밤의 짧은 휴식이 필요하고

한주를 보내기 위해선 하루정도의 휴일이 필요하고

그렇게 한달이 가고 그것이 모여 열두달을 보내 일년을

만들기엔 삶이 너무 고달프고 힘듭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더위에 찌들어갈 무렵 휴가란걸

보내게 되나봅니다.




열심히 일하고 떠나는 자연속으로의 여행...

누구나 한번쯤은 가슴속에 품어보는 삼천원짜리 로망일것이고,




일년이면 삼백육십사일을 놀고 하루를 쉬는

사람일지라도 여름에는 웬지 자연과 벗이

되고프다는 욕망에 오장이 다 너덜거릴겁니다.




원초적인 자연속에서 인간의 본능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꿈꾸기도 하지요.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처음 만난 낯선 이성과 수줍 듯 걷는 석양 물드는

바닷가를 걸으며 시를 노래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맹세하고픈 아름다운 충동은





그저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이야기죠.

아무튼 요즘 드라마나 영화가 사람 많이 버려놓습니다.

대표적인 희생자가 저임은 두말 하면 잔소리겠습니다.







몇년전...




남들 다가는 휴가도 우리도 한번 가보자며

저와 박군 김군은 의기 투합했습니다.




"박군 김군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자."


"혀니야 우린 사람답게 살았어...니가 좀 견생이었지."


"김군도 동의하냐?"


"미안하지만 난 박군말에 한표."


"개시키들...아무튼 우리도 여행 한번 가보자."


"오 좋다 좋아 어디로 갈까?"


"어디긴 여름이면 바다로 가야지."


"혀니야 몰디브로 가자."


"박군아 거긴 나도 좋다."


"혀니야 푸켓은 어떠냐?"


"박군 너 여권없잖아...그리고 김군 신혼여행 가냐?"




그렇게 좀 덜 떨어진 인간 둘하고 그런 인간들한테

개취급받는 전 강릉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텐트, 코펠 휴대용버너등 취사도구, 쌀과 라면, 마른반찬,

비옷, 야삽, 오함마, 도끼, 비상로프, 아이젠, 랜턴,

모기장, 구급약, 담요와 갈아 입을 속옷등등을 철저히

준비하려다가 너무 무겁고 귀찮아서 그냥




돈만 들고 맨몸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차시간을 기다리며 대낮부터 퍼마신 술로 피곤해

차창밖 아름다운 경치는 생깠으며 게다가

대관령 고개를 넘어갈 무렵 멀미로 성실하게

오바이트를 한 박군 덕택에 강릉엔 정말이지

눈 깜짝할 새에 도착했습니다.




저녁무렵 도착한 강릉터미널엔 민박집 호객꾼이

엄청나게 많았고 서로들 손님 유치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손님 한팀을 두고 서로 주먹다짐까지 하는 유치한 광경도 있었구요.




"혀니야 방은 나중에 잡고 밥부터 먹자 배고프다."


"박군아 방부터 잡아야지 나중에 방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김군 말이 맞는거 같은데 일단 방부터 잡자."




찻속에서 오바이트 때문인지 박군의 뱃속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깜장비니루 세장을 만땅했으니 그도 그럴법 했죠.




방부터 잡자는 김군과 저의 설득은 배고픈 곰탱이색히 한테는

씨알도 안먹혔고 결국 우리는 터미널 인근 밥집으로 향했고

삼겹살 오인분에 소주 다섯병을 사이좋게 나누어 마셨습니다.




식당을 나오니 해는 져서 어둑어둑하였고 해지기전까지

북적이던 민박집 호객꾼들은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김군과 전 박군을 노려 보았습니다.

순간 취한척 비틀거리며 훼이크를 쓰는 박군을 보며

참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기요 민박 구하세요?"




전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호객꾼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네 아저씨 밤이슬 피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바닷가하고 가깝고 샤워시설 취사시설 다 되있구요."


"저희는 호텔같은건 필요없구요 잠만 자면..."


"하룻밤에 12만원요."


"네 감사...응?...뭐 이 도둑놈아?"


"싫으면 다른데 알아보슈...지금 방 없을거유"




아까까지만해도 육만원 팔만원 그러던것 같았는데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더군요.




"이 사람들이 민박해서 재벌되려고 그러나...안자요 안자!!"


"그러시던가.."




