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사랑은... 아프다.. 전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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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사랑은... 아프다.. -5-









만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혜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굉장히 낯선 느낌이었다.




그야 당연히 만난지 얼마 안된 사람이니

우는 모습을 처음봐서 그런거일 수도 있지만

이건 그런 느낌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낯설거나 처음보는 사람이 울고 있으면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오래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흐느끼고 있으면

굉장한 감정의 기복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단순히 만난지 이틀밖에 되지않는

낯선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면

아무런 감정의 기복을 못느꼈겠지만


다혜의 우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알고 지낸지 수년이 지난 오랜 인연의 사람이

내 앞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내 첫사랑인 채영이라는 여자와

다혜와의 이미지를 같은 연장선상에서 봤기 때문이 아닐까?





채영이는 내 앞에서 전혀 운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채영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다혜가 우는 모습을 난 매우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천상 : 야.. 왜 울고 그래..

다혜 : 흑흑...

천상 : 미안해;;

다혜 : 넌 여자가 이렇게 감싸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애가 왜그러냐?

천상 : ........





아니, 오히려 남자를 감싸주려하는

다혜의 저런 포용력이 나를 더 짜증나게 했을런지도 모른다.

왜냐면 저러한 모습은

내 첫사랑인 채영이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했으니까.



자꾸,

채영이의 모습과 너의 모습이 겹치게 되잖아..








1년전.


채영이와 내가 술을 한잔 하고 있었을 때였다.




천상 : 채영아~ 내가 오늘은 시험잘봐서 기분 좋으니까 한턱 쏠께.

채영 : 오~ 정말이야? 히히..

천상 : 오늘따라 채영이 되게 이뻐보이네.

채영 : 나도 오늘따라 니가 되게 멋져보여..

천상 : 우리 기분좋게 건배나 할까?

채영 : 좋아~





나와 채영이는 기분좋게 잔에 술을 따르고

힘차게 잔을 부딪혔다.




'짠~'




그러나

너무 세게 부딪혀서 그런지

내가 들고 있던 잔을 놓쳐버렸고

잔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히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쨍그랑~'





이 소리를 듣던 술집 직원이 다가와서

약간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던 것같다.




직원 : 아니 손님, 술잔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깨버리시면 어떡합니까?

천상 : 아, 저 죄송합..

채영 : 죄송해요, 제가 좀 덜렁대는 버릇이 있어서 실수로 깨버렸네요.

직원 : 앞으로는 좀 주의해주세요.

채영 : 네, 가서 일보세요.




채영이는 내가 떨어뜨린 잔을

본인이 떨어뜨렸다고 대신 나서서

쓴소리를 들었다.




천상 : 야, 너 왜 니가 깼다고 그래?

채영 : 히히... 다른 사람이 너한테 뭐라그러는거 보기 싫어.

천상 : 그럼 난 뭐 니가 다른사람한테 안좋은 소리 듣는거 보기좋겠냐?

채영 : 그..그런가... 아무튼 난 너보다 누나잖아 임마!!

천상 : 애인되고나서부터 누나이니 동생이니 안따지기로 한거 아니었어?

채영 : 으..응..





그렇게 그녀와 작은 실갱이를 벌이며

술을 마시고 나서

계산대로 다가가 지갑을 찾는데

깜빡잊고 집에다 지갑을 놓고 왔음을 알게 되었다.




젠장,

오늘은 내가 거하게 한번 쏘기로 되있는건데..

이걸 어쩐다..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데



이때 역시 스스로 나서서

무안해질뻔한 나를 구해준게 바로 채영이었다.

아마도 계산대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채영 : 야, 갑자기 오늘은 이 누나가 한번 쏘고 싶어졌으니까 니가 쏘는건 내일로 미루자.

천상 : 쳇.. 오늘 내가 쏘려고 했는데 이번 한번만 양보해준다.

채영 : 고마워 내가 쏠 수 있게 해줘서.

