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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사랑은... 아프다.. -4-



술집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데

때마침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지석이와

마주치게 되었다.




천상 : 여어~ 오랜만이다

지석 : 흐흐.. 그러게.. 되게 오랜만인거같네. 오늘 하루 왠지 길었어.

천상 : 간만에 일을 해서 그런가.. 나도 오늘 시간 참 안가더라.

지석 : 그나저나 일은 할만하더냐?

천상 : 생각보다 할만하더라. 다혜 성격이 좀 공격적이라 그렇지.

지석 : 다혜?

천상 : 저번에 술집에 직원으로 있던 여자애 있잖아.

지석 : 아~ 그 술집 사장 따님되는 여자분?

천상 : 응. 근데 술집 사장 따님은 아니란다. 아쉽게도

지석 : 이런... 안타깝군..





난 지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심심함을 없애기 위해

그녀와 이야기했었던 내용들을

하나둘씩 꺼내 이야기하게 되었고

집에 가까워졌을 때에는

어느덧 그녀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다 해버리고 말았다.





지석 : 그래.. 웃는 모습이 채영이누나랑 똑같았다고?

천상 : 응.. 아주 소름끼칠 정도였어.

지석 : 니 말대로 채영이누나 대신 하늘이 내려준 운명의 상대? 크크..

천상 : 에이.. 단순히 생긴거나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기는 좀..

지석 : 그래도 어쨌든 넌 걔가 싫지는 않은거 아냐?

천상 : 그건 그렇지만 난 걔가 좋다고 한적도 없다.

지석 : 훗.. 좀 솔직해져봐라. 니가 채영이누나를 얼마나 좋아했었냐?

천상 : ......... 많이..

지석 : 하물며 채영이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똑같은 애가 나타났는데 호감이 없다고?





지석의 말은 어쩌면 저렇게

내 마음속을 정확히 집어내는 족집게처럼

속속들이 맞춰대는 것일까.





내가 미칠듯이 사랑했던 첫사랑.

그리고 그 첫사랑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치 제 2의 첫사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완벽히 채영이를 빼닮은 그녀.





그녀를 보고 내가 아주 약간의 호감이라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히 거짓말일 것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잠깐동안

다혜가 내 여자가 되어주면 어떨까하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해봤다.


더욱더 어처구니없는 건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내 자신이 매우 행복했다는 점이다.





지석 : 그래서, 다혜라는 애한테 대쉬라도 해볼거냐?

천상 : 만난지 딱 하루되는 애한테 대쉬는 무슨.

지석 : 시간이야 많지. 앞으로도 충분히 시간은 있어.

천상 : 글쎄...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석 : 안될거 없지않냐?

천상 : 근데말이야.. 다혜 걔도 잊지 못하고있는 옛 애인이 있단말이지..

지석 : 아, 그랬다고 했지.. 그럼 좀 힘들까나?

천상 : 아무래도.. 걔가 옛 애인 잊기전까진 힘들지 않을까?




나와 마찬가지로

옛애인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는 그녀.

그녀가 받은 상처가 어느정도의 크기인지는

같은 버림을 받아본 동지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다혜가 단순히 채영이와 닮은 꼴이기 때문에

새롭게 마음이 끌리고 있는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이쁘고 매력적인 여성일지라도

전혀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지금 끌리고 있는 것은

다혜라는 여자의 겉에서 디졸브되어 나타나는

채영이의 모습일뿐.

다혜라는 여자 자체에 끌리고 있는건 아니었다.





천상 :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쉽게 치유안돼..

지석 : 무슨 말이냐?

천상 : 다혜가 옛 애인을 잊는데는 엄청난 노력과 힘이 들거란 얘기지.

지석 : 그래서?

천상 : 뭐가 그래서야 임마.. 지금은 내가 아무리 대쉬해봐야 소용없다이거야.

지석 : 왜?

천상 : 이놈이 진짜 맞고싶어서 환장했나.. 너같으면 아파죽겠는데 다른 사랑이 눈에 들어오겠냐?

지석 : 아.. 그런 뜻이었군.





이 멍청한 자식은

여자경험이 거의 없는 만큼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일일히 설명해줘야 하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한마디로 이놈과 같이 말을 하고 있으면

대화하는 사람이 답답해진단 이야기다.




하지만 오늘 이놈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나조차 모르고있던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다혜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다혜에게 있는 상처를

빨리 치유시켜주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아픔에서 회복되게 되면

내가 그녀와 함께 새로운 행복을 하고 싶다는 것.






천상 : 내일부터는 다혜와 좀더 친해져보도록 할까..


스스로 다짐을 하며

혼잣말을 내뱉는 나였다.








다음날,

술집에 들어가니

어김없이 다혜가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날 반겨주었다.