매몰차게 자리를 뜨는 호객꾼은 약 삼십여분후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나마 남은 나머지 호객꾼들의 숙박료가 다들 15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이죠.




그리고 우리 쪼다셋은 그 호객꾼에게 형님형님 하며

굽신거리면서 따라갔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민박집의 시설은 그야말로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썩은장판과 썩은벽지과 조화를 이루는 넓은 방과

햇빛 잘 들것 같은 창가에는 물미역으로 막아서

방충과 방향을 신경을 썻고 비료포대와 우사천으로

마감한 방 출입문은 아늑함을 더했습니다.

아울러 방안에서 풍기는 향기는 장마철 끝자락에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향기와 같아 친숙함을 더했습니다.




넓은 마당의 샤워장은 비닐천막으로 시원스러움을

보이고 샤워장 안의 낡은 수도꼭지와 고무호스는

공사장의 고된 하루 노동에 피로를 말끔히 풀어줄 듯 편안했습니다.

한쪽 구석에 널부러진 짝 안맞는 찢어진 프라스틱 슬리퍼는

손님의 안전을 고려한 주인의 세심한 배려로 다가왔습니다.




단 한가지 샤워장 옆 화장실의 변기가 수세식인것에

대해서는 도시스러운 면모가 풍기는것 같아 거북스러웠습니다.

더부러 남녀공용인것에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설들을 둘러보는데

또 한무리의 손님들이 오는것 같았습니다.




어두침침한 마당엔 불도 안밝혔는데

주위가 환해지더군요.




여자분들이십니다.

게다가 세명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외로워 보였습니다.




외롭게 사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는

아버님의 교육에 충실해지고 싶어졌습니다.




잽싸게 방으로 돌아와 작전회의에 돌입했습니다.




"친구들 드디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다."


"혀니야 근데 뭣 모르고 갔다가 뻰찌맞으면?"


"박군아 그러니까 넌 그냥 방에 있어"


"씹알롬..."


"혀니야 근데 뻰찌맞는거야 안두려운데 쟤들 폭탄이면?"


"거울 보고와라 김군아...우리가 이런데 폭탄을 논하냐?"


"씹알롬..."




밖에선 시설을 둘러보던 아가씨들의 툴툴거리는 소리와

주인아저씨의 퉁명스러운 댓구가 앙상블로 들려왔고

다행히 그녀들은 다른곳으로 옮기지 않고 방 하나를 얻어

들어가더군요.




숨을 고른 잠시후 전 창가에 걸려진 반쯤 마른 미역을

몇줄기 빼들고 그녀들의 방으로 갔습니다.

지금도 전 그때 왜 미역을 빼들고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들의 방에 정중히 노크를 하니

잠시후 거칠게 열리는 방문에 뒤로 자빠져서

코가 깨질뻔 했습니다.




"누..누구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저희는 오늘 여기에
놀러온 청년입니다. 저말고 둘 더 있습니다만."


"근데요?"


"아 네 이것 좀 전해 드리려구요...미역입니다."


"미역은 왜요?"


"피부미용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완전 식품이죠."


"고맙긴한데 이걸 우리더러 해서 먹으라구요."


"꼭 드시면 좋은 음식입니다...꼭 드세요."


"고맙긴한데요 우리 취사도구도 없구요.
이런거 안먹어도 건강해요 보시다시피...호호"




일단 호감을 얻었다는 느낌에 진도를 더 쨰봅니다.




"그럼 저희가 해드릴께요 미역국이요."


"호호...그래요 근데 꼴랑 미역국만요?
저희 밥도 안먹었는데."


"음...미역국과 밥 그리고 회정도...물론 옵션은 약간의 술?"


"네 그러세요...내일 아침은 저희가 살께요."




민박집 주인에게 회하고 술, 매운탕 그리고 미역국 좀

끓여달라고 주문하고 방으로 돌아온 저는 박군과 김군에게

당한 키스세례에 기분나빠 죽는 줄 알았습니다.




민박시설과는 달리 성찬이 차려져 나오고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정겨운 대화로

짧은 밤을 쪼개나가고 있었습니다.




옷벗기 고스돕, 진실게임, 짝짓기놀이, 연인게임 등등




을 하고 싶었으나 그딴건 제 안생에서 허용되는 게임이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녀들과 몇시간 이야기를 나누어 본 바로는

뭐 그저 놀고 즐기자고 놀러 온게 아니고 친한 친구끼리

그야말로 건전하게 여행을 온거였습니다.




