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개봉하는 영화들이 그닥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한국영화 외국영화 통틀어
비수기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더 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와 요 몇달동안 아시아 영화들을
차례대로 보고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보면 또 며칠 지나지 않아
영화를 안볼것 같아 나름 계획을 잡아놓고 보고 있긴한데

'한국'은 임권택 감독님
'일본'은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중국'은 왕빙, 지아장커
'대만'은 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밍 량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홍콩' 왕가위, 두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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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독님들 한번씩 돌아가며 보고 있습니다.

아시아에도 서구유럽 못지 않게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영화들이 즐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한 번 느끼고 또 배웁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저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을 준
감독님은 중국의 '왕빙'감독입니다.
'왕빙'감독을 제외 하고는 그전에도 한번씩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왕빙'감독님은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했었지요.

최근에 운이 좋게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았는데 실로 굉장하더군요.

제가 본 영화는 '철서구' 였습니다.
그전에도 익히 얘기는 들었었지만
'철서구'는 정말 굉장한 영화입니다.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총 러닝타임이 9시간이 넘습니다.
사실상 하나의 영화로 봐도 무방한 영화죠.


'철서구'는 공업 지구를 뜻하며
일제시대 군수물자를 위해 공장을 만들어놓고
해방이후 급속하게 발전하여 80년대까지
거대공업지구로 성장을 해오다

1990년대들어 중국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며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끝내는 철거되는 내용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철서구'안에는 주민들도 살고 있어
공장의 쇠퇴는 곧 주민들의 퇴거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세기를 지켜온 중국의 거대 공장（하나의 사회）이
사라져가는 광경을 극사실주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1인 영화이며
작은 디지털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것은 그럼에도 영화가 위대하다는 점입니다.

'왕빙'감독 앞에서는
제작비, 스텝, 장비가 없어 영화를 못찍는다는
말은 입에도 담지못할 지경이지요.


촬영 스타일이나 형식적인 면에서도
독특하고도 힘있는 영화라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합니다.
（이 영화의 형식은 곧 영화의 내용과도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기차가 출발해서 1부가 시작하여
기차를 보내며 3부가 끝나는 '철서구'는
흡사 21세기의 뤼미에르를 보는듯 합니다.

시작과 끝은 맞닿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끝은 '무（無）'의 풍광일까.

오랫동안 숙고하게 만드는 '철서구'에
저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기도 하였죠.
（물론 너무길어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ㅠ）


지아장커 감독도 왕빙감독의 '철서구'를 보고
많은 영향과 영감을 받았다고 한적이 있는데
그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듯 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다큐멘터리 '동'과 '스틸 라이프'로 이어
'24시티'를 만든것을 보면 중국의 급변하는 사회속에
사라져가는 사회（삶）를 걱정과 고민을 안은채
영화에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위대한 영화들을 보다 극장에 널린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시시하기 이를데 없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4월에 어차피 감상평 적을 영화들이 없을것 같아
최근에 보고 있는 걸작 영화들의 느낀점들을
쓰는데 쓰면서도 느끼는것이
미국이나 유럽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안도감과 자부심 같은것을 느낍니다.

그런의미에서 한국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권택 감독님을 보며 한국영화의
위대함 같은것을 느끼곤 합니다.

다른 한국 감독도 많을텐데 왜 임권택 감독님이냐고
물으신다면 임권택 감독님은 아직까지 현역이시며
한국영화사의 살아있는 산 증인이고
세월과 함께 영화도 같이 커졌으며
가장 한국적인 감독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말한 '한국적'이다 라는 말은
임권택 감독님이 그간 만들어온 영화들이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세월 속 시간을 견디며 근현대사를 비롯해
한국영화사를 몸으로 체현하신 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다보니 계속 길어지네요
새벽감성에 젖어 임권택 감독님 이야기까지 했는데

왕빙 감독님은 정말 극장에 개봉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때 까지'를 볼려고
심히 있는 루트 없는 루트 다 뒤져도 안되네요 ㅠ
DVD도 없어서 이건 정말 곤욕 입니다 ㅋㅋ
（서울이나 부산에서 왕빙 특별전이나
상영을 하는데 그것도 시간이 되어야 가지요 ㅠ）


아시아 영화를 어느 정도 거치면
유럽탐방을 가야할듯 싶습니다. ㅎㅎ

아직까지도 봐야할 영화 안본 영화들이 무척이나 많네요.
（고전 영화도 보고 싶으나 그러면
일상생활이 안되니 알아서 잘 조절 해야겠죠 ㅎㅎㅎ）




아참 오후에 보니
한국영화가 칸에 5작품 올라가 있더군요.

'봉준호', '홍상수' 감독님이 경쟁부문에 올라가셨는데
그 외 비경쟁 작품 포함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