다혜 : 천상이 왔구나 헤헤..

천상 : 되게 반가워하네?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다혜 : ....죽고 싶냐?

천상 : 켁.. 그래도 조금은 보고싶었지 솔직히?

다혜 : 헛소리 하지말고 빨리 일손이나 도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것처럼 보이지만

그날의 기분이 얼굴에 바로바로 나타나는 그녀의 얼굴엔

날 반가워하는 기색이 보였음을

내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딩동~'

'딩동~'

'딩동~'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테이블 호출기 소리.


단 이틀만 일했을 뿐인데도

저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평소때보다 손님이 더 많았다.





'딩동~'



천상 : 네 갑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1 : 여기 맥주 3000cc랑요, 과일안주 하나 주세요

천상 :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님




'딩동~'




천상 : 네 손님 갑니다~

손님2 : 여기 찌개가 다 식었는데 좀 데워주실래요?

천상 : 네 곧 데워드리겠습니다.




'딩동~'




천상 : 네 손님

손님3 : 여기 잔깨졌어요, 새 잔으로 하나 갖다주세요

천상 : 네 잠시만요..




'딩동~'



천상 : 네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아무래도 알;바 초짜인 내가

실수를 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맥주 3000cc를 따라서

손님 테이블에 가져다 주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허겁지겁 움직이다보니

스텝이 엉키면서

그 많은 맥주를 계단에서 쏟아버린 것이다.





천상 : 어라어라?





'쿵~!!'




난 보기좋게 맥주를 쏟으며

계단에서 자빠졌고,

이를 지켜본 다혜는 혼자서 키득키득 웃더니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다가왔다.




다혜 : 푸하하하하하!! 꼴 좋다!!

천상 : 야, 웃지마라. 나 기분 별로거든?

다혜 : 괜히 사장님한테 험한꼴 당하기 전에 다른 손님 주문이나 받지?

천상 : 그럼 여기 내가 쏟은건 어쩌고?

다혜 : 일단 여긴 나한테 수습 맡기고 다른 테이블 주문이나 받아.

천상 : 뭔 헛소리야.

다혜 : 하루종일 주문 받았더니 다리 아파서 여기 청소하면서 좀 쉴라고 그런다 왜?

천상 : 웃긴놈..





이때 내가 넘어진 소리를 듣고

사장님께서 급히 뛰어오셨다.




사장 : 야, 이거 무슨 소리야?




아, 이제 난 죽었구나.

일 잘할 수 있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일 시작한지 이틀만에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버리다니.




난 일을 잘 못하는

내 자신을 혐오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사장님께 다가갔다.




천상 : 저, 사장님 실은..

다혜 : 아빠, 계단이 너무 미끄러워서 내가 발좀 헛디뎠네. 히히..

사장 : 그래서 저 맥주를 니가 다 쏟았단 말이야?

다혜 : 아빠 원래 나 좀 덤벙대는거 알잖아

사장 : 에휴.... 다친데는 없고?

다혜 : 걱정말고~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서 카운터업무나 보셔

사장 : 그래..




다혜는

내가 저지른 큰 실수를

본인 스스로 자진해서 뒤집어 쓰고

나에게 가볍게 윙크를 보냈다.




다혜 : 어때, 나 잘했냐?

천상 : 야, 내가 자빠진걸 왜 니가 자빠졌다고 거짓말하냐?

다혜 : 왜, 그럼 안돼?

천상 : 괜히 너만 사장님한테 밉보일 뻔했잖아.

다혜 : 괜찮아. 아빤 나한테 절대 화 안내거든 히히.

천상 : 에휴;;

다혜 : 솔직하게 고마우면 그냥 고맙다고 말해~ 사내자슥이.

천상 : 고마운건 둘째치고 다음부턴 이러지 마라.




아니, 내가 실수한걸 왜 본인이 뒤집어 쓰는가?

이 일로 나는 분명히 사장님에게 실수투성이 덤벙이라는

오명을 쓰일뻔한 사건에서 벗어났지만

하마터면 다혜가 사장님한테 밉보일 뻔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다혜 : 하지만 이렇게 안하면 니가 짤릴지도 모르잖아?

천상 : 그래서 지금 니가 내 생계 걱정해주냐?

다혜 : 아니 그게 아니라...

천상 : 나 유흥비 벌려고 일하는거고, 이런거 안해도 밥먹고 살만한 정도는 되거든?

다혜 : 아니 그저 난..

천상 : 됐어. 아무튼 나 오늘 기분 별로니까 일이나 하자.

다혜 : 으응..




왠지모르게 짜증이 나서

그 자리를 박차고 벗어나는데

그곳에서 멍하니 날 바라보고 서있는

다혜의 얼굴에서

빛이 반짝 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


눈물..?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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