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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사랑은... 아프다.. -9-






'일어나봐 천상아!!!'

'정신좀 차려봐!!'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날 흔들어 깨우고 있는

채영이의 모습이었다.




하, 이제 내가 헛것이 보이는 것일까?

하두하두 그리워하다보니

이제 다혜가 채영이로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나타나는 것같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사리분별이 어려운 상태에

아무래도 비슷하게 생기다보니

누가 누군지 헷갈릴 수 밖에.




천상 : 으응.. 다혜야, 나 어떻게 된거냐?

채영 : 천상아!! 정신 좀 들어? 다행이다!!

천상 : 응.. 뭐가 어떻게 된거야..

채영 : 나 채영이야 천상아.. 다혜? 걘 누구야..

천상 : 뭐..? 채영이?





두손으로 눈을 부벼보고

다시한번 자세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긴 생머리.

비정상적으로 새하얀 피부.

쌍까풀없는 커다란 두 눈.

갸름한 양 볼.

영락없는 채영이의 모습이었다.





천상 : 너, 채영이구나?

채영 : 응.. 정신 좀 들어?

천상 : 야야, 너 왜 아까 나 모른척했어

채영 : 미안... 남자친구 때문에;;

천상 : 아참!! 그래, 니 남자친구 어디갔냐? 잡아서 족쳐야 되는데!

채영 : 너랑 싸우다가 너 기절하고, 너 신나게 두들겨 패고 돌아갔어.

천상 : 아.. 그랬냐;;;




엄청나게 쪽팔리다.

채영이나 다혜의 앞이라서가 아니라

여자앞에서 이렇게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자체가

매우 수치스러웠다.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얻어맞았기에

내가 정신을 잃은 것일까?

내가 이정도로 멧집이 안됐던걸까..





천상 : 이번 싸움, 내가 봐준거야 알지?

채영 : .... 지금 이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니?

천상 : 농담 아닌데.. 그럼 내가 설마 그 따위 놈한테 지겠냐?

채영 : 그 오빠 깡패야. 니가 이길 상대가 아니라고..

천상 : 어쩐지.. 주먹질이 좀 야무지긴하더라.

채영 : 맞은 기억은 나니..




사실 어떻게 맞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진정 싸움 잘하는 사람의 파워일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맞는 사람이

맞은 기억이 안날정도로

사람을 때릴 수 있는건지.




맞으면 단순히 아플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정신없이 맞기 때문에

아플 겨를도 없이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무튼 일단 내앞에 있는

채영이와 뭔가 대화를 해야만했다.






천상 : 채영아... 보고 싶었어..

채영 : ........

천상 : 그때 임신했다던 아기는 어떻게 됐어?

채영 : 역시 넌 순진하구나..

천상 : 응..?

채영 : 사람 말을 그렇게 곧이 곧대로 다 믿어버리면 어떡하니..

천상 : 무슨 말이야..

채영 : 내가 너랑 사귀는 동안에 다른 사람 애를 밸리가 없잖아.

천상 : 그야 당연하지. 근데 니가 그랬잖아 애 생겼다고!!




다시금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채영 : 애초에 애따위 없었어..

천상 : 하하;;; 뭐..?

채영 : 원래 임신같은거 하지도 않았어.

천상 : 그럼 지금껏 날 속였단 말이야?

채영 : 어쩔 수 없었어..

천상 : 그..그동안 내가 받은 상처는 생각 안해봤어?

채영 : 미안해..

천상 : 왜!!왜!! 그럼 그때 도대체 날 왜 버린거야!

채영 : 아까 너랑 싸웠던 그 남자 때문에;




채영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부터 채영이에게 집착하며 쭈욱 쫓아다니던 남자가

바로 날 때려눕힌 그 남자인데,


그 남자와 채영과 헤어지고

채영이와 내가 사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채영이에게 집착을 보이며

지금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니 옆에 있는 남자친구를 죽여버리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고 한다.




아까 싸울 때 느꼈지만

그 남자는 충분히 날 죽이고도 남을 정도로

거칠고 험악한 남자였고,

이 남자의 협박이 무서웠던 채영은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고 하였다.






천상 : 그럼 왜 하필 핑계를 대도 임신같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댄거야?

채영 : 어중간한 핑계를 댔다간 니가 분명히 날 잡을것 같아서..

천상 : 그래... 아무튼 그동안 오해였단 뜻이구나..

채영 : 응.. 근데 너 설마 아직도 나 못잊고 있니?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내 마음대로 해석한 거지만

아마 채영이도 나에게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한거라고 생각했다.




천상 : 글쎄... 내 감정이지만 나 스스로도 굉장히 헷갈린다..

채영 : 아마 잘못 행동했다간 그 남자가 또 너한테 해꼬지할지도 몰라.

천상 :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채영 : 내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게 좋아.

천상 : 그래서, 설마 또다시 이별을 통보하는거야? 두번씩이냐??

채영 : 미안, 나로서는 이 방법밖엔 없어.. 희생은 나 하나로 족하잖아.

천상 : 희생? 그따위 왜 니가 져야하는데?

채영 : 애초에 그 남자와 교제를 했던 내 책임이 크니까.

천상 : 그럼 애인이 되가지고 그런 남자 하나 막아주지못한 내 책임은?

채영 : 그건 니 책임이라고 보기 힘들잖아.

천상 : 또..또!! 또!!! 너 또 자꾸 내 죄를 니가 저지른 죄인것처럼 뒤집어 쓰려는 거야?

채영 : ..........

천상 : 술집에서 술잔을 깼을 때도, 지갑이 없어서 당황했을 때도!! 왜 니만 책임을 지냐고!!




채영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채영과의 추억이 다시금 주마등처럼 흘러가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채영이의 말대로 스토커같은 그 남자의 폭력때문에

날 멀리 떼어놓으려 하는거라면

내가 채영이와 가까이 지낼경우 분명히

나에게 어떠한 압박이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난 예전에 한번 잃었던 그녀를 두번 놓칠 수는 없었다.







천상 : 어떠한 이유를 대도 난 받아들일 수 없어.

채영 : 응?

천상 : 너와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채영 : 천상아.... 하지만;;

천상 : 왜? 내가 또 맞을까봐? 맞으면 합의금받아서 데이트라도 하지 뭐. 하하!!

채영 : 안맞을 생각을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떡해..

천상 : 근데 오늘 맞아보니까 맞는것도 별일 아닌데?

채영 : 어디 부러진 곳 없어?

천상 : 응, 나 이래뵈도 멧집은 좀 된다.

채영 : 다행이다..







채영이 말대로 다행이었다.

내가 많이 다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녀와의 길고 길었던 오해가 풀리고

다시한번 첫사랑이 이어지려고 하는

희망의 끈이 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내 첫사랑

채영이를 다시한번 잡을 수 있을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채영이를 잃고나서 바보같이 그때서야 알아버린

채영이의 소중함을 이젠 알고 있으므로

채영이에게 내 사랑을 더 정성스럽게

쏟아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때 잠시 채영이에게 정신이 팔려

중요한 곳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같다.



바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와 채영이의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는

다혜의 모습이었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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