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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사랑은... 아프다.. -11-






다혜 : 일단 한모금씩 마실까?

천상 : 어? 으..응;;

다혜 : 자~ 건배!




다혜와 나는 소주병채 들고

서로 건배를 하였다.

내 20년 인생에

이렇게 술을 들이붓다시피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천상 : 야, 너 첫 건배에 한병을 원샷하면 어떡하냐??

다혜 : 오늘은 그냥 나좀 취하고 싶다..

천상 : 하긴, 니가 그정도로마셔야 나랑 비슷하게 취하겠지만;;

다혜 : 나도 술이 쎈 내 자신이 싫어.

천상 : 술 쎄면 좋지 뭐가 싫어?

다혜 : 힘들때 취하고 싶어도 잘 안취하잖아..

천상 : 아...

다혜 : 우리 또 건배하자~





다혜는 정말 이날만큼은 빨리 취하고 싶었는지

쉴틈없이 술을 마셔댔다.


결국, 채 한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소주 한병을,

다혜는 소주 두병정도를 비우게 되었다.




아무리 다혜가 술이 쎄다고 한들

변변찮은 안주도 없이 1시간에 소주 두병을 비울정도면

분명히 취했음에 틀림없다.


아니나다를까

다혜가 약간 느릿느릿한 행동으로

내 어깨쪽으로 다가오더니

곧이어

내 왼쪽 어깨에 부드러운 그녀의

오른쪽 볼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두근..'


심장이 약간 떨렸다.






천상 : 다혜야, 졸려?

다혜 : 응.. 좀만 기대고 있을께.. 괜찮지?

천상 : 그래. 우리사이에 뭐 이정도까지야.

다혜 : 우리 사이?

천상 : 친한 사이라는거지뭐..하하..

다혜 : 그럼 친한 사이니까 키스한번..해줄래?






'두근..두근..'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심장이 떨렸다.





천상 : 키스.. 해도 될까?

다혜 : 해줘. 자~




다혜가 눈을 살며시 감고

앵두같이 조그만 입술을 약간 내밀었다.

지금까지 그냥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이 순간 갑자기 머리가 흐리멍텅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그냥 그녀에게 키스를 해버렸다.




..................





다혜 : 천상아 이제 그만해도 될거같..

천상 : 좀만 더.

다혜 : 응;






그녀와 나는 약 20분간의

기나긴 여행같은 키스를 나누었다.

술이란건 이렇게 나에게 용기를 심어줘서

참 좋은 것 같다.





이때, 다혜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다혜 : 내가 저번에 니가 술먹고 나한테 키스했다고 했잖아

천상 : 응.. 그랬었지. 기억은 안나지만 미안해.

다혜 : 그거 내가 거짓말한거였어 히히

천상 : 뭐?? 아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해;

다혜 : 너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같아서..

천상 : ................









이어지는 다혜의 나즈막한 목소리.






『 다혜 :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은걸까?

　 천상 : 응..?

　 다혜 : 우리 지금 이 상태.. 그냥 대책없어 보여서..

　 천상 : 하하.. 그렇구나..

　 다혜 : 아무래도 우리사이, 뭔가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될것같아.

　 천상 : 그..그래야겠지.. 』




한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의 대답을 기다렸을 그녀가

이제는 조금 기다리기 힘들어져서인지

나의 대답을 원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다혜 : 실은... 전에 사겼던 그 오빠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어.

천상 : 상준씨라는 사람?

다혜 : 응...

천상 :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런 쳐죽일 새끼.

다혜 : 우리 오빠 욕하지마..

천상 : 응? 얘가 갑자기 뭔소리야. 그사람은 너 버리고 도망간 새끼야.





갑자기 상준이라는 사람을

감싸려고 드는 다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혜 : 오빠가 나한테 용서를 빌어왔어. 그땐 자기가 너무 경솔했다고;;

천상 : 그래서 넌 지금 그말을 믿는거냐?

다혜 : ............

천상 : 얘가 진짜 이렇게 순진하게 살아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다혜 : 알아.. 어쩌면 그 사람이 날 한번 더 버릴지도 모른다는거..