천상 : 하지만 내일은 내가 꼭 맛있는거 사줄거야.

채영 : 그래. 내일은 더 비싼거 얻어먹어야지 히히.




마치 본인이 나의 수호천사라도 되는 양.

날 그렇게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지켜주었던 그녀.











다혜는 이러한 채영이의 모습을

너무나도 쏙 빼닮고 있었다.


채영이는 누나라서 그런거라도 쳐도

다혜는 나와 동갑인데도 말이다.





천상 : 다혜야, 미안하다..

다혜 : 됐어. 이제 앞으로 내가 너한테 잘해주나봐라.

천상 : 미안해. 정말로..

다혜 : 됐다니깐?

천상 : 내가 일부러 짜증낸게 아니고..

다혜 : 그럼 이유가 뭔데?







'니가 내 첫사랑과 너무 닮아서 자꾸 잊질 못하게 만들잖아..'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저 말한마디를

차마 다혜에게 뱉어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다혜에게만큼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해주고 싶었다.







천상 : 이유... 듣고 싶어?

다혜 : 그야 당연하지.

천상 : 오늘 우리 일 언제 끝나냐?

다혜 : 금요일이라 아마 새벽 3시쯤에 퇴근할듯한데..

천상 : 우리 퇴근하고 나서 술이나 한잔 할까..?

다혜 : 술..?

천상 : 응..

다혜 : ........





역시 만난지 이틀밖에 안된 여자에게

갑작스레 술을 마시자고 덤비는건

너무 무례한 부탁이었을까..?




천상 : 아니 뭐 싫으면 할수 없고..

다혜 : 아니야, 나도 오늘 기분 꿀꿀한데 술한잔하자.

천상 : 그래. 있다가 같이 퇴근하면서 가볍게 맥주나 한잔하자.

다혜 : 그래그래.




다행스럽게도 다혜는

무턱대고 술을 마시자고 하는 나에게

그리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서 술을 한잔 마시고 싶다는 그녀.

나 역시 기분이 그다지 밝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기분에 맞춰주면서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혜 : 안녕히 가세요 손님~

천상 : 안녕히 가세요 손님~





드디어 마지막 손님이 나간 것일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새벽 2시 40분정도.



금요일 저녁은

인간들이 대책없이 술을 퍼마시는 시간대로구나.





사장 : 자자, 너네들 모두 수고많았다. 다들 퇴근하고 내일 봐




엄밀히 따지자면

내일 보는게 아니라 오늘 보는게 맞다.

이미 날은 여기서 새버렸으니까.




천상 : 그럼 출근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사장님.

다혜 : 아빠~ 나도 이만 퇴근할께.

사장 : 그래 나도 오늘 가서 푹 좀 쉬어야겠다.





가게 문을 내리고,

다혜와 나는 술을 마실 장소를 찾아다녔다.




천상 : 아직 문안닫은 술집이 있으니까 거기로 들어갈까?

다혜 : 아니 그냥 편의점에서 캔맥주사다가 먹자.

천상 : 응? 너 불편하지 않겠어?

다혜 : 불편하긴.. 난 원래 길바닥에서 쭈그려앉아 캔맥주먹는게 제일 좋아.

천상 : 아.. 그럼 뭐 그렇게 할까..




안그래도 주머니 사정이 안좋았었는데

다혜 덕분에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길바닥에서 캔맥주를 먹는걸 즐긴다는 말도

돈이 부족한 나를 위한 소리없는 그녀의 배려였을 지도 모른다.






난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캔맥주 6개와 새우깡하나를 집어들고

카운터로 갔다.





편의점 직원 : 만원입니다 손님.

천상 : 여기요..






아무리 편의점에서 사먹는 술일지라도

맥주는 역시 비싸구나..



쓸데없는 타령을 해보며

길 한편에 걸터앉아있는

다혜를 향해 다가갔다.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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