저희완 참 정반대라서 아쉬웠습니다.

박군과 김군의 눈에는 언뜻 눈물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벗어나 비록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 즐겁게

술도 마시고 맛있는것도 먹고 대화를 나눈다는 자체가

참 행복인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가고 날이 밝기 얼마전엔

이미 김군과 여자분 하나는 잠이 들어 있더군요.




"쿠우울~~~크르렁 크크크 컥~!"


"코로롱 ~코롱...코로로로."




매우 피곤했나봅니다.

믿기진 않으시겠지만 처음 서술한 의성어가 여자분입니다.




다들 눈은 풀려가고...




그와중에 여자분 한분이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엘 갔습니다.

박군 역시 눈만 뜨고 있지 정신은 이미 국립정신병원에 외래로

가 있었고 나머지 여자분 한분도 상태가 그다지 좋지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간 여자분은 10여분이 지나도 오질 않고

그사이 박군과 나머지 여자분은 적지않은 양의 술로 인해서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습니다.




걱정스러웠지만 제가 화장실로 가서 확인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고 있던 여자분 한분을 깨워 좀 가보라고 부탁을 했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잠투정으로 인한 귀싸대기와 발길질 뿐...




20여분을 기다린 후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보았습니다.

사실은 한시간전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자꾸 또 배가 아픈것이었습니다.

미역국이 잘못된건지...

저도 화장실을 써야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나가봤습니다.





때마침 화장실에서 부랴부랴 나오는 그녀가 보였고,




"어...괜찮으세요?"


"네...괘...괜찮아요..."


"흑...다행이네요 저도 배가 좀....;;;"




급하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곤 바로 경악에 돌입했습니다.




큰변을 보고도 물도 안내리고 간거였습니다.




그녀의 변이란걸 확신하는건

마지막에 화장실을 사용한 사람은 분명 저였습니다.

불과 한시간 전이었고 그사이 다들 잠이 들었으니까요.

민박집주인 화장실은 실내에 있었구요.

다른방은 다 빈방이구요.

그녀가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따지러 가기엔 상식이 아니였습니다.

가서 똥싸고 왜 물 안내렸냐고 물어볼 수도 없구요.




급격히 조여오는 괄약근의 압박에 일단은 볼일을

보고 따지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바지벗고 앉아서 물을 내리면서 배에 힘을 주었습니다.

시원하게 배설되는 소리는 새벽을 가르고

꿀럭꿀럭거리며 물 안내려가는 좌변기의 소리는

순진한 제마음을 찢어놓습니다.




몇번의 물을 내려도 내려가지는 않고 살짝살짝 넘치는 오물들...




상태가 거의 데프콘 3의 지경이었습니다.




꼼짝없이 누명을 뒤집어 쓰겠다는 생각이 똑똑하게 들더군요.




바로옆 샤워장에서 고무호스를 가져와서 물을 쏟아 부었습니다.

뚜러펑....정말 그리웠습니다.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내려가지 않는 오물들....

간밤에 마신 많은 양의 술은 다깨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될때 즈음엔 이미 밖은 날이 밝고 변기에 엄청나게 쏟아부은

물은 오물과 함께 사이좋게 어우러져 화장실 밖으로 철철 넘쳐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미 마당과 샤워장은 똥물로 오염되었고

그것을 정화할 능력은 제게 없었습니다.




힘없이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증스럽게 세상 편하게 주무시고 계신 그녀를 보고나니

혹여 불행하게 다시 만나면 변비약을 사주리라 마음먹고

있는데 밖에선 소란스럽더군요.




"으헉...여기 뭐야...이거 똥물 아냐?"




주인아저씨가 발견한 모양이었습니다.




똥물 묻은 바지를 벗고 박군의 바지로 갈아입고

전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저기요 총각 밤새 화장실이 왜 이 모양이래요?"


"방금까진 괜찮았는데요....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서울로 올라오는 길

안개비 뿌리는 영동고속도로는 제 마음을

그대로 읽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박군 니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 있는줄 몰랐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는 좀 그러지 않냐?






by hyuny



↓놀러들 오세요...편안하십니다.

http://cafe.daum.net/writerhyu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