천상 : 그럼 용서를 빈다고 용서해주면 안돼지!

다혜 :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그게 쉽지 않잖아.

천상 : 좋게 말할때 후회할짓 하지말고 그 사람이랑 연락하지마.

다혜 : 너도 비슷한 첫사랑 겪어봐서 알잖아. 그 사람 쉽게 미워할 수 없다는걸.




그렇다.

사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채영이라는 나의 첫사랑.



날 매정하게 차버렸던 채영이라는 여자에게

난 두번이나 울며 매달렸고,

그런 날 뒤로 한채 채영이는

내 옆을 떠나버렸다.



내 첫사랑인 채영에게는 그렇게 매달렸던 나 자신이면서,

왜 다혜한테는 그 사람에게 다시 정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혜가 다시 그 남자에게 돌아가는 건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상 : 그래.. 생각해보니 내 자신도 그랬던 것같다.

다혜 : 이제.. 나 어떻게 해야할까?

천상 : 너 정말로 그 상준이라는 사람 못잊겠어?

다혜 : 솔직히 아직까지도 쉽게 잊혀지지가 않아.

천상 : 근데 난 널 절대 그 사람한테 못보내겠는데...

다혜 : .........

천상 : 그래서.. 도저히 그 사람 못잊겠다면 내가 옆에서 도와줄께..

다혜 : 응?

천상 : 내가 그사람 대신 너의 연인이 되주면 안될까...

다혜 : 천상아...





다혜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웃음.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다혜 : 나.. 기쁜데 자꾸 눈물이 나네..

천상 : 내 여자친구가 된 이상 내 앞에서 눈물 보이면 안되는데.

다혜 : 응;;




눈을 부비며

억지로 눈물을 삼키려고 하는 다혜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감싸주는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다.



또한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1년 후.












그녀와의 꿈같은 나날들을 보내던 중

내 앞으로 군대 입영 통지서가 날라왔고,

난 입대 하루를 남겨두고

다혜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버렸다.



군대를 가기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혜같은 멍청한 여자는

진짜로 하염없이 날 기다릴지도 모르니까.






다만 다른 여자가 생겨서

싫증이 났을 뿐이니

이젠 날 잊어달라고.



하지만 아무리 외롭더라도

상준이라는 사람과는 만나지 말라고.



몇가지 말을 당부한 채 그렇게 헤어져버렸다..












결국.

나도 채영이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채영이가 날 지켜주기 위해

본인이 나쁜 여자가 되면서까지 날 차버렸 듯,

나도 그렇게..

다혜의 새로운 행복을 위해

내 자신을 나쁜 남자로 포장하고 그녀를 차버렸다.



조금은 채영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이런게 바로 자신을 버려가며

지켜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일까..?






천상 : 미안해.. 근데 이제 더이상 니가 여자로 보이지 않아..

다혜 :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천상 : 미안..

다혜 : 너 내가 평생 미워할꺼야.

천상 : 그래. 평생 미워해.

다혜 :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될까...?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천상 : 그냥 니가 싫어. 질렸다고.

다혜 : 머리를 자르라고 하면 자르고, 살을 빼라면 더 뺄께.

천상 : ....... 긴말하기 싫다.. 안녕..

다혜 : 천상아..






이 순간 문득

예전 채영이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채영 : 아까 그 오빠가 널 어떻게 해버릴까봐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거야.

천상 : 하하.. 그럼 도대체 왜 하필이면 임신같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댄거야?

채영 : 어중간한 핑계를 댔다간 니가 분명히 날 잡을 것 같아서..






이때 나누었던 채영이와의 대화.

그리고 지금 나와 다혜와의 상황.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나 역시 어중간한 핑계로는

다혜가 날 떠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의 그녀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변해버렸다고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렸다.

최대한 그녀가 날 미워할 수 있게.










사랑.. 그리고 이별..


모든 것은 그렇게

내 가슴속에 상처만을 남겨준채

아픈 추억이 되어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사랑은... 아프다.








Fin.


그동안 사랑은 아프다